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yeong Log414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겨울 초입 두꺼비 오뎅 한국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담임교사에게 내려진 천형, 매년 돌아오는 정리되지 않는 단어들과의 싸움-생기부 작성. 특기할 요소가 전혀 없어도 뭐라도 써내야 하는 이 괴로움을 동종 업계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해하겠는가? 요즘 애들 말 안 들어서 가르치기 힘들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도무지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애들에 대해서도 좋은 말, 가능성으로 가득한 말을 두드려가야 하는 생기부 작성의 괴로움은 모를 것이다. 수업하고 생기부 쓰고, 점심 먹고 생기부 쓰고, 청소하고 생기부 쓰고, 공문처리하고 생기부 쓰고.... 생기부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집 컴퓨터 앞에 앉아 생기부 쓰려다가 갑자기 짜증이 너무 나서 에라 모르겠다며 두꺼비 오뎅으로 피신했다. 날이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 .. 2024. 11. 20.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고물가 시대 통영 배달음식계의 한줄기 빛, 각시왕족발 일요일 하루종일 생기부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며 괴로워했지만 현실은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웃고리즘 털보먹방 몰아보기를 하다 완미족발 먹는 에피소드에 완전 꽂혀서 고질적인 족발병이 도져버렸다. 현기증을 겨우 참아내며 족발 배달이 가능한 오후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달 앱을 켰는데 제일 좋아하는 종로족발은 휴무, 유튜브에서 봤던 완미족발도 휴무, 원할머니 보쌈은 언제나 그렇듯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포기. 마지막 남은 대안인 각시왕족발은 몇 년 전에 보쌈을 몇 번 시켜 먹어 봤지만 요 근래는 어떤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양이 정말 많다는 글들이 보여서 속는 셈 치고 도전했다. 30분쯤 기다려서 받은 족발 보쌈 세트는 포장부터 뭔가 담대해 보였다.. 2024. 11. 18.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모란포차, 방어력 향상엔 역시 대방어 한동안 '방어, 방어, 방어는 방어력 향상에 좋지요.' 하고 근본 없는 노래를 부르다 한참 지난 생일 선물로 받은 통영사랑상품권 3만원치를 믿고 동네 횟집 모란포차에 방어를 먹으러 갔다. 메뉴에 대방어는 없고 야도(소방어)가 있어 뭐 방어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으로 주문하고 청량감 하나로 마시는 켈리를 들이키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오늘부터 대방어를 개시하는데 드시겠냐고, 아직 기름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맛은 아쉬울텐데 찾는 사람이 많아 일찍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는 제안이라 무조건 콜을 외치고 기다리니 곧 예쁘게 썰어진 한접시가 서빙됐다. 언제봐도 회를 참 예쁘게 담아내는 이 곳, 먹기 전에 이미 맛있었다. 나는 미각이 천해서 눈으로 더 잘먹는 사람이기에 보기에 좋으면 맛있다.. 2024. 11. 13.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의외의! 무전동 다연선지돼지국밥 지난여름 절정으로 치달았던 더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낮의 무더위는 쉽사리 긴팔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만드는 이런 날씨가 복중 폭염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세상이 모호해져만 가니 기후도 현대미술을 닮아가는 것인지. 계절이라도 고전주의처럼 스트레이트로 때려주면 좋겠다. 4계절이 뚜렷했던 예전의 우리나라가 너무 그립다. 기운도 없고 뭘 먹어야할지 감도 안 오고 해서 집 근처 국밥집에 들렀다. 통영에 온 이후 근 10년 동안 그곳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곳이다. 돼지국밥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옥동식이나 엄용백처럼 잡내 같은 것이 전혀 없어 깔끔한 느낌으로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은 몰라도 로컬의 느낌.. 2024. 10. 16.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날도 더운데 미친 것 같은 평화카츠 날도 더운데 진짜 미친 것 같다. 왜이리 맛있는데? 평화카츠가 통영에 있었으면 좋겠다. 튀김 요리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힘든데 여긴 먹고 나서 속이 편한게 너무 좋다. 이번에도 운전해 가느라 생맥 못마신게 너무 아쉽다. 돈가스 먹고 아주르커피 가서 나주배 소르베 먹었더니 입안이 개운해져서 좋더라. 2024. 8. 8.