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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내죽도 공원 깊은 골목길 안에 이런 곳이 숨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지냈다. 매장에서의 커피 판매보다는 원두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공감로스팅팩토리.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탁자와 두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카운터 좌석 두개가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앉는다면 4명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해주시는 이런 저런 이야기(원두를 직접 꺼내 향을 맡게 해 주실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인생도처유상수라고 하더니 통영 곳곳에 은둔 고수들이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인퓨즈드 샤인머스켓. 커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인퓨즈드 커피, ..
집 근처에 이자까야가 생겼다고 하니 동네 주민으로서 그냥 있을 수 없어 다녀왔다. 조인수 부대찌개 옆, 식탁이라는 가정식 백반집이 있던 곳이었다. 오토시는 새싹 샐러드와 튀긴 건새우. 다마고멘치가츠 - 나쁘진 않았는데 약간 오버쿡 된 것 같은 느낌. 노른자가 조금 덜 익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건 2년전 지금은 토라라는 이름으로 바뀐 진주 숙성회찬에서 먹었던 다마고멘치가츠, 개인적으로는 이정도의 익힘이 좋았다. 야끼우동 - 조금 밍숭맹숭.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는걸 주문하고 잠시 뒤에 알게되서 가능하면 안맵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조리가 이미 시작된 후 말씀 드렸던 탓에 양념이 약하게 들어가버린 듯 했다. 그냥 디폴트 상태의 메뉴를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베이스 위스키는 제임슨)..
트레져스 커피 통영에서 파는 필터 커피를 종류별로 모두 마셔보고 있는데 콜롬비아 빌라 베툴리아 시드라를 5번째로 마시고 이건 찐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진한 적갈색이면서도 투명함이 느껴지는 이 한잔은 첫모금부터 엄청 진하고 강했다. 상쾌한 꽃향에 이어 과일의 달달함이 밀고 들어왔다. 물오른 물렁한 복숭아가 아니라 과육이 적당히 단단한 상태의 풋과일이 주는 새콤함이 섞인 단맛. 산미, 단맛, 기분 좋은 씁쓸함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바디감이 훌륭했다. 상태 좋고 개성이 넘치는 원두의 잠재력을 바리스타의 솜씨로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각이 주는 감동은 휘발성이 커서 이 맛을 구체적으로 기억 못할 것이 뻔하니 아쉬울 뿐이다. 가슴에 남기고 싶은 맛이었다. 스페셜티 커피를 왜 아이스로 마시냐고 묻는 사람..
봉수 돌샘길에 생긴 한옥 카페 돌샘길. 거북선호텔과 바다봄의 설종국씨가 새로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바다봄도 그랬지만 남들에게는 별 의미없어 보이는 곳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는게 놀랍다. 사방이 막힌 구석에 위치한 건물을 재활용해 이런 아기자기함과 청량감을 주는 카페를 만들어낸 걸 보면 확실히 보통사람과는 다른 감각이 있는 모양이다. 한옥 베이스의 공간에 찻집의 분위기를 누구나 좋아할만한 정갈함과 모던함으로 풀어내어 들리는 누구나 여유를 즐기다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곳에서 차를 마셔보진 않았지만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차를 마실때 받을 수 있는 안정감과 깨끗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밀크셰이크와 당고.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 담백하게 마실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주전부..
항남동에 새로 오픈한 적산가옥 찻집. 1936년에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식당을 했었는데 내부 구조가 너무 불편해서 찻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왜 노키즈존인지 바로 납득할 수 있는 계단. 2층이 카페의 접객 공간이라 엄청 가파르고 좁은 이 계단을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 애들 입장 허용하면 사고 꽤 많이 날듯. 주방이 1층이라 음료와 디저트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노동 강도가 상당해 보였다. 손님 많이 들면 주인 내외 몸살하시는건 아닌지.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를 몇군데 가본 적이 있지만 여기처럼 일본 스러운 곳은 드물었다. 통영이 아니라 일본 어딘가에 있는 찻집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들렀을 때는 마침 손님이 없어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잘 받을 수 ..
