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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시립도서관 앞을 지나다 만난 시도냥이. 애용하는 돌 위에서 떡실신해 있었다. 새끼들 돌보다 도망나온 듯. 깨우기가 그래서 그냥 지나치려다 츄르를 꺼내봤는데 벌떡 일어나서 먹어 치우고는 기지개를 켜며 그루밍. 아무리 힘들어도 츄르는 못참지. 예전에 비해 살이 너무 많이 빠진데다 털도 탈색된 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 길냥이 레벨이 높으니 잘버텨낼거라 믿는다.

항상 타일 배경이 멋진 담벼락 위에 누워서 햇볕을 즐기는 녀석. 처음에는 도망가곤했는데 이젠 한번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잔다.

우리 동네 문냥이. 사람을 참 좋아한다. 아니 먹을거 주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츄르만 꺼내면 말이 많아진다. 다 먹고 나면 쌩깐다.

도천동 영생비치 잔디밭에 살고 있는 세발냥이. 부르는 이름 그대로 다리 하나가 없다. 나는 볼때마다 짠한 기분이 드는데 이 녀석은 아무 생각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동물들에게는 사지 절단에서 오는 상실감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세발냥이도 자기처지를 비관하지 않을 것이고 동료 길냥이들도 발이 세개 뿐이라고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는데 날 보고 구슬프게 울어서 츄르를 주려 다가갔더니 하악거리고 돌아서서 가려고 하니 다시 구슬피 울고, 츄르를 주러 다가가니 하악거리고.... 뭘 원하는건지 도대체 알 수 없었던 봄날의 장미냥이.

늦은 저녁 통영시립도서관 앞을 지나다가 고양이 실루엣이 보여 다가갔더니 시도가 있었다. 한달 전에 봤을 때에 비해 살이 너무 빠져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궁디 팡팡을 해주는데 뼈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 새끼를 낳았다는 소문이 맞았나보다. 츄르를 주니 예전과 다르게 봉지를 씹어먹을 기세로 달려들어서 깜짝 놀랐다. 4개를 먹고도 성에 안차는 듯 내 가방을 뒤지길래 습식 사료 캔을 줬더니 그건 싫은지 본둥 만둥. 배가 고픈게 아니라 츄르가 고팠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