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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벚꽃 망울이 팝콘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니 바삭 바삭한게 먹고 싶어졌다. 벚꽃이 흐드러진 봉수골에서 텐동 한그릇의 낭만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니지텐의 포렴. 햇수로 5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을까? 마음은 스페셜텐동이지만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에비텐동을 시켰다. 변함없는 바삭함이 참 좋다. 보조 셰프를 들인 후 맛이 변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차이는 없다. 바랬던 여러가지 일들이 어그러져 버리는 잔인한 2022년의 봄날, 텐동 한그릇으로 봄기운을 맞이하며 다시 일어서 본다. 니지텐 옆집 흰벽에 밥장님이니지텐을 그려놓으셨다. 이런 소소한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 믿는다.

벚꽃스무디도 먹고 싶고 단팥라떼도 먹고 싶은데 따로 따로 파는 곳은 있어도 섞어서 파는 경우는 없어서 그냥 내가 만들었다. 단팥 벚꽃 스무디. 위에 휘핑크림 올리고 데코 좀 하면 더 멋지겠지만 다이어트 관계로 패스. 보케몬스터라고 불리는 Meyer 100mm F2.8의 벚꽃사진. LM-EA7에 끼워쓰니 초점도 잘잡고 좋구만.

학교 복도에서 창밖을 보니 통영 여중의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보여 쉬는 시간에 잠시 나가 몇컷 찍고 왔다. 수령이 오래된 벚꽃나무의 묵직한 봄맞이는 은근한 감동을 준다.

통영의 벚꽃 명소 봉수골. 개화상태는 80-90% 정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벚꽃이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성질 급한 몇그루가 며칠을 참지 못하고 먼저 봄 잔치상을 차려버린 걸 아침 출근길에 볼 수 있었다. 작년 봄은 그렇게도 더디게 오는 것 같더니만 올해는 어찌나 빠른지 정신을 못차리겠다.

벚꽃의 가벼운 분홍보다 할머니 털조끼의 무거운 분홍이 더 예뻤던 봄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기억은, 추억은 퇴색되어 갔지만 마음 속에 차곡 차곡 쌓여간 그 짙은 감정은 꽃보다 더 선연해 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