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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다시 민주주의 폐허에서 다시 시작한다. 시지프스처럼 같은 일을 지난하게 반복한다. 멈출 수 없는 천형이다. 다시, 민주주의다. 2025. 6. 5.
대선의 길냥이 시도 오후에 집 근처 산책을 나가면서 오늘 시도를 만나면 무난하게 이길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2025. 6. 4.
불가역성 어떤 일이든 한번 벌어지고 나면 이전의 상태로,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던 상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며 살아가야 한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나서도 남아 있는 상흔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는 말이겠으나 패인 홈에 빠진 마음을 건져낼 수 있는 무덤덤함이 없는 이라면 문득문득 가시처럼 찌르는 기억으로 인해 평생을 괴로워하게 될테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싫어 기간이다. 이런저런 일로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을 많이 만나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너무 많이 들었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고립과 단절이 필요한 때다. 좋아하는 잔에 좋아하는 커피를 한잔 내려놓고 마음을 추스른다. 2025. 6. 3.
Just snap - 인간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정의된다 2025. 6. 1.
Just snap - 이형의 십자가 위에서 노래하는 새 하루가 저물어가던 하늘의 서편, 이형의 십자가 위에서 노래하는 새를 보았다. 2025. 5. 30.
퇴근후 에비스 오전 내내 수업, 점심시간 경상국립대 입시설명회, 5, 6 교시 교육과정박람회,7교시 전문대연합입시설명회.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하고 돌아와 에비스 한잔. 2025. 5. 29.
오늘의 길냥이 - 나의 시도 늘 그랬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부비곤 했다. 반가움에서 인지 허기진 애정의 표현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녀석을 만나면 내 마음은 항상 따뜻해졌고 그래서 사진은 늘 실패였다. 가까이 와 머리를 들이밀고, 휘감기고… 카메라의 우수한 아이포커스 기능도 그 동선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긴가민가한 눈빛으로. 그래서 겨우 한 장. 그리고는 또, 예의 그 인사. 꼬리를 세우고 달려들어 다리에 얼굴을 박고, 몸을 비비고, 내게 그 익숙한 애정을 퍼부 주었다. 별 수 없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고 열심히 녀석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털이 엉켜 있었다. 무언가 들러붙은 자국.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손으로 더듬다 보니 미.. 2025. 5. 28.
못난 카메라 한대, YASHICA MAT EM 이제 칠십쯤은 됐을 거다. 야시카 맷 EM.내가 막 선생 노릇을 시작했을 무렵, 중형 필름이 궁금해 손에 넣었던 카메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롤라이코드를 구하면서 이 녀석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 그렇게 장식장 한켠에서 십여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 집 거실의 한 구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인기 많던 장비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팔아봤자 큰돈도 안 되는 것들만 내 곁에 남았다. 어쩌면 못난 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는 말은 카메라에게도 해당되는 말일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다시 꺼내 써보니 뜻밖이다. 예전엔 시큰둥했던 녀석이 제법 괜찮은 사진을 뽑아낸다. 아니, 그때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젊을 땐 강한 것, 빠른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 눈에 .. 2025. 5. 27.
부다면옥, 블루보틀 부산 민락 와이프님하의 지령이 떨어졌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된 평양냉면집, 부다면옥에 가고 싶단다. 날씨는 궂고 바람도 불어대는 날이었지만, 사랑은 늘 기상 악화에 강하니까. 나이를 먹어 그렁그렁거리는 차를 몰고 평냉의 세계로 달려갔다. 내 인생 첫 평양냉면은, 절친 서티라노가 데려가준 을밀대였다. 그러나 그때 나는 평냉의 심심함이 아니라 '심심을 가장한 밍밍함'만 느꼈고, “도대체 왜 이런 데를 데리고 왔냐”며 “촌사람이라고 무시하냐”고 핀잔을 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나는 평양냉면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방송에서 유명인들이 간증하듯 찬양해도 ‘저것들 또 시작이네’ 하는 마음으로 그 세계를 차갑게 외면했다. 솔직히 말하면,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괜히 잰 척하며 먹는 음식처럼 느껴졌고,.. 2025. 5. 26.
통영 최고의 카페 통영고등학교 본관 4층 홈베이스 쉬는 시간에 바쁜 업무가 없으면 나는 가끔 본관 4층 홈베이스에 앉아 책을 읽거나 성경을 필사하곤 한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제법 그럴듯하다. 통영의 어지간한 카페보다 뷰가 좋다. 햇살은 부드럽게 쏟아지고, 왁자지껄한 애들의 잡담 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온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시간과 공간이 이곳에 있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칠판에 남은 분필가루, 어디선가 새어 들어오던 냉기와 습기. 그때에 비하면 지금 학교는 마치 미래도시 같다. 아이들이 앉는 의자 하나, 교실의 조도 하나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말 그대로 물리적 환경은 천지개벽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공간은 분명 더 좋아졌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2025. 5. 24.
