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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진주에 간 김에 칠암성당 묘르신께 새해인사를 드렸다. 처음엔 안보이셔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성당 뒷편에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오셔서 마땅찮은 표정을 하고 앉으셨다. 새해가 시작된게 언제인데 이제야 왔냐는 질책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성을 듬뿍 담아 츄르를 건냈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드시고는 왔던 길로 돌아 들어가셨다. 중간에 힐끔 돌아보시는 모습에서 운전 조심해서 가라는 말씀을 읽을 수 있었다. 츤데레 묘르신 올해도 건강하시길~

성탄 구유 앞에 완벽한 구도를 만들며 앉아계신 (사진을 좀 아시는) 묘르신. 밑에 깔린 거적데기에 앉아 모처럼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고 계셨다.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예수님 태어나실 때 거대한 고양이가 수호성수처럼 앉아서 지키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며 큭큭거렸다. 동방박사와 수호성묘ㅋ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주신 묘르신께 감사의 츄르를 바치며 내년에도 자주 뵐 수 있길 기원했다.

도천동 KT 골목의 새침룩이. 같이 살던 아슬란과 화오는 모두 고양이별로 돌아갔는데 홀로 생존해 2년째 그곳을 지키고 있다. 살아남는 고양이가 강한 고양이. 아직 털 상태도 좋고 딱히 아픈 곳도 없는듯. 어느새 프로길냥이로 성장한 새침룩이가 늠름해보인다. 늦봄 무렵에 자취를 감춘 아슬란과 화오. 아슬란은 내가 특별히 사랑하던 냥이라 사자처럼 건강하게 살라는 뜻으로 아슬란이라 불렀고 화오는 화이트 오드를 줄여서 부른 것이었다.

통영여고 앞 CU마트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는 친구. 역주행금지냥이라고 불렀던 쓔(CU를 빨리 읽으면 쓔라서 그렇게 부르고 있음.) 츄르 줄때만 친한 척 하는 프로길냥이. 눈이 보석처럼 예쁜 녀석, 평소에는 아픈듯이 감고 있어서 못나 보인다. 알고 보면 꽤 미묘인데. 볼 때마다 목욕 시키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

윤이상 공원에서 가끔 만나곤 하는 Mustache cat. 가을의 끝자락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85mm로 이 정도가 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거리.

출근길, 차에 타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백마탄 초인같은 자태로 걸어오시는 백묘 그 자체 봄이. 너무 늠름해서 감히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을의 부서지는 햇살을 사뿐히 즈려밟고 오시는 나의 님. 잘잤니양~ 오늘 얼굴이 안좋아보이는데 술이 덜 깼니양~ 궁디 팡팡이나 해주고 가라니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