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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관광객 놀이는 하고 싶은데 오미크론의 기세가 무서워 어디 멀리는 못가고 마리나 리조트가서 1박하고 왔다. 2010년 겨울에 진주고등학교 워크샾 가서 묵었던게 마지막이었으니 12년만. 돌아다니기가 애매해 방에 콕 박혀 있었다. 그래도 탁 트인 바다 보면서 누워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 통영이니 통영맥주. 사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집에서 챙겨온 메이커스마크 홀짝거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밤에는 별궤적도 좀 찍어보려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데다 밤새 조업하는 배도 많아서 실패. 괜히 잠만 설쳤다. 아침부터 한산도 들어가는 뱃소리에 잠을 깼다. 어느새 떠오른 태양.... 멍 때리다 보니 체크아웃할 시간이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며 술만 마시다 왔는데도 참 좋았다. 관광지에 사니 멀리 안나가..

2022년 첫 해를 타워크레인이 매달고 있더라구요. 복이 스스로 찾아 오지 않는다면 멱살을 잡고서라도 끌고 오는 멋진 한해 보냅시다!

박효자길에 있는 대륙미술학원 앞을 지나다 만난 길냥이. 작년에 봤던 녀석이랑 똑같이 생겨서 '잘 살았어?' 하며 반가워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성묘가 안됐을리가 없지하는 의문이 생겼다. 집에 와서 사진을 비교해보니 얼핏보면 거의 똑같지만 털 무늬 등이 미세하게 달랐다. 아마도 같은 어미가 낳은 다른 녀석인 듯 하다. 이 사진이 일년전에 만났던 녀석. 내가 다가가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숨더니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시하는게 너무 귀엽더라. 그나저나 작년의 그 녀석들은 잘 커서 어미곁을 떠난 것인지....

통영시의 상징 통영고양이. 통영시 표지석을 한참 동안이나 지키고 앉아 있던 녀석. 통영시는 통영을 고양이 친화 도시로 선포하라.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사진찍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소년냥이들. 이 녀석들 덕분에 학교 생활이 즐거워지고 있다.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던 저녁. 바닷가로 테라스가 뚫린 라인에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옆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동호안길에서 만난 애교쟁이 길냥이. 시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길래 경계심이 심하겠거니 했는데 어느 순간 다가와서는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만져달라고 연실 볼을 부비며 바닥에 드러누워 어쩔 줄을 모르더라. 외양과는 다르게 애교가 넘쳐 흘렀던 녀석. 한참을 쓰다듬어 주며 놀다 집에 가야할 시간이 되서 일어났다. 잠시 걸어가다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보니 그 사이 나타난 할아버지 한분의 손길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하는 짓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이 냥이는 사람만 보면 좋아서 강아지처럼 달려드는 것 같았다. 그동안 해꼬지 하는 이를 안만났기에 경계심이 없는 것일까? 어찌됐든 앞으로도 사람과 세상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갖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