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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2016년 시드니 여행 때 찍어두고 한참을 묵혀놨던 사진들. 그때는 이런 세상을 맞이할줄 모르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살았기에 찍어놓은 사진들의 무게를 아주 가볍게 생각했었지. 그때 그곳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 초겨울 시드니의 차가웠던 공기가 사진을 통해 전해져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그리워진다. 장르를 오가며 많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역시 길거리 스냅만큼 살아있다는 감각을 고양시키는 것은 없다. 이 엄혹한 시절이 빨리 지나가 마음껏 곳곳을 활보하며 삶의 리듬이 만들어지고 깨지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싶다.
1380000원으로 잘못보고 안경이 참 비싸구먼 하고 찍어왔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13,800,000원, 천삼백팔십만원이다. 나랑은 삶의 격이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는 제품이겠지. 저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나.
복잡했던 카오산로드에서도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당당하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던 언니들. 사진기 들이미니 피하기는 커녕 포즈까지 취해주던 ㅋ 맛사지샾 호객 행위 중 ㅋ 피곤하지만 않았으면 저들처럼 앉아 술을 한잔 했어야 하는건데 ㅋㅋㅋ 와이프 쇼핑따라가느라 카오산로드의 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게 큰 아쉬움. 술먹을 장소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외국 아가씨들. 신발파는 아저씨마저도 간지가 좔좔 ㅋ 타투샾 앞의 사람들. 야간에도 손님을 기다리느라 퇴근 못하는 툭툭이 기사님들. 홍콩만큼은 아니겠지만 간판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 묘한 색감의 사진이 찍혀서 셔터누르는게 너무 즐거웠던 저녁. VR헤드셑을 판매하던 아저씨 내가 보고 있던 순간에만 3개를 순식간에 팔았던 장사의 달인 ㅋㅋ 잠든 손자를 안고 두리안..
방콕가서 정말 우연히 들렀던 센트럴 엠버시의 오픈하우스. 와이프 쇼핑따라 갔는데 내가 더 좋아했던 공간. 사진책이 이렇게 많은 서점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키노쿠니야에서도 감동을 받았지만 여기 오픈하우스는 그것보다 더 대단했다. 돈과 가방만 여유로웠다면 그대로 쓸어담아 오고 싶었던 사진집들이 한가득. 게다가 아랫층에는 칼짜이스 매장까지 ㅜ_ㅜ 이 지긋지긋한 가난만 아니었다면 저기 보이는 것들 다 쓸어왔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