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tationery (65)
코인러버의 다락방
군산에 있는 판상절리와 윤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페이퍼웨이트. 평소 좋아하는 콘크리트 소재라는 점이 관심을 먼저 끌었다. 군산 바닷가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표면에 남은 결을 보는 순간 고성 상족암의 절리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바다를 직접 보지 않아도 기억 속의 풍경이 물건을 통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마감이 아주 정교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만져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특히 펜을 놓는 부분은 매끄러워야 할텐데 돌기같은 것들이 있어 펜 표면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형태와 질감이 주는 인상이 좋아서 결국 마음에 남는다.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문진이 지닌 적당한 무게감은 널뛰듯 오르내리는 ..
작년 말에 만나 술 한잔을 하던 자리에서 형이 파버카스텔 만년필을 하나 주겠다고 했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이모션 정도를 떠올렸는데, 며칠 전 실제로 받아 들고 보니 그라폰 기로쉐였다. 이미 가지고 있던 그라폰 클래식 오리지널 퍼남부코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다. 기로쉐는 전체 길이가 약간 더 짧았고, 캡은 스크류 방식이 아닌 스냅온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차이는 닙이었다. 오리지널이 18K 투톤 닙인 데 비해, 기로쉐는 같은 18K이지만 루테늄 코팅의 원톤 닙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그라폰 라인업 안에서도 이렇게 디테일에 차이를 두는 걸 보니, 파버카스텔도 나름 치밀한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물을 접하기 전에는 그저 배럴 소재만 다른 정도로 여겼는데, 막상 비교해 보니 인상이 꽤 다르다..
문구 잡지 온 더 데스크가 어느새 9호까지 나왔다. 처음에는 과연 이런 잡지에 수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펀딩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니 코어 문구인층이 생각보다 꽤 두텁게 형성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문구야말로 소확행의 대명사 아닌가. 여러 분야의 컬렉팅에 도전해 봤지만, 결국 늘 마주치게 되는 한계는 공간이었다. 부피가 큰 것들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문구는 탐미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꽤 이상적인 수집 대상이다. 사실 몇몇 특출난 제품을 제외하고는 문구류에서 감동적인 기능성을 느껴본 적은 많지 않다. 만년필도, 볼펜도, 샤프도, 칼도, 가위도, 노트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결국 비슷한 감각으로 쓰이게 된다. 물론 내가 전..
인스타에 누군가가 올려놓은 로트링 600 로프트 한정판 사진을 보고 '색이 완전 예쁘다! 이건 사야해!'하며 판매처를 검색해봤는데 국내샵들 가격은 미쳐있었고 해외직구 하기도 애매해서 포기. 갖고 있는 샤프나 잘써야지 하며 쌓아놓은 것들을 정리하다보니 언젠가 선물받은 로트링600 박스에 로프트 로고가 박혀 있었다. 설마하고 열어봤더니 바로 그 노란색 한정판 ㅋ. 로트링 600을 이미 두자루 갖고 있어서 선물받은 건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했던 것이다. 한정판을 선물 받은 걸 모르고 고만 고만하게 감사했던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더 격렬하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어야 하는데.... 어쨌든 방에 물건이 넘쳐나다보니 갖고 있는것도 모르고 또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한번 도를 넘은 물욕을 반성하며 올해는 정..
작가 시리즈 등 한정판으로 나온 것을 제외하고 통상 모델 중에서는 최상위에 위치하는 몽블랑의 기함급 제품 마이스터스튁 149. 만년필에 발을 들인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궁극기 중 하나다. 나 따위의 글씨체에 몽블랑이 웬 말이냐며 신포도 이론을 주장해 왔지만 정신 차려보니 이 지경. 솔직히 이 가격대 제품의 필기감이 좋지 않다면 그건 특경법으로 다스려야 하는 거 아니겠나. 살짝 사각거리면서도 부드러운, 그리고 몇 바닥의 글을 써 내려가도 균일한 흐름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제품을 카피한 진하오 X159를 써보고 이 굵기의 배럴이 내 손에 딱 맞다는 걸 깨달았다는 게 아이러니. 저렴한 제품과 비싼 제품의 차이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안정성인 것 같다. 중국 제품의 성능이 좋은건 부..