죽림 부산 통닭 자리에 생활맥주가 들어선지도 꽤 됐는데 이제서야 다녀왔다. 불금에는 맥주가 땡기는 법이라. 매장 내부가 꽤 넓고 인테리어도 괜찮은 편이라 좋았다. 여름날 앉아서 맥주마시면 딱 좋을 것 같은 곳. 컨셉도 꽤 잘 잡은듯. 와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딨겠나. 반겨줘서 고맙지! 별 웃기지도 않는 드립 붙여놓은 곳들보다 백배는 나아 보였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샘플러 사진이 예뻐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계량 비커에 따라져 나온 맥주들이 앙증맞았다. 샘플러 5종 중 한잔 들이켰다가 살짝 놀랐다. 뭔데? 체인점 맥주가 왜 이리 맛있어. 하고 메뉴를 다시보니 지역의 유명 브루어 들의 맥주를 사다가 파는 일종의 맥주 종합 플랫폼이었던 것. 큰 기대 없이 왔다가 맛있는 맥주를 맛나..
어린이날이니 먹고 싶은데로 가자고 했더니 명륜진사갈비를 선택한 진진이. 학교 친구들이 갔다왔다고 하니 궁금했나보다. 오가다 보면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다 가족들이 고기를 많이 먹어내는 타입이 아니라서 갈 생각을 전혀 안했던 곳인데 바라는대로 해겠다는 말을 했으니 들어줄 수 밖에. 궂은 날씨에도 손님이 많아 30분 정도를 웨이팅하고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통영에서 이정도까지 줄을 서서서 먹는 집이 또 있을까?). 고기질을 따질만한 가게는 아닌 만큼 큰 기대는 안하고 갔기에 고만고만하다 생각하고 구워먹었는데 문제는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1회용 그물석쇠와 고기만 올리면 솟아오르는 불길이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결과물을 자연스레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었달까.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올라오던 숯의 검댕이 ..
테이크아웃만 되는줄 알고 한동안 가볼 생각도 안했던 요으. 오랜만에 케이크나 사다 먹을까 싶어 갔더니 모모스 프루티봉봉 블렌드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매한다고 해서 한잔마시고 왔다. (패널에서는 듁스원두와 슈퍼말차를 들여와 팔고 요으는 모모스 원두를 사용하다니. 재밌군 재밌어.) 얼핏보니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 에스프레스 머신을 사용하는 것 같던데(자르였나?) 원두가 좋으니 왠만한 커피 전문점들의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나은 맛이 났다(그래서 내친김에 바닐라라떼도 한잔). 싱글오리진 필터커피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메리카노에서 이렇게 복합적인 맛을 낼 수 있는건 쉬운게 아니지. 오랜만의 요으는 여전히 좋은 것. 앞으로 또 자주 가겠구나.
무전동에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이 생겼다고 하니 안가볼 수가 없어 살포시 다녀왔다. 오코노미야끼 맞은 편에 위치한 스시미노, 셰프님 성함이 민호여서 붙은 이름인듯(근데 또 한자로는 미로 - 맛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업장 내부는 이런 분위기, 다찌 좌석 6개의 좁지도 넓지도 않게 딱 적당한 공간감.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기본셋팅 샐러드 없이 차완무시부터 시작.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부드러운 계란찜. 볼륨감은 약하지만 감칠 맛이 좋았다. 바로 쪄낸듯 엄청 뜨겁게 나와서 놀랐다. 평범한 미소장국. 광어, 도미뱃살과 등살, 부시리. 그대로 소주 한병각. 삼치유자폰즈. 비주얼과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딱 그대로의 모범적인 맛. 문어조림, 적당한 짠맛과 단맛, 쫀득한 문어의 조..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에서 마츠다 부장이 슬러쉬된 얼음이 한껏 올려진 맥주를 마시며 감탄하는걸 보고 한국엔 저런게 없나 했는데 역시나 있었다. 설맥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 팔고있는 눈꽃맥주. 얼마 전에 죽림점이 생겼다고 해서 벼르고 있다가 월요일부터 달려갔다. 크라운맥주나 역전할맥과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비주얼과 맛. 맥주가 싱겁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 어차피 올려진 슬러쉬가 맥주 얼린거라 녹아도 맥주가 묽어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녹을 틈도 없이 완샷을 때리는게 이 맥주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이라 나오자 마자 슬러쉬를 휘휘 저어서 단숨에 클리어. 어차피 이런 류는 홉의 풍미니 뭐니 그런걸 따지는게 아니라 청량감+부드러움 하나로 밀어붙이는거고 딱 그정도 느낌으로 즐겁게 마셨다. 더운 여름날 늦은 오..
