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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진주 집 앞이라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가다 보면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들어갈 엄두를 못 냈던 TDA. 아무 생각없이 칠암 성당 앞을 지나다 보니 웬일로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냉큼 달려가 화이트 말차와 말차 테린느를 시켰다. 진주의 핫플이 텅텅 빈 순간을 노려 홀로 디저트를 즐기는 외롭고도 화려한 심사. 여성분들 인스타보니 화이트 말차시키면 동영상 찍어 올리라고 자리에 와서 말차 부어주고 한다던데 남자 혼자 가니 그런 거 1도 없더라 ㅋ.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것과 달리 대단히 단출한 테린느 데코레이션(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단아한 게 더 좋긴 했다만). 화이트 말차도 테린느도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시키고 싶었지만 곧 여성 손님들이 들이닥쳐서 접시를 후다닥 비우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접시가 너..
적란운이 솟아오르던 8월 한낮 아빠 손 잡고 올랐던 촉석루 의암 바위 계단. 무의식 속에 남아 있을 그 손의 감촉, 가빴던 숨소리, 그날의 공기와 질감.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삶이 감각이 이어지던 순간. 14mm로 세상을 관조하며 400mm로 그 속의 디테일을 가슴에 새긴다.
어머니께서 진진이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진주에 잠시 들렀다왔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점심 먹고 쓰러져 자다가 집에 온게 끝. 주차장에서 차 뺄 때까지 아파트 복도에 서서 손 흔들고 계셨던 어머니. 나이가 들수록 아련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가좌동을 지나다가 버거킹이 보여 들어갔다. 햄버거 귀신인 진진이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 치즈베이컨와퍼와 스테커와퍼3을 테이크아웃해서 통영으로 왔다. 한창 SNS에 스테커와퍼 챌린지 인증샷이 올라올 때는 그런다보다 했다가 갑자기 먹고 싶어서 갖고왔다. 원래 패티 4장짜리가 유명한데, 다이어트 중인 관계로 3장이 들어있는 스테커3으로 타협. 근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4장짜리를 시켰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식감이 뻑뻑하긴 한데 고기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고기 고..
그날따라 묘하게 이국적인 느낌이 한가득이었던 남강고수부지에서. 몇십년을 살아왔던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들에 대하여.
무심한 척 하며 다가온 봄, 하지만 감출수 없는 다정함이 배어나오는 날씨. 은은히 풍기는 꽃내음을 맡으며 옛동네 진주를 걷다.
벌써 10년전의 사진. 화창했던 어느 날 경남문화예술회관 옥상에 올라 바라본 천전시장쪽 거리. 천전초등학교에서부터 망경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참 곧게도 뻗어있다. 한때 내가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곳.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움과는 다른 미묘한 감정이 솟아난다.
플레이모빌 중 미스터리 피규어 시리즈는 일종의 뽑기 개념으로 제품 봉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하는게 묘한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제품이다. 몇년전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이 지루한 대기 시간을 버티기 위해 편의점에 있는 미스테리 피규어 봉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를 예상하는 장면이 나왔다. 미스터리 피규어 마니아 사이에서는 일명 봉지작(봉지+만지작)이라고 불리는 기술이었다. 이 봉지작이 너무 하고 싶어서 통영 인근에 미스터리 피규어 파는 곳을 수소문해봤더니 가장 가까운 곳이 진주 홈플러스였고 일이 있어 간 김에 들러서 5개를 구입했다. (거제 홈플러스에 전화 걸어 플레이모빌 미스터리 피규어 재고가 있냐고 물으니 상담원이 미스터'리' 피규어요? 라고 반문했던게 참...