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죽림 카페 겸 부엌용품 편집샵 무화 통영 죽림 유수안과 교육청 사이에 생긴 베이커리 카페 겸 부엌용품 편집샵. 와이프가 괜찮은 곳이 생긴 것 같다고 해서 오픈런을 해봤는데 (차세울 곳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의외로 주차가 편했다.) 들어가자 마자 딱 내 취향이구나 싶었다. 남자가 부엌용품에까지 관심을 가지면 나가린데....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냐. 컵이나 주전자, 그릇 같은거 주워 모으는게 일이니. 디피가 참 정갈하고 감각있게 되어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진열해놨냐에 따라 구매욕이 달라지는데 여긴 장사가 잘 되겠다 싶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놓고 판매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가구나 의자 같은 것도 선택과 배열에 디테일을 잘 챙겼다. 비슷한 느낌의 쌈마이한 곳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남편분이 제빵과 음료.. 2024. 8. 7.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대원호 김선장 초저녁 더위를 뚫고 무전동에 새로 생겼다는 횟집 대원호 김선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이런 상호명이 먹히는 시대다. 넓은 공간에 깔끔하게 꾸민 가게에 쌍팔년도 감성의 이름. 음식만 맛있다면 히트 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힛 기다렸어요. 어서와요 하고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고양이었으면 더 좋았을테다. 우리 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네이버 지도상으로 660m에 불과. 하지만 올해 들어 최고 더웠다는 이 날의 더위를 뚫고 걷자니 6km는 되는 듯 느껴졌다. 데워질 대로 데워진 몸에 콸콸 쏟아붓는 차가운 켈리 한잔. 벌 수십마리가 목구멍 속에서 물어뜯는 듯한 탄산감. 이 첫잔의 쾌감은 정말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 메추리알 장조림, 양배추케요네즈샐러드, 삶은 완두콩, 씻은 묵은지, .. 2024. 8. 6.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퇴근길 니지텐, 삼문당 퇴근하면서 니지텐 에비텐동 안주로 병맥 한병. 내가 들어갈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조금씩 들어차더니 대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후다닥 먹고 자리를 비워줬다. 좋아하는 가게에 손님이 많이 오니 얼마나 즐거운가. 삼문당에 들러 드립 한잔. 여기도 내가 들어갈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곧 만석이었다. 쓰던 글을 대충 마무리 하고 일어나 자리를 비워줬다. 손님 한명이라도 더 받을 수 있었음하는 마음이었다.^^ 오래 살다보니 통영에도 단골이라고 할만한 집들이 생겨났다. 이런 맛집들의 단골일 수 있어 행복하다. 그들에게 나는 흔한 손님 중 한명에 불과하겠지만 내게 그들은 수많은 가게 중에 항상 생각나는 특별한 존재다. 그러므로 오래 오래 성업하길 바란다. 2024. 8. 2.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중정이 아름다웠던 아주르커피 예전만큼 카페 투어에 관심이 없어서 새로운 카페는 오랜만에 들린 듯 하다. 거제 아주동의 아주르 커피. 아주동 외곽 지역이라 매우 한적하고 주차 하기도 편해 첫인상이 참 좋았다. 외관만 봐도 평범한 건물은 아닌 것 같았는데 안은 더 예뻤다. 중정이 아름다운, 오래 머무르고 싶었던 공간. 하지만 안쪽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손님들 한팀이 휴식같은 공간을 도떼기 시장으로 만들고 있어 편하게 즐기지는 못했다. 피치 소르베와 말차바스크케이크, 에티오피아 시다마 필터 커피를 주문했는데 음료도 케이크도 모두 괜찮았다. 브런치도 제공하는 카페라는데 아마 다른 메뉴도 다 만족스러울 듯.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필터커피는 H 커피 로스터즈 원두를 가져다 쓰고 있었고 원두 종류는 싱글오리진과 디카페인 하나씩을 바꿔가면.. 2024. 7. 27.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통영진경 해무가 춤추던 오늘 아침의 통영 바다는 진정 아름다웠다. 2024. 7. 25.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거제 아주동 맛집 평화카츠, 덕둔버거에서 카츠 전문점으로 업종 변경 성공 덕둔버거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슬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곳 사장님께서 거제 아주동에 평화카츠를 오픈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환호성 지를 뻔했다. 일식카츠 불모지에 가까운 거제 통영 지역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교 수업 마치고 바로 거제로 달려갔다. 가게에 들어가니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공간에 먼저온 손님 두 분이 앉아 계셨다. 