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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됐을 무렵 하동 진교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진주 망경동으로 이사오셨다. 

칠암동에 살던 나는 집 근처라서 시골집 가는 느낌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아쉬워했는데 

할머니댁은 위치와 상관없이 뭔가 아련하게 그리운 느낌의 정취가 묻어났던 것 같다. 

그래봐야 일년에 3-4번, 제사 때나 방학 때 놀러가는거였지만 

망경동 골목 안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면 왠지 마음에 포근해졌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도 한참 지났고 외가 식구들은 다시 진교로 돌아가 

망경동에는 아무 연고도 없지만 가끔 그 골목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의 말랑말랑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망경동에 괜찮은 카페가 많이 생겨서 더 자주 돌아다니게 된다. 

카페 루시다라던가 대곡상회 같은 곳은 이미 유명하고

얼마전에 생긴 은안재라는 곳도 이미 핫플레이스가 된 것 같다. 

은안재 마당에 앉아 풍경 소리를 들으며 청포도에이드 한잔을 하고 앉아 있으니 

예전 할머니댁 마루에서 포도 까먹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참 좋았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내부도 참 아름다웠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게 아쉽다. 

사람없는 시간에 다시 들러 여유롭게 차 한잔 하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