라미 사파리 무제 에디션에 라미 m57 14k 금촉을 끼워주었다. 가장 저렴한 라인업의 만년필에 임포리움의 펜촉이라니. 개발에 편자, 마티즈에 페라리 엔진이랄까. 그래도 무제 로고가 박힌 만년필을 그냥 쩌리로 놔둘 순 없었다. 출판사 사장님이 핫한만큼 굿즈에도 예우를 해드려야지. 금촉이 화사하게 빛나는구나.
결혼식 축의금에 대한 답례로는 조금 과한 것 선물을 받았지만 그 성의를 돌려보내기는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평소부터 파일롯트 만년필은 하나쯤 갖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손에 넣게 될 줄은 몰랐네. 중학교 시절부터 만화를 그렸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국산 3N 펜촉에 파일롯트 잉크를 찍어서 펜선을 입혔다. 구력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3N펜은 제브라 스푼펜, G펜으로 바껴갔지만 만화 그릴 때 사용했던 잉크는 항상 파일롯트였다. 20대까지의 나는 당연한 미래로 만화가의 삶을 꿈꿨고 파일롯트는 내게 단순한 잉크가 아니라 미래를 이어갈 삶의 수단이었다. 다른 네임드 만년필들은 필기구보다 명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파일롯트는 확실히 문구류 포지션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비싼 돈 주고 선뜻 고급 라인의 제품을..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때 화제가 됐던 서명용펜. 몇달후 모나미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하길래 구매해봤다. 모나미의 문제는 한정판이라고 내놓고 실제로는 한정판이 아닌 것. 온라인에 판매처가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나는 예약 판매 때 구매했는데 불량품이 와서 일반 경로로 구매한 사람보다 늦게 받았.... 불량품을 수리해 준다길래 교환이 아니라 수리가 무슨 말이냐고 항의 했더니 한정판이라서 물량이 없다고.... 아니 그럼 지금 온라인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체 뭐야? 펜 자체는 특이할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서명하기 좋은 마커펜에 나무와 금속 소재로 만든 커버를 씌워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든 것. 굳이 구매할 필요가 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그래도 방명록 쓸일 많은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아이템일지도 모..
개인적으로 클립없는 유선형 만년필을 좋아하는데 알리에서 갑자기 광고에 뜬 제품이 너무 맘에 들어서 속는 셈치고 구입해봤다. RIIMOO라는 회사는 이름도 처음 들어 봤는데 설마 사진하고 같진 않겠지 했는데 받아보니 똑같더라. 매트한 질감으로 도장된 금속 소재에다 무게감도 적당. 솔직히 필감은 그리 기대안했는데 살짝 낭창한 닙에 흐름도 괜찮고 필사하기 딱 좋더라. 캡이 스냅 방식인데 조금 많이 뻑뻑하다는 것, 그리고 마감에 아쉬운 부분이 살짝 있다는 것 빼고 이 가격에 이 디자인, 이 필감이면 매우 만족스럽다.
그라폰 클래식 라인을 베꼈음이 틀림없는(?) 홍디안 1866. 전체적인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실제로 보니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마감이나 재질의 퀄리티는 그라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원본을 빼고 생각해 보면 꽤 잘 만든 제품이다. 진하오 100. 어딘가 장난감 같은 이런 색감의 배럴을 가진 만년필을 하나쯤 사고 싶었지만 오로라 같은 제품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까지 갖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쪽 계열의 이미테이션인 듯한 진하오 100을 구매했다. 원본과의 비교는 의미 없겠지만 마감이나 재질도 괜찮고 필감도 좋은 편이다. 닙에 18K GP라고 새겨져 있길래 뭘까 했는데 18K 도금이라고 한다. 그게 의미가 있나? 중국산 만년필의 약진이 놀랍다. 이렇게 배껴나가다가 결국은 어느 궤도에 올라있겠지. 홍디안이..
