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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진주고등학교 근무하던 시절에 찍었던 진주시 옥봉동 야경. D4의 내구성을 믿고 30분 장노출을 걸었던 사진이다. 확대해서 보면 핫픽셀이 눈내리는 것처럼 흩날리고 있지만 혈관처럼 표현된 차량 궤적은 지금봐도 만족스럽다. 이 포인트에서 야경 찍은 야경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아무도 안찍었을테니까 ㅋ).

비오는 날 밤풍경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눅눅하고 평범하기만 했던 풍경이 이렇게 촉촉하면서도 세기말적인 느낌으로 담겨 있는게 사진의 매력. 진실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아름다운 거짓말. 매번 사진을 찍으러 나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다가도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데 이날은 귀가가 늦었던 관계로 사진 몇장을 찍을 수 있었다. 비맞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했던 어린 시절에 사진을 찍을 줄 알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이제야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을 미약하게나마 얻은게 아쉽기만하다. 천재가 아닌 사람, 혹은 노력하지 않았던 사람의 때늦은 후회는 이렇게 상투적이다.
도쿄 오사카 여행 마지막날 들렀던 아베노 하루카스 300 전망대 야경. 어느곳으로 여행가든지 고층 전망대는 필수코스로 넣는 편인데 여태껏 가봤던 곳들 중 가장 멋졌던 것 같다.
일이 있어 인천에 넘어갔다가 생전 첨으로 인천대교 야경을 찍어봤습니다. 엄청난 길이의 교각인지라 야경으로 담으니 스케일이 남다르더군요. 인천대교 촬영 포인트로 알려진 곳은 여러군데인데 저는 이 포인트가 제일 좋은 것 같았습니다. 송도 신도시를 다리위로 올려놓고 외곽의 경계를 긋는 듯한 인천대교의 모습이 참 멋지더군요.
실로 오랜만에 야경이라는 걸 찍어봤습니다. 그것도 정말 오랜만에 수영만 요트경기장이라는 유명한 포인트를 찾아서. 원래는 매직타임 때 찾아가려했는데 가족과 함께 움직이니 타이밍을 놓쳐버렸네요. 그래도 수면이 잔잔해서 반영은 꽤 괜찮게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포인트 야경을 찍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은 별 고민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도 괜찮네요.
반편성고사 감독을 마치고 늦게 퇴근하는 길. 왼쪽 하늘에는 달이 떠있고 오른쪽 하늘에는 해가 붉게 타오르던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런 광경이 왜 이리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잠시 고민해보았으나 답은 찾지 못했다. 아내와 진진이를 마중하러 처가집에 들러 차를 세웠을때 보름달도 아닌 저 달이 왜그리 밝아 보였는지. 매일 바라보던 북신만 산복도로의 야경은 또 왜 그리 아름다워보였는지 오늘의 나는 설명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