눈에 들어오는건 사랑과 평화라는 글이 써진 액자. 뜬금없이 힙하다.당대에 가장 필요한 정신! 돼지 일러스트가 덕둔버거에 있던 포스터랑 비슷. 제주돼지를 드라이에이징해서 사용한다고 하니 카츠의 맛이 더 궁금해졌다. 치즈카츠, 상등심카츠, 카레를 시키고 잠시 기다리니 바로 서빙되어 나왔다. 정갈한 돈카츠 한상의 만족스러운 .. 2024. 7. 23.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통영고등학교 방학식, 우동판다, 배양장 1학기 끝나기 전에 여기서 반 단체 사진 한번 찍어야지 하고 학기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학식 하는 날에야 겨우 성공. 이 착한 녀석들아! 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와중에도 사진 찍힌다고 고생 많았다. 방학 건강하게 잘보내라! 무전동에 우동 판다라는 일식 우동전문점이 생겼다길래 방학식을 기념하여 방문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냥 흔한 캐주얼 일식 프랜차이즈인줄 알고 들렀다. 손님이 많아 실내 사진은 제대로 못찍었다(렌즈도 40mm밖에 안가져 가서). 전형적인 일식당 스타일의 인테리어. ㄴ자로 배열된 다찌 자리10개가 끝 가게가 좁은 편이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다. 점심 시간에 좀 늦게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었다. 에비텐 우동. 그냥 레토르트 우동에 미리 준비해둔 냉동 새.. 2024. 7. 19. 출근길 통영 풍경 안개 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학년실 문을 여는 영광은 종혁샘에게 양보.... 하려했지만 지숙샘이 일등.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다이어트 도시락에 논알콜맥주나 마시고 있어야 하는 내 인생. 술 마시다 살이 찌면 술 마시려고 살을 빼는 악순환의 연속. 오오 그것은 인생~ 오오 그것은 외로움~~ 2024. 7. 2.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봉수골 단팥하우스 팥빙수 1. 통영 봉수골에 있는 단팥하우스라는 가게의 팥빙수다. 한그릇 6000원(2021년에 5000원 주고 먹었는데 3년사이 1000원이 올랐나보다.) 직접 삶은 팥, 찹쌀떡, 콩고물이 들어간 옛날식(우유가 아닌 그냥 얼음). 화려한 기교나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맛있다. 결국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기다. 다음에는 콩고물을 빼달라고 한뒤 시나몬 파우더(집에서 챙겨가서)를 팍팍 뿌려 먹어보려고 한다. 그러면 진주 수복빵집 팥빙수 느낌이 날 것 같다. 2. 팥빙수를 비롯한 팥 베이스의 디저트를 더없이 좋아하는 나이지만 팥을 먹으면 고질병인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서 힘들다. 괴로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있다. 3. 팥빙수 한그릇을 먹으며 인생을 되돌아본다. 다이어트 중이라 그렇다.. 2024. 6. 25. 아침산책 새벽미사 다녀오던 길에 오랜만에 대기가 너무 청아한 느낌이라 이순신공원쪽으로 빠졌다. 갈매기 대신 왜가리들이 점령한 동호항에서 뭐 그리 대단한 사진을 찍어온건 아니지만 코 끝이 찡할 만큼 싸늘했던 꽃샘 추위 속의 바닷가를 걷다보니 생각의 사이 사이에 켜켜이 끼여있던 삶의 찌꺼기들이 빠져나오는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상의 여유가 사라지니 잠시나마 그것을 다시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에 빠지는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행복이란 이렇게 상대적인것. 매번 망각과 상기를 반복하며 범부의 나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하루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지난 몇년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 무정히 흘러가는 시간 위에 하나의 지표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 2024. 3. 11.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대방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맛집 명촌횟집 진주에서 귀한 형님들이 오신다기에 좋은 곳이 없을까 물색하다가 추천받은 곳이다. 방어 코스를 예약하고 갔는데 솔직히 곁들임으로 나오는 것들을 보고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다. (코다리 조림, 멍게무침, 생율 등등.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하지만 메인인 방어회 나오는 거 보고 묵묵히 엄지를 치켜들었다. 맛부터 플레이팅, 압도적인 양까지 뭐 하나 모자람이 없다. 함께한 형님들도 대만족. 통영에서 대방어를 먹으려고 하면 이 집으로 가시라. 압도적인 친절함과 하이 텐션을 보여주는 여사장님의 고퀄 입담, 서비스와 함께 대방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24. 2. 23. 이전 1 2 3 4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