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Street cat of today223 오늘의 길냥이 - 아람이의 영역지키기 평화로웠던 한진로즈힐에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행색의 길냥이가 나타났다. 사람을 봐도 겁을 내지 않는 걸 보니(개냥이랑은 결이 달랐다.) 꽤나 내공이 강한 녀석인 듯했다. 이 구역의 2인자(1인자는 만두) 아람이는 한참 동안 경계하는 눈빛으로 녀석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털을 한껏 세우고 침입자를 향해 발을 내딛는 아람이. 맹호출동의 기세였다. 얼굴을 맞대고 한참을 울어대던 녀석들. 분명 X새X, X발놈 뭐 이런 뜻일 텐데 듣는 내내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그 와중에 느껴지던 엄청난 긴장감. 역시 세상에서 제일 스릴 있는 게 길냥이 영역 싸움임.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나섰던 것과는 달리 그 흔한 냥냥펀치 한번 못날려보고 기가 죽은 아람이. 하긴 겁 많은 순둥이인 녀석이 얼굴.. 2025. 6. 27. 대선의 길냥이 시도 오후에 집 근처 산책을 나가면서 오늘 시도를 만나면 무난하게 이길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2025. 6. 4. 오늘의 길냥이 - 나의 시도 늘 그랬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부비곤 했다. 반가움에서 인지 허기진 애정의 표현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녀석을 만나면 내 마음은 항상 따뜻해졌고 그래서 사진은 늘 실패였다. 가까이 와 머리를 들이밀고, 휘감기고… 카메라의 우수한 아이포커스 기능도 그 동선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긴가민가한 눈빛으로. 그래서 겨우 한 장. 그리고는 또, 예의 그 인사. 꼬리를 세우고 달려들어 다리에 얼굴을 박고, 몸을 비비고, 내게 그 익숙한 애정을 퍼부 주었다. 별 수 없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고 열심히 녀석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털이 엉켜 있었다. 무언가 들러붙은 자국.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손으로 더듬다 보니 미.. 2025. 5. 28. 오늘의 길냥이 - 고양이 에티켓 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 위에 플라스틱 물병이나 헬멧 같은 걸 얹어두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선언이었다. "여긴 고양이 금지구역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을 지나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안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고요하고 냉랭한 공간 속에선 그 작은 온기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흠집과 고양이 털, 그리고 어쩌면 불청객이란 .. 2025. 4. 30. 오늘의 길냥이 - 맹수 아람이 사냥 성공! 퇴근길, 아람이를 만났다. 고양이. 우리 아파트의 묘한 존재.그날 따라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림자처럼 웅크려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번개처럼 달려갔다. 쥐 한 마리, 아람이는 그걸 물고 조용히 걸어 나왔다.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칭찬을 바라지 않았다.아파트 주민 여러분!경비 아저씨들!이 조용한 포식자를 사랑해주세요.우리 곁의 작은 야성,우리를 위해 움직이는 이 고요한 생명을. 2025. 4. 19.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나는 예전부터 한 번에 여러 방향으로 시선을 나눌 수 없었다.12월 3일 이후,무언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장 났다.숨은 고르지 못했고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작은 가시 하나.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살 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빼내려 할수록 더 깊이, 더 아프게 박혔다.애쓰며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금이 가고 있었다.그 조각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작은 흠집이 되어 흘러갔다.그 사이 나는 길고양이들을 찍었다.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그러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숫자들이 가지런히 맞춰진 그 순간,한 문장이 들려왔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짧은 말이었다.하지만 오랜 겨울처럼 박혀 있던 얼음 가시가 녹아내렸다.이제, 멈추었던 일.. 2025. 4. 4. 오늘의 길냥이 - 시도 지난해 마지막 날 아침에 시도를 만났다. 날이 무척 추워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우리 아파트까지 따라와 안기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지는 못하고 궁디 팡팡만 열심히 해주고 돌아섰는데 그 뒤 한 달 반 동안 만나지 못해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들어앉아 있었다. 혹시나 고양이별로 돌아간 건 아닐까 하는. 오늘 낮에 고성 곱창 앞을 지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녀석, 반가워서 불렀더니 쌩까고 지나가다가 카메라를 꺼내니까 난 줄 알아보고 달려왔다. 