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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아름다운 나의 진주. 언제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나의 고향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힘드네요. 지지말고 꼭 극복해내기를. 위기를 딛고 서서 더 깊고 아름답고 평온한 진주가 되기를. 진주에서 찍었던 사진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사진의 일부만 추려서 올려봅니다. 모두 진주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진주에 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남강 고수부지를 걸었다. 은행나무잎이 떨어져 바닥을 물들이고 있는 곳이 보이길래 멈춰서서 카메라를 들고 프레임을 맞췄다. 사진으로는 대단히 아름다워보이지만 이 프레임 밖은 흔하디 흔한 산책로일뿐.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딱 여기 뿐이었다. 아무 관심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하나 둘씩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보고는 그 자리에 눌러앉아 끊임없이 셀카를, 지인들의 사진을 만들어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공간에서 카메라를 한번 들었던 것만으로 유명 관광지의 포토스팟처럼 붐비게 되어버리다니. 사진의 힘은 이토록 놀랍다. 올해도 금시당, 전주향교, 운곡서원은 못가봤지만 남강고수부지 또한 이리 아름다우니 한 계절의 종점에 서서 여운을 느끼기..

어머니께서 두부조림해놓으셨다고 해서 가지러 진주 가던 길. 시험감독 마치고 나올 무렵의 통영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폭염 속이었는데 고속도로에 올리자마자 앞이 안보일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비상 깜빡이 켜고 기어가듯 운전해서 겨우 진주에 도착하니 잦아드는 빗줄기. 진주 집에 가서 좀 쉬다 오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두부조림이 담긴 반찬통과 단술 한병을 주시며 비오기 전에 가라고 재촉하시더라. 별 수 없이 바로 차를 타고 돌아나오는데 그때부터 통영 도착할 때 까지 쏟아지는 폭우. 어찌된게 내가 운전만 하면 내리는 것이더냐. 무사히 돌아오긴 했지만 몇몇 구간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역시나 운전은 피곤한 것. 통영에 도착하니 기름 경고등이 들어와서 주유. 남해에서 진주로 출퇴근 운전 5년, 진주에서 통..

망경동 은안재에서. 카페는 뭐하러 가냐고 그러시더니 가보고는 제일 좋아하시던 어머니. 가끔 이런 곳도 모시고 가야겠다. 진양호 전망대 가던 길. 북경장에 저녁 먹으러 가서 시킨 연태고량주. 나는 운전해야해서 향만 맡았다. 깐풍새우. 나는 매워서 많이 못먹었지만 새우는 정말 실하더라. 역시 중식요리의 정석은 탕수육. 오랜만에 왔다고 사장님께서 폭풍 만두 서비스. 북경장 만두는 참 맛있다. 마무리는 삼선짬뽕. 미국 나가있던 형이 귀국해서 오랜만에 모인 우리가족. 어린 시절 우리 집의 유일한 외식 장소였던 북경장에서 한컷. 시간은 참 무심하게 흘러만 가지만 이런 추억의 장소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옛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일이 있어 진주에 간 김에 틈을 내서 매빅에어2 첫비행을 해봤습니다. 드론을 처음 날려보는지라 조작도 미숙하고 간도 콩알만해서 과감한 촬영은 해보지 못했지만 일단 무진장 재밌긴 하더군요. 작품활동이라기보다는 좋은 취미 생활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매빅에어2의 사진이나 동영상 퀄리티는 제가 생각했던 수준보다는 괜찮은 편이라 당분간은 만족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피사체는 역시 진주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진주성. 드론으로 촬영을 한다면 처음은 반드시 이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앗 하는 순간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솟구쳐 올라가는 드론이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당분간은 눈에 보이는 범위 내에서만 촬영하는걸로. 어머니께서 드론을 좋아하셔서 형과 함께 가족 사진을 한컷 찍었습니다. 색다른 추..

중학생이 됐을 무렵 하동 진교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진주 망경동으로 이사오셨다. 칠암동에 살던 나는 집 근처라서 시골집 가는 느낌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아쉬워했는데 할머니댁은 위치와 상관없이 뭔가 아련하게 그리운 느낌의 정취가 묻어났던 것 같다. 그래봐야 일년에 3-4번, 제사 때나 방학 때 놀러가는거였지만 망경동 골목 안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면 왠지 마음에 포근해졌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도 한참 지났고 외가 식구들은 다시 진교로 돌아가 망경동에는 아무 연고도 없지만 가끔 그 골목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의 말랑말랑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망경동에 괜찮은 카페가 많이 생겨서 더 자주 돌아다니게 된다. 카페 루시다라던가 대곡상회 같은 곳은 이미 유명하고 얼마전에 생긴 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