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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오랜만에 가본 벚꽃 명소 봉평주공아파트의 길냥이들. 긴 겨울을 잘 버티고 봄을 맞이했다. 추위로 쌓였던 노곤함이 봄날의 햇빛에 녹아내리는 듯 느릿느릿 여유로운 움직임에 경계보다는 여백이 많다.

시장에 가보니 봄 두릅이 탐스럽게도 놓여있더라. 다이어트만 아니었다면 바로 사다가 데쳐서 초장 푹찍어 막걸리 안주로 먹어버렸을 것을. 봄은 봄인데 쑥향도, 냉이향도 못맡고 사는 엄혹한 나의 봄. 이게 사는건가 ㅜ_ㅜ

무심한 척 하며 다가온 봄, 하지만 감출수 없는 다정함이 배어나오는 날씨. 은은히 풍기는 꽃내음을 맡으며 옛동네 진주를 걷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벚꽃 한그루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철 모르는 나무구나 라는 말을 내뱉다가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 계절감이 2월에서 멈춰있었을 뿐. 세상의 시간은 어느새 4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 철 모르는건 저 벚꽃 나무가 아니라 나였던 것이다.

꽃이 피는 계절, 3월도 중순에 다다르고 있는데 아직도 2월의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미로의 끝은 어디인가?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망울을 터뜨리기 직전, 사랑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그것이 이뤄지기 직전,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바라는 바의 성취를 목전에 둔 순간. 꽃이 피고, 사랑이 이뤄지고, 소원을 성취한 순간부터 아름다움이 시들해지고, 사랑이 식어가고, 기쁨이 사라지는 이유는 우리가 항상 한순간 뒤를 바라보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목련의 망울이 터지기 전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를 이루고 나면 공허감에 빠지고 또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내 모습을 돌아본다. 항상 터지기 직전의 그 꽃봉우리 같은 모습,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