주로 쓰는 샤프들. 쿠루토가 우드, 쿠루토가 다이브, 카웨코 알블랙, 스태들러 헥사고날, 로디아 스크립트. 마니아들이 보기엔 소소하기만한 제품들이지만 내게는 큰 만족감을 주는 녀석들이다. 하루에 하나씩 바꿔 들고다니면서 뭔가를 끄적거린다. 제일 최근에 들어온게 쿠루토가 우드. 쿠루토가 엔진의 성능과 유격 개선 등등의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고 그립 부분의 나무 재질이 참 좋다. 파버카스텔 그라폰 퍼남부코도 갖고 있지만 이 녀석은 들고 다니면서 쓰긴 부담스럽다. 관상용에 가깝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배송비 포함 7900원에 구입한 진하오 X159.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를 카피한 제품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써보니 여태껏 만져본 만년필 중 필기감이 가장 좋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물론 재질도 마감도 브랜드 가치도 원본인 몽블랑에 비할바는 절대 아니지만 글을 쓴다는 원래 목적에만 충실히 몰입한다면 이 제품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모나미 펜클럽 7기 2번째 리뷰 제품으로 전달받은 이지클릭 보드마카. 직업이 직업인지라 보드마카를 자주 쓸 수 밖에 없는데 마침 딱 바라던 컨셉의 제품이 손에 들어와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총12색 세트, 외장 플라스틱의 발색과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 일반적인 보드마카들이 마개형으로 되어 있는데다 두껍고 짧은 형태라 와관 같은 건 포기하고 사용해 왔는데 이 제품은 보드마카라고 생각하기 힘든 귀여운 외형을 보여준다. 손에 들었을 때 이정도 느낌. 일반 펜을 쓰는 느낌으로 보드에 판서를 할 수 있어 좋다. 평소에는 팁이 수납되어 있다가 오른쪽 끝의 버튼을 누르면 튀어 나온다. 화이트 보드에 실제로 판서를 해봤다. 조금 묽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당연히) 끈김없이 잘나오는데다 그..
윙크 잉크 딴건 모르겠고 병이 예뻐서 구매했음. 마개가 나무로 되어 있는게 맘에 들었다. 카키모리 잉크는 나무 마개 구매하려면 몇만원을 줘야하는데(나무 재질이 더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필사를 해보니 점도와 발색이 꽤나 맘에 들었다. 눈으로 보기엔 좀 많이 묽은 것 같았는데 실제로 써보니 번짐도 없고 딱 좋은 수준. 고즈넉한 우리집 분위기랑 딱 맞는 색깔이라 더 좋게 느껴진다. 윙크 잉크는 오리지널, 유유자적, 피어나다, 익어가다 등으로 구분하는 듯. 몇년전에 처음 보고 반했던 파이로트의 이로시주쿠만큼이나 이쁜 잉크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몇년새 이렇게까지나 문구류의 다양화가 이뤄지다니. 문화가 피어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구나!
내 돈 주고 구매한 첫 만년필이었던 라미 루테늄. 당시의 나에게는 꽤 비싼 필기구였기에 애지중지하고 있다가 한번 떨어트려 흠집이 난 후에는 부담 없이 막 사용하고 있다. 그때는 촌스럽게 만년필에 이름 각인 같은걸 하고 있었구만 ㅋ 고만 고만하게 잘 쓰고 있는 라미 사파리 오리진 사바나 그린과 테라 레드. 라미는 이상과 같은 입문용 만년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고급 라인업도 존재한다. 라미 2000이 대표적인 경우. 라미 만년필은 사파리와 룩스로 충분히 만족했기에 더 구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 모델의 타원형 배럴을 보는 순간 물욕이 생겨나고 말았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입에 달고 살았던 엔타시스 양식 ㅎ) 묵직한 느낌을 좋아해서 소재도 일반판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