생참치덮밥, 쇼쿠사이,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얼마 전 통영 여객선 터미널 앞에 있는 문참치에서 생참치덮밥을 포장해왔다. 맛은 괜찮았고 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시랑하는 연분홍색 뱃살은 한 점도 없었던게 못내 아쉬웠다. 참치는 결국 뱃살이지. 그 부드럽고 고소한 기름맛을 기대하지 않고서야, 누가 참치를 찾겠는가. 예전에는 덮밥 가운데 작게 한점 정도는 서비스로 올려주시곤 했는데 지속되는 불황이 사장님의 여유를 앗아가버렸나보다. 통영은 해산물의 천국이라 불린다. 굳이 그런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시장엔 늘 생선이 넘쳐나고, 포구에선 갈매기가 선창을 날아다닌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의외로 참치 한 점을 그럴싸한 비주얼로 낼 줄 아는 집을 찾기란 어렵다. 내가 못 찾는 걸까, 아니면 정말 없는 걸까. 참치는 통영 근해에서 나는게 아니니까 그냥 내 .. 2025. 5. 23.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부부의 날, 죽림 이자카야 일엽, 카페 그래 팥빙수와 수박주스 요즘 내 삶은 매일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즈음,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다. 그러다 문득, 페이스북을 보다 알게 된 사실. 오늘이 부부의 날이란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하루였겠지만, 알고 나니 ‘마침 딱 그날’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쯤 되면 삶도 타이밍의 예술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넘겼을 작은 기념일이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은 곧 의식이 된다. 장소는 죽림에 새로 생긴 이자카야 ‘일엽’(새로 생겼다고 했지만 사실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예전엔 ‘돼지바’라는 고깃집이 있던 자리다.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이자카야의 국룰에 따라 .. 2025. 5. 22.
모든 삶은 해무 속의 항해다 모든 삶은 해무 속의 항해다.앞이 보이지 않는 물길을, 우리는 늘 더듬듯 나아간다.때로는 나침반이 있어도 방향을 확신할 수 없고,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는 예고 없이 우리를 좌초시킨다.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말하는 이도,결국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무지한 존재다.보이지 않는 위험에 부딪히고, 생각지 못한 바람에 흔들린다.그래서 삶은 겸손을 배워야만 비로소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바다다. 2025. 5. 21.
나의 진주 - 늦봄, 초여름의 진주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힘을 준다 경상국립대 칠암 캠퍼스, 평거동 케빈커피로스터즈, 진주문고, 야끼토리 아오이, 칠암성당, 동훈서점, 망경동, 루시다, 은안재, 가좌동. 늦봄, 초여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진주 곳곳을 걸으며 통영에서의 삶을 버텨내기 위한 힘을 비축했다. 축축하게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듯. 돌아오는 차안에서 조금은 뽀송뽀송해진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25. 5. 20.
2025학년도 통영고등학교 체육대회 Feat. 통영중학교 운동장 본관 증축 공사로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된 탓에, 올해도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치르게 됐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에서 유례가 없는 주말 체육대회를 이 학교에서만 2차례.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믿고 싶다. 비가 온다기에 모자도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완전 방심하고 등교했건만 (종혁샘에게 빌린) 선크림 따위는 바로 무력하게 만드는 햇볕에 내 피부는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농구와 족구는 당연히 우리가 이길 줄 알았고 나머지 종목에서도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농구 패배가 현실화되었을 때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던 피구에 이어 이건 반드시 이기고 만다며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던 족구의 어이없는 몰수패까지.... 하늘이 돕지 않는 듯한 날이었다. .. 2025. 5. 18.
간바레 오또상 홈술세트 도쿠리 잔 우리 아파트 앞 CU 편의점 사장님은 술에 진심이다. 근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술병들이 카운터 옆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무슨 전시회라도 여는 줄 알 정도다. 때때로 그 진심 덕분에 의외의 득템을 하기도 한다. 다만, 갈 때마다 같은 곳에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패키지들을 볼 때면, 아무 상관없는 나조차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사장님, 재고 관리 이대로 괜찮으신가요…어쨌든, 집에 들어가는 길. 맥주나 한 캔 사갈까 싶어 무심히 들어갔다가, 뜻밖의 녀석을 마주쳤다. 간바레 오또상 홈술 도쿠리 세트. 발매 소식도 모르고 있었는데, 괜히 운명처럼 느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이름답게 이 사케는 불황기에 등장한 저렴한 술이다. 일본에서는 그다지 존재감 없.. 2025.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