삼문당에서 커피 파티 인 통영이라는 행사를 진행한다기에 네이버에서 예약하고 다녀왔다.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 있던 참여 팀 소개. - 라이픈커피(속초) @reifencoffee 속초 교동에 자리한 작은 원두상점. 계절마다 신선한 원두를 고르고 로스팅합니다. - 비스킷플로어(서울) @biscuit_floor 서울 공릉동에 있는 로스터리. 비스킷플로어 만의 색이 담긴 데일리 커피를 지향. 철에 맞는 다양한 커피를 즐기고자 합니다. - 목요일 오후 네 시(진주) @thu_pm4 목요일 오후 네 시는 하루중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동안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커피를, 시간을 느끼길 바라는 곳 입니다. - 인덴트커피(서울) @indent_coffeeroom 서울 망원동 ..
퇴근길에 올곧에 들렀다. 사실은 집에 주차하고 애써 걸어갔다 왔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이상하게 아침부터 이 집 바닐라플로팅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주문을 했는데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져서 안된다고 말씀하시려다가 확인해 보시고는 주문을 받아주셔서 아름다운 자태, 압도적인 볼륨감을 가진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스크림 라떼류는 아이스크림 맛이 커피맛을 눌러버리기에 커피를 즐기는 게 아니라 달달한 음료를 마신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었는데 올곧에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정말 맛난 라떼가 아이스크림에 지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니 둘의 시너지 효과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폴바셋 아이스크림 라떼를 아득히 넘어서는 경지.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잔씩..
학기 초라 정신 없이 살다보니 신상 카페가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다. 동피랑 바로 옆임에도 한적해서 산책하러 자주 돌아다니는 곳인데 잠시 안간 사이 기습 오픈이라니. 간판이 너무 작아서 카페인 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2000년대 초중반, 한 세월을 풍미했던 컴팩트 디카들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어서 추억 돋았다. 몇개는 나도 갖고 있던거라. 장식장의 디비디 타이틀도 그렇고 사장님이 나랑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신 듯. 요즘 귀한 대접 받는 녀석들도 보이던데 나쁜 맘으로 들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됐다.앞에 아크릴 파티션이라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부는 꽤나 넓고 여성분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나눠진 공간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려한게 느껴졌다. 벽의 도색과 질감이 약간 부조화스러운게 아..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한점 먹고 감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나 안정적인 평균 이상의 고기 퀄리티. 깨끗한 매장, 친절한 직원들, 무엇보다 집 앞이라는게 제일 좋은 김형제 고기의 철학. 솔직히 통영에 이만큼 하는 집이 거의 없다. 며칠전에 통영의 모 고기집에서 대단히 황당한 일을 겪고 나서 들렀더니 이 집은 정말 선녀다 선녀. 요즘은 커피 마시느라 술을 자제하는 편. 일주일만에 마셔서 그런지 맥주가 달달했다. 농담 아니라 스텔라 아르투아 끝맛에서 아카시아 벌꿀 향미를 느꼈다. 그래서 두잔 연속 드링킹. 사실은 한잔만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박효신의 눈의 꽃이 흘러나오길래. 임용고사 준비하던 때가 생각나서 술이 땡겼다. 2004년에 방영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곡, 그때 참 좋아했었다. 전주 부분만 들어도..
요즘 게이샤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건 다분히 그 커피가 갖고 있다는 최고의 향미를 내가 느낄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전문 용어로 돈지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본인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맛보고 싶지만 인근에 그걸 취급하고 있는 곳이 없고 경험할 수 있는게 가성비가 좋다는 니카라과 핀카 리브레나 콜롬비아 마난티알레스의 것이었다.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떼루아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테고, 로스팅과 보관상태, 내리는 방법에 따른 변수도 엄청날테니 사실 아무리 많은 곳에서 마셔본다고 해도 그 정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4곳에서 게이샤를 마셔봤는데 맛과 향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이타라운지의 게이샤는 콜롬비아 마난티알레스의 것이었는데 커피 테이스팅하는 이들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