오직 민생이라. 오로지 민생에만 신경썼는데도 물가가 이렇게 폭등하고,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으며 사회약자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대폭 삭감되고 있는건가.... 그럼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무능하다는건데. 차라리 오직 민생이라는 말이 상황 모면을 위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쪽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오직 민생이라는 슬로건을 갖다 걸 수 있는 이분들의 멘탈이 존경스럽다. 무능은 불법이 아니니 처벌 받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쓰는 레토릭인가. 정치란 그런 것인가. 아니 애당초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내가 혹은 우리가 아는 국민이 다른 대상인가. 여기서 민생이란 내가 알고 있는 그 민생이 맞는가.
EBS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인 바리톤 정경이 만든 노래가 있다. 11시 클래식,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이다. 아침에 EBS 영어 방송을 듣다보면 중간 광고에 노래의 일부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아 애써 찾아 듣게 됐다. 노래 가사 전체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같지만 정경이라는 사람의 삶이 그리 평탄치 않았기에 그것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른 자신의 지난 날을 회고 하는 듯한 중의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노래의 핵심 가사인 이 부분은 르누아르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질곡이 많았던 인생이었지만 삶을 긍정하고 아름다움을 남기려했던 그의 마음이 읽힌다. 때로는 잔물결이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넘어 평온의 항구에 도달한 항..
새벽미사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안개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항남동 거리에 안개만 자욱, 신호등 빛이 산란돼서 별세계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벽미사 마치고 나왔는데도 안개가 걷히질 않아 사진이나 좀 찍고 들어가야겠다 싶은 마음에 통영 운하를 따라 걸었다. 7시 밖에 안됐는데도 새벽 운동 겸 산책하러 나오신 어르신들이 많으셨다. 저 근면함이 올바른 의식으로 연결됐다면 참 좋았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대한민국은 오리무중. 이 아침의 풍경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해무가 짙어진 만큼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갯비린네도 진해졌다. 진주 새벽길을 걸으며 느꼈던 안개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바다 근처의 안개는 상쾌하게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들러붙어 번들거리는 것 같았다. 상쾌한 ..
세상의 그 모든 악과 불의, 비극과 고통, 사고와 환난이 자신만은 피해 갈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앞장서서 악을 행하며, 불의를 합리화시키고,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사고와 환난으로 피해받은 사람들을 조롱한다. 자기 머리 위에 탄식의 칼날이 드리워져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때를 만난 듯이 활개치는 당신들이여, 자신과는 상관없다 생각하는 멸망의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올 것이니 그렇게 의기양양하기 고개를 쳐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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