아름다운 나의 진주. 언제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나의 고향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힘드네요. 지지말고 꼭 극복해내기를. 위기를 딛고 서서 더 깊고 아름답고 평온한 진주가 되기를. 진주에서 찍었던 사진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사진의 일부만 추려서 올려봅니다. 모두 진주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진주에 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남강 고수부지를 걸었다. 은행나무잎이 떨어져 바닥을 물들이고 있는 곳이 보이길래 멈춰서서 카메라를 들고 프레임을 맞췄다. 사진으로는 대단히 아름다워보이지만 이 프레임 밖은 흔하디 흔한 산책로일뿐.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딱 여기 뿐이었다. 아무 관심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하나 둘씩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보고는 그 자리에 눌러앉아 끊임없이 셀카를, 지인들의 사진을 만들어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공간에서 카메라를 한번 들었던 것만으로 유명 관광지의 포토스팟처럼 붐비게 되어버리다니. 사진의 힘은 이토록 놀랍다. 올해도 금시당, 전주향교, 운곡서원은 못가봤지만 남강고수부지 또한 이리 아름다우니 한 계절의 종점에 서서 여운을 느끼기..
어머니께서 두부조림해놓으셨다고 해서 가지러 진주 가던 길. 시험감독 마치고 나올 무렵의 통영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폭염 속이었는데 고속도로에 올리자마자 앞이 안보일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비상 깜빡이 켜고 기어가듯 운전해서 겨우 진주에 도착하니 잦아드는 빗줄기. 진주 집에 가서 좀 쉬다 오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두부조림이 담긴 반찬통과 단술 한병을 주시며 비오기 전에 가라고 재촉하시더라. 별 수 없이 바로 차를 타고 돌아나오는데 그때부터 통영 도착할 때 까지 쏟아지는 폭우. 어찌된게 내가 운전만 하면 내리는 것이더냐. 무사히 돌아오긴 했지만 몇몇 구간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역시나 운전은 피곤한 것. 통영에 도착하니 기름 경고등이 들어와서 주유. 남해에서 진주로 출퇴근 운전 5년, 진주에서 통..
망경동 은안재에서. 카페는 뭐하러 가냐고 그러시더니 가보고는 제일 좋아하시던 어머니. 가끔 이런 곳도 모시고 가야겠다. 진양호 전망대 가던 길. 북경장에 저녁 먹으러 가서 시킨 연태고량주. 나는 운전해야해서 향만 맡았다. 깐풍새우. 나는 매워서 많이 못먹었지만 새우는 정말 실하더라. 역시 중식요리의 정석은 탕수육. 오랜만에 왔다고 사장님께서 폭풍 만두 서비스. 북경장 만두는 참 맛있다. 마무리는 삼선짬뽕. 미국 나가있던 형이 귀국해서 오랜만에 모인 우리가족. 어린 시절 우리 집의 유일한 외식 장소였던 북경장에서 한컷. 시간은 참 무심하게 흘러만 가지만 이런 추억의 장소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옛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일이 있어 진주에 간 김에 틈을 내서 매빅에어2 첫비행을 해봤습니다. 드론을 처음 날려보는지라 조작도 미숙하고 간도 콩알만해서 과감한 촬영은 해보지 못했지만 일단 무진장 재밌긴 하더군요. 작품활동이라기보다는 좋은 취미 생활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매빅에어2의 사진이나 동영상 퀄리티는 제가 생각했던 수준보다는 괜찮은 편이라 당분간은 만족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피사체는 역시 진주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진주성. 드론으로 촬영을 한다면 처음은 반드시 이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앗 하는 순간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솟구쳐 올라가는 드론이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당분간은 눈에 보이는 범위 내에서만 촬영하는걸로. 어머니께서 드론을 좋아하셔서 형과 함께 가족 사진을 한컷 찍었습니다. 색다른 추..
중학생이 됐을 무렵 하동 진교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진주 망경동으로 이사오셨다. 칠암동에 살던 나는 집 근처라서 시골집 가는 느낌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아쉬워했는데 할머니댁은 위치와 상관없이 뭔가 아련하게 그리운 느낌의 정취가 묻어났던 것 같다. 그래봐야 일년에 3-4번, 제사 때나 방학 때 놀러가는거였지만 망경동 골목 안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면 왠지 마음에 포근해졌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도 한참 지났고 외가 식구들은 다시 진교로 돌아가 망경동에는 아무 연고도 없지만 가끔 그 골목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의 말랑말랑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망경동에 괜찮은 카페가 많이 생겨서 더 자주 돌아다니게 된다. 카페 루시다라던가 대곡상회 같은 곳은 이미 유명하고 얼마전에 생긴 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