반갑다고 앵앵거리는데 마침 츄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와이프한테 츄르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고 한동안 무한 궁디 팡팡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와이프가 건넨 츄르를 뜯어주니 게눈 감추듯 하나를 처리하고는 유유히 자기 길을 떠났다.. 2025. 2. 24. 오늘의 길냥이 - 아람이 만두 페어 아람이랑 만두. 언제부턴가 둘이 사이가 좋아보이더니 한 상자 안에서 꽁냥꽁냥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니 상자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하네. 원래는 봄이랑 만두가 한쌍이었는데 뒤에 들어온 아람이가 봄이를 밀어내버렸다. 근데 봄이, 아람이, 만두 셋다 수컷이다. 쟤들의 사랑은 인간의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는 듯. 전부 중성화당했으니 성별 구분은 의미가 없나? 2025. 2. 3. 오늘의 길냥이 - 강한 아람이 2년 넘게 함께 했던 동료 길냥이가 사라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냥생을 살아간다. 강한 길냥이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은 길냥이가 강한거라면 봄이보다는 아람이가 더 강했나보다. 103동에 남은 만두와 아람이가 오래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 녀석들마저 사라지면 많이 쓸쓸할 것 같다. 우리 동네 고양이 활동가 님들은 고양이를 색깔로 구분한다. 흰색 미야, 노랑 미야, 얼룩미야.... 비슷한 색은 어떻게 구분해서 부르는지 모르겠다. 2025. 1. 30. 오늘의 길냥이 - 복냥이 복고양이. 의외의 조형성이 만들어졌던 순간.고양이가 움직이지 않고 거기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랬고 셔터를 끊는 순간 달아났다.초점을 놓쳤나 싶었는데 꽤 완벽하게 들어갔다. 담벼락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한컷이었다. 2024. 11. 29. 오늘의 길냥이 - 대고양이시대 천고묘비의 계절을 살아가는 불가묘천민 천고묘비의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찐다. 아니 살찌는 게 아니라 털 찐다.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겨울이 다가오면 알아서 벌크업을 하니. 이맘 때의 길냥이들은 궁디 팡팡 해줄 때 손맛이 장난 아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집냥이들도 겨울이 되면 털이 찌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길에 나가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만난다. 겨울이 오기 전 활동하기 좋은 마지막 며칠을 즐기려는 것인지 볕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양이가 보인다. 내 SNS 피드에도 절반 이상은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 세상은 바야흐로 대고양이시대를 맞이했다. 이런 때 고양이 한마리 못 키우는 불가묘천민의 처지는 서럽다. 넘쳐나는 길냥이와 SNS에 올라오는 내 냥이 자랑대회를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 2024. 11. 12. 오늘의 길냥이 - 봉평동 땡냥이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달라스치킨에 치맥하러 가던 길에 만난 길냥이. 넌 뭔데 그리 즐겁냥?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사진기 셔터를 누르니 한장 이상 찍혀줄 생각은 없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며 사라졌다. 세상은 넓고 고양이는 많다. 매일 매일 열심히 찍어야 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길냥이들 다만나고 오겠네. 2024. 10. 5. 오늘의 길냥이 - 반겨주는 시도와 사리원 새끼냥이들 폭염에 지쳐 길가에 널브러져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왜 이제 왔냐는 듯 냥냥거리던 시도. 츄르 한개 먹이고 궁디 팡팡 해줬더니 원기회복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올여름 더위는 프로길냥이들도 견디기 힘든 것 같다. 무전동 사리원 근처에 새로 등장한 새끼냥이들. 길냥이는 정말 끊임 없이 태어난다. 2024. 8. 23. 오늘의 길냥이 - 커피니스트 떡실신 냥이 카페패스 사용하러 커피니스트 갔다가 만난 떡실신냥이. 전에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가게에서 기르시는게 아니라 주변에 돌아다니는 길냥이라고. 카메라를 아무리 들이밀어도 당황하지 않는데서 손님이 그렇게 드나드는 가게를 자기 집마냥 편하게 여기는게 신기했다. 요즘 애정이 고등어로 넘어갔나 했는데 역시 나는 치즈인가보다. 너무 귀여워서 음료는 마시는 둥 마는둥 하고 고양이 사진만 찍다가 나왔다. 2024. 8. 22. 오늘의 길냥이 - 길냥이계의 필수 소비재 시도 새벽 미사 다녀오던 길에 멀리서 발견하고 시도! 하고 부르니 냥냥거리며 달려온 녀석. 추르 한 개 먹이고 턱밑 그루밍 + 궁디 팡팡 조합으로 공략했더니 좋아서 이리저리 구르더라. 여름날의 청정라거 같은 길냥이 시도. 무전동 길냥이계의 필수소비재! 2024. 7. 23. 오늘의 길냥이 - 지하주차장, 아람이 주차하고 집에 올라가다 보면 저렇게 앉아 있는 아람이. 한참을 쳐다보다가 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총총걸어 사라진다. 2024. 7. 16.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