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구매한 첫 만년필이었던 라미 루테늄.
당시의 나에게는 꽤 비싼 필기구였기에 애지중지하고 있다가
한번 떨어트려 흠집이 난 후에는 부담 없이 막 사용하고 있다.
그때는 촌스럽게 만년필에 이름 각인 같은걸 하고 있었구만 ㅋ
고만 고만하게 잘 쓰고 있는 라미 사파리 오리진 사바나 그린과 테라 레드.
라미는 이상과 같은 입문용 만년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고급 라인업도 존재한다.
라미 2000이 대표적인 경우.
라미 만년필은 사파리와 룩스로 충분히 만족했기에 더 구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 모델의 타원형 배럴을 보는 순간 물욕이 생겨나고 말았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입에 달고 살았던 엔타시스 양식 ㅎ)
묵직한 느낌을 좋아해서 소재도 일반판 보다 비싼 스테인리스 모델로 선택.
컨버터가 분리되는 일반적인 만년필들과는 잉크 채우는 방식이 달라서(피스톤 필러) 처음 사용할 때 조금 헤맸지만
시필을 해보니 소위 버터필감이라 부르는 정말 부드러운 느낌이 너무 좋았다.
닙이 약간만 튀어나와 있는 이런 형태를 후드닙이라고 하는데 잉크가 잘 마르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굳이 단점이라면 잉크 흐름이 풍부해서 종이를 많이 가리는것 정도랄까.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이만큼 만족스러운 디자인과 성능을 함께 가진 제품을 찾기 힘들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