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멀티태스킹에 약했다. 12월 3일의 그 순간 이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됐다. 신경 쓰이는 일 하나가 가시처럼 속에 박히면 그거 하나를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손가락에 스며들듯 꽂힌 작은 털가시는 빼려고 용을 쓰면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 버리곤 했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겉으론 애써 태연한 척을 해도 걱정하는 마음이, 숨길 수 없는 짜증이 겉으로 스멀스멀 퍼져 나와 주위 사람까지 힘들게 만들었다. 애써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오가며 길냥이를 찍는 게 다였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4월 4일 11시 22분, 숫자도 딱딱 맞춘 것 같은 그 시각,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그 짧은 한마디에 가슴에 박힌 얼음 가시가 녹아내림을 느꼈다. 이제 다시 주변을 챙기며 미뤄놨던 일들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