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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코로나로 인해 긴긴 칩거생활을 즐기시던 아드님. 개학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머리가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미용실에 데려갔다. 이모님 취향에 따라 전세대를 아우르는 스테디셀러 스타일 바가지 머리 세팅. 우비를 입고 서있는 모습이 우리동네 슈퍼히어로 같다. 머리 깎이려고만 하면 기겁했던 녀석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걸보니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가지 머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충렬사 은행나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던데 한번도 본적이 없어 다녀왔다. 윗지방 단풍은 이제 끝물일텐데 통영은 은행나무에 녹색 기운이 좀 남아 있다. 다음주 화요일 정도가 절정일 듯. 충렬사도 좋았지만 그 옆에 있는 충렬초등학교 은행나무가 참 좋더라.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도 방과후 학교 때문에 방학도 없이 학교를 나가는구나. 그래봐야 한컴타자연습 40분하러 가는거지만. 아침 챙기는 것도 일이라 맥모닝으로 간단하게. 이날은 진진이가 맥모닝을 처음 맛본 날. 자기 취향은 아니었던 듯 반정도 남겼다.

작년까지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진진이가 올해는 며칠전부터 생일을 기다렸다. 케이크도 사서 축하도 해야하며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한단다. 생일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날이라는 나름대로의 정의도 내리고 있다. 미리 땡겨 받았던 생일선물은 너무 맘에 드는지 잘 때도 외출할 때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중. 다른 애들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차근 차근 사람들이 즐기는 모든 것을 따라 밟아가고 있는 듯한 아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배롱나무 아래서 떨어진 꽃을 줍고 있던 진진이가 너무 예뻐서. 시간이 지나면 인생사진이라고 생각해줄까?
엄마랑 같이 그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학원 차를 타는 곳 까지 바래다 주고 간다. 날이 덥다고 핸디 선풍기를 갖다 대주기도 하고 벌이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배려의 말도 건낸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금사빠라서 내일은 또 누구를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다는게 함정이지만 ㅋㅋㅋ
날이 추워서 오래 놀지는 못했지만 해운대 바닷가에서 즐거워하는 진진이를 보니 내 마음이 그렇게 행복으로 부풀어 오르더라. 이날의 해운대 바다는 진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이 사진들이 그날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어떤 식으로 재현해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