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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그러고보니 교사 생활하면서 보람이라는걸 마지막으로 느껴본게 언제였을까. 보람? 아직도 대한민국 교육계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헌가? 닿지 않을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일 뿐이지. 미련에 빠져 포기하지 못한 채. 내가 정말 술을 끊을래야 끊을수가 없다. 맨 정신으로 버티는게 너무 힘든 나날이라. 에잇 빌어먹을 세상! 진짜!

첫 부장을 맡았던 날이다. 첫 학년 부장 업무가 시작됐던 날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 어둠 속의 길을 달려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학교에 도착했다. 학년실의 문을 열고 첫날 무엇부터 해야할 지 정리하다보다 날이 밝아왔다. 창밖을 바라보니 첫 학생이 등교하고 있었다. 첫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비록 이후의 2년은 실패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저 때의 나는 분명 뒷목을 타고 오르는 순수한 고양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사진을 통해 그 기억이,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요즘 대학 수시 원서 쓰는 법이 달라져서 담임들이 아무것도 안 한다며 원서 쓰는 법은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하는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 글에 동조한 사람들의 댓글을 보니 이미 교사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철밥통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잠시 그 글을 쓴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반박 해보자면 1. 수시 쓰기 전에 당연히 상담을 한다. 학생들에게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그 대학들의 요강을 분석하며 대입 결과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합격 가능성을 계산한 후 전년도 몇년간의 입시 결과를 고려해 프로그램의 결과를 보정하여 학생에게 말해준다. 그 과정에서 적성에 맞는 다른 대학을 권유하기도 한다. 지원 가능한 6군데 중에 상향, 적정, 하향을 적절히 배분하게 지도하며 적어도 한 개 정도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학내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의 집회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노조를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우리나라 대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절망감을 느꼈다. 고소한 학생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지금 재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합격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은 분명 대입 필수요소인 자기소개서의 3번 질문인 학생시절 실천한 나눔과 배려에 대한 내용을 누구보다 멋지게 채워넣었을 이들이다. 대학교 입학 전에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 봉사정신이 그렇게 투철했을 인재들이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몇년을 지내면서 청소노동자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를 이해하고 배려할 마음을 완전히 버려버린채 오직 자신들의 수업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소할 정도라..

교사가 되고 나서 15년간 한번도 쉬지 않고 담임을 맡았기에 하고 싶으면 언제나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영여고에서는 인성부장으로 2년을 구르고 나서야 겨우 쟁취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자리였다. 전근+코로나+인성부의 삼단콤보로 인해 교사로서의 삶이 멈춘 것 같이 느껴졌던 지난 2년.... 이제 시간이 다시 흐른다.

남해에서 시작해 진주, 고성을 거쳐 통영까지, 교사가 된 뒤 4 지역에서 근무를 해봤기에 느끼는 건데 각 지역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진주 출신이라서 그런지 나한테 제일 잘맞는 분위기는 역시 진주였다. 남해와 진주는 비슷한 면이 많았는데 남해 지역 학교의 선생님들은 진주에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고를 거쳐 고성에 갔을 때는 그 학교의 문화에 적응하는데 1년이 꼬박 걸렸다. 마산, 창원,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다양한 지역의 선생님들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통영으로 옮기고 나서도 고성과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면 적응이 가능하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2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학교가 낯설고 힘들다. 코로나 때문에 교사들끼리도 교류가 많지 않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통영 지역의 학교 ..

내가 다락방을 운영하면서 외부 이미지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 자료는 보다가 너무 감탄해서 내가 다시 보고 싶어 저장해둔다. 현 세태에 대해 이보다 더 신랄한 풍자가 있을까 싶다.

매일 아침마다 한시간씩 서서 교문지도를 하다보면 멀쩡하게 교복 잘입고 오는 착한 학생과는 대화할 기회가 없고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는 학생들만 대하고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말도 안되는 여러 사건들에 휘말려 감정 싸움을 해야하고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이해하려 노력하며 조사해야한다. 그 와중에 사소한 실수라도 하게 되면 내 삶이 힘들어질 것을 알기에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듯이 조심하며 행동한다. 그러다보니 마음 속에 응어리가 쌓여가고 교사 생활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든다. 그냥 일반적인 담임이라면 반에 이상한 학생이 있어도 나머지 착한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인성부장은 그게 불가능한 것이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강해진다. 인성부장은 최대 1년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