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문구매거진 온더데스크( On the desk) 9호 초심 본문



문구 잡지 온 더 데스크가 어느새 9호까지 나왔다. 처음에는 과연 이런 잡지에 수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펀딩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니 코어 문구인층이 생각보다 꽤 두텁게 형성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문구야말로 소확행의 대명사 아닌가. 여러 분야의 컬렉팅에 도전해 봤지만, 결국 늘 마주치게 되는 한계는 공간이었다. 부피가 큰 것들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문구는 탐미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꽤 이상적인 수집 대상이다.
사실 몇몇 특출난 제품을 제외하고는 문구류에서 감동적인 기능성을 느껴본 적은 많지 않다. 만년필도, 볼펜도, 샤프도, 칼도, 가위도, 노트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결국 비슷한 감각으로 쓰이게 된다. 물론 내가 전반적으로 감각이 둔해 미세한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유명 문구 유튜버나 블로거, 전문가들이 말하는 각 제품의 매력을 100퍼센트 온전히 체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구를 계속 사게 되는 이유는 기능성이 아니라 감성과 자기 만족의 영역에 가깝다. 집이나 차처럼 큰 대상은 마음대로 선택하기 어렵지만, 몇만 원짜리 샤프나 몇십만 원짜리 만년필은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면 손에 넣을 수 있고, 그에 비해 만족감도 꽤 크다. 적당한 선에서 즐긴다면 충분히 괜찮은 취미다. 물론 어느 분야든 그 ‘적당히’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이런 잡지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만드는 사람들 역시 문구 덕후라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듯한데, 그래서인지 괜히 짠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그런 애정 덕분에 오히려 잡지의 완성도가 점점 더 좋아지는 건 아닐까 싶다. 페이지마다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진다. 이 잡지를 읽는다고 해서 문구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 건 아니다. 내용은 그렇게 깊거나 무겁지 않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결이 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지는 것. 온 더 데스크의 가장 큰 용도는 아마 그것일 것이다. 덕후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그렇기에 이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힘들지만 매력적인 이 일을 오래도록 계속해 나가기를 비슷한 덕후, 아니 덕후라고 하기엔 덕력이 한참 부족한 사람으로서 사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