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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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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직장 아마도 올해 가장 자주 보게될 풍경. 예전의 진주고등학교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2년 전 수능 감독하러 왔을때 이곳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교실 책상 정리하다가 셀프컷. 시작하는 느낌은 참 좋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한잔. 살짝 취한다.
건국전쟁이라구요? 그래서 여러분 국사책은 한번 읽어봤어요? 안읽어봤어요? 그래서 이승만이 국제연맹에 조선에 대한 위임통치 청원 했어요? 안했어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하다 각종 삽질과 갑질로 탄핵됐어요? 안됐어요? 정읍발언으로 남북 분단의 시작점을 열었어요? 안열었어요? 반민특위 방해로 친일파들 살려줬어요? 안살려줬어요? 북한의 남침 대비 제대로 했어요? 안했어요? 한강철교 폭파하고 도망갔어요? 안갔어요? 부산정치파동 일으켰어요? 안일으켰어요? 발췌개헌했어요? 안했어요? 사사오입 개헌 했어요? 안했어요? 315부정선거했어요? 안했어요? 419로 쫓겨났어요? 안쫓겨났어요? 이상의 내용이 교과서에 있는 거 알아요? 몰라요? 학교 다닐때 국사책은 한번 읽어봤어요? 안 읽어봤어요? 역사를 영화보고 배워요? 역사책 보고 배워요?
어쩌다 각자도생 1. 예전에는 전근 온 사람은 적응부터 하라고 중요하고 난도 높은 업무는 원래 있던 사람에게 맡기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다들 기피하는 업무를 새로 온 사람에게 맡기는게 관례인 양 굳어가는 것 같다. 사경을 헤매다 학교로 돌아온 사람에게 배려는 커녕 정상 컨디션으로 생각하고 업무 시키는 모습도 참 보기 그렇고. 학교 문화가 이 지경이 됐는데 학생들에게 배려와 나눔을 가르치는게 가당키나 하겠나. 그냥 각자도생이다. 어디나 다 그렇다. 2. 어디든 잘하는 곳은 모든 일을 짧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며칠씩 불러서 불필요하게 진 빼는 곳 치고 제대로 돌아가는 겨우는 못 봤다. 장황하다 = 혀가 길다. 결국 핵심은 없고 겉만 챙긴다는 뜻이 된다. 3. 내 얘기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口腹寃讐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정말.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학교에서의 나와 그 밖에서의 나를 철저히 분리시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애들과 고슴도치 부모들에게 등신 취급 당하며 사는 모멸감을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엔데믹이 선포된지도 오래되었는데 마스크는 왜 그리 철저히 쓰고 다니냐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냥 웃음으로 넘기거나 남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얼버무리고 말지만 사실은 기억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잊혀지고 싶기 때문이다.
뉴노멀 이제 개학한지 거의 한달, 2학기 들어 처음으로 결석과 조퇴가 없는 날을 맞이했다. 출석부에 특이사항 기록할게 없으니 어색하더라. 종례하며 애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생활기록부를 검토하다보니 올해 개근상을 줄 수 있는 학생이 1명 밖에 없다. 어쩌다보니 개근이 스펙이 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지경의 일상화. 그야말로 뉴노멀이 아닌가.
답답 1.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이 한국을 망쳤다는 쌍팔년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들이 말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계속 약화되어 온 지금 학생들의 인성은 더 좋아지고 대한민국은 나아졌나? 교육에 대해선 아무 고민도 안하면서 맨날 같은 소리만 해서는 바뀌는게 없다. 내가 졸업한 이후, 내 자식이 졸업한 이후에도 교육의 방향성에 제대로된 관심을 가질 때 나라도 함께 변할 것이다. 2. 한때는 학생들을 가족 처럼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들에게 선생은 너희의 부모나 삼촌이 아니니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자주 만나다 보니 기본적으로 타인인 선생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하듯 막무가내인 애들이 있다. 나는 내 자식도 예의 없이 굴면 혼낸다. 그들은 잘못해도 야단칠 수 없으니 내..
수시와 고교학점제 1. 수시(수시 혹은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거의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하나로 묶어서 얘기하자.)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고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인한 교육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침묵했지만 이제는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모든 상황에서 그 어떤 가치보다 공정을 중시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말하고 있는데 입시에서는 왜 그것을 적용해서는 안되는가? 사교육이 활성화되든, 학생들이 힘들든 개인이나 집단의 주관이 반영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는 수능 성적..
교직의 낭만 그러고보니 교사 생활하면서 보람이라는걸 마지막으로 느껴본게 언제였을까. 보람? 아직도 대한민국 교육계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헌가? 닿지 않을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일 뿐이지. 미련에 빠져 포기하지 못한 채. 내가 정말 술을 끊을래야 끊을수가 없다. 맨 정신으로 버티는게 너무 힘든 나날이라. 에잇 빌어먹을 세상!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