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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시(수시 혹은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거의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하나로 묶어서 얘기하자.)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고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인한 교육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침묵했지만 이제는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모든 상황에서 그 어떤 가치보다 공정을 중시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말하고 있는데 입시에서는 왜 그것을 적용해서는 안되는가? 사교육이 활성화되든, 학생들이 힘들든 개인이나 집단의 주관이 반영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는 수능 성적에 의한 진학이 지금 우리나라의 가치관에 가장 적합한 것 아닌가? 학생부 내신 성적 지표가 되는 학교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의 시험은 학교마다 문제 난이도 등이 다르지만 수능은 중앙 정부에서 출제하는 것이니, 모두 똑같은 수준의 문제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법으로 치르니 학생들의 학력 지표를 가장 공정하게 산출할 수 있는 것 아닌가?(수능이 학력 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해묵은 논쟁은 논외로 하자. 나는 그래도 일부 내신 시험문제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과 영역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따라 교사에 따라 학생부를 작성하는 역량이 모두 다른데 그게 어찌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 학생이 어떤 학교, 어떤 교사를 만나든 자신의 역량만으로 진학을 할 수 있는 게 공정 아닌가? 그런 식으로 본다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인 공정에 방점을 찍고 정시 위주의 입시로 돌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 아닌가? 

 

2.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가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무슨 개 짖는 소리인가?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건 어느 상황에서든, 어느 학년에서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 걸을 쫓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닌가? 단순하게 어떤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지를 학생이 정하게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인가? 1학년 입학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아 물론 돈 있고 능력 있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부모가 코치를 하든 어딘가에서 컨설팅을 받든 선택을 잘 해내겠지만) 애들에게 교사들이, 학교가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는 게, 과목 선택을 진지하게 하지 못하면 진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안내를 하며 돕는 게 그 나이의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소수의 똑똑한 학생들이야 진지하게 고민하고 오랜 사전 조사를 통해 과목을 선택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냥 기분에 따라, 친구가 뭐 듣는지에 따라 어떤 과목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 과목을 들으면 어떤 진로로 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마무리해 버리는데 시간이 흘러 그들이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때 자신이 과거에 한 과목 선택이 발목을 잡는다면 그건 올바른 일일까? 나는 차라리 예전의 수능 위주 입시가 더 인간적이었다고 본다. 1, 2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방황하다가도 3학년 때 정신 차려서 가고 싶은 학과,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미친 듯 공부해서 입시 결과를 냈던 때가 학생의 선택권이라는 의미에서는 더 열려있던 시기였다 싶다. 지금의 교육에서 바라는 선택권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등학교 다닐 때 꽃길을 걷는걸로 착각하게 해줬다가  졸업하면 드러나는 가시밭길은 알아서 감내하라는 것인가? 학교 다닐 때 힘들더라도 졸업하고 나서 자기 삶을 바라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게 진정한 의미의 선택권이 아닌가? 

 

3.

 

이런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차피 우리 교육은 입시를 빼면 성립이 안되는데. 예나 지금이나 모든 초점은 상위권 대학 진학에만 맞춰져 있는데. 최신 교육이론에 근거한 좋고 아름답고 혁신적인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지, 덕, 체를 함양하는 전인교육의 완성이라는 고전적인 가치는 한번이라도 달성해봤는지를 돌아보자. 당신들이 사랑하는 미국 등등의 외국 교육이 정말 우리나라에 맞는 것인지도. 그렇게 열린 교육 방식을 택한 나라들이 처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오래 고찰했는지도. 교육 현장에 서지도 않는 혹은 언젠가는 서있었으되 지금은 멀리 있는 얼치기 교육 이론가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4.

 

내가 학교 생활하면서 절대로 믿지 않는 부류가 있다. '학생을 위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