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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고풍스런 카페에는 항상 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있다. 다원 배원장님께는 그런 남자의 분위기가 난다. 마! 이게 마스터의 드립이다! 굳이 어려운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바로 느껴지는 묵직한 한잔. 어떤 사람들에게 커피는 글이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잉크와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비 오는 날 수류헌. 홀로 창가 자리에 앉아 게이샤의 근본 중의 근본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를 마셨다. 그동안 많은 곳에서 게이샤를 마셔봤지만 여기서 마신 것이야 말로 왜 게이샤 등장 이후 커피 시장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고 하는지를 알게해주는 맛을 보여주었다(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커피 애호가들이 플로럴하다고 부르는 향미가 진하게 피어났고 복합적인 산미가 느껴졌다. 자몽계열의 시트러스함과 견과류나 다크초콜릿의 씁쓸함과는 다른 과일류를 끓인 차에서 느껴지는 끝맛. 부드러운 융을 입에 문듯 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질감과 미세한 점도에서 더해지는 무게감까지.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한잔이었다.

좋아하는 형과 봄날의 참치. 맥파이브루잉의 쓰면 삼키고 달면 뱉는다 맥파이브루잉의 봄마실 끽비어 컴퍼니의 봄의 모양.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도무 참을 수가 있어야지. 봄마실, 봄의 모양이라니. 이름부터 취할 수 밖에 없잖아. 이러니까 진주탭룸은 갈때마다 꽐라가 되지.

토요일 저녁, 가좌동에서 산책을 했다. 내가 대학 다닐 때와는 달리 나무가 많이 심어져 마치 숲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녹음이 풍성했다. 술집, 카페 마다 들어 찬 사람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들이 참 좋아 보였다. 익숙한 길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한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참 즐거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버린 지금, 추억 보정을 빼고 돌아보니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아니 오히려 암흑기에 가까웠던 시간이었다. 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들이고 내가 즐거웠다고 느낀 상황은 나만의 착각 속에서 혼자 만족했던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때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 중 지금 ..

갈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히 즐기고 오고 좋았던 카페 이스(AES). 붉은 벽돌과 나무 소재를 메인으로 만들어낸 조용하면서도 따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누군가와 함께 보다는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딱 어울리는 곳. 예가체프와 에스프레소 꼰파냐를 시켰는데 캡슐커피의 직설적인 고소함에 길들여져 있는 (촌스러운) 내게는 너무 강했던 산미. 나쁘다는게 아니라 적응이 좀 필요할 듯한. 문장으로 치면 내간체에 가깝다고 할까.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커피의 복합적인 맛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건 마치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 그 색을 가지런히 놓아가는 듯한 재미랄까? 천한 미각으로 정확하게 맥을 짚..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인연, JPNT 회원들과의 모임이 있어 진주에 넘어 갔습니다. 홀로 남강고수부지를 걷는데 인연 조형물 위로 달이 떠있어 한컷 찍으며 인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이어졌던 태선형의 장기집권(?)이 끝나고 나름 젊은 재원형이 방장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기념 건배주는 방장님 원픽의 OBC 불락스타우트. 술 따르는 자세가 범상치 않습니다. 권력에 약한 다원 배원장님도 축하의 멘트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진 비주얼 담당으로 잠시 합석. 요즘 미모에 물이 오르신듯. 신임방장 취임이 자기 일처럼 기쁘신 영권행님은 와인을 두잔이나 드실 정도로 행복해하셨습니다. 그 뒤로 약간 쓸쓸한 표정을 보이고 있는 김태선옹 얼마전에 갔..

사진이 돈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사진의 불모지라 부를만한 지역에서 사진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진짜 사진가 유근종 작가. 모든 영역의 사진을 커버해 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진주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 이분과 함께 러시아 사진 여행 한 번 가는 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후문에 있었던 사진 카페 날마다 사진을 운영하셨다. 내 임용고사 원서용 증명사진도 그곳에서 유근종 작가님께 찍었다. 2005년에 날마다 사진에서 똑딱이 카메라 익시를 들고 음료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사진작가의 꿈을 심어주셨다. 진주 최고(最古)의 카페이자 바인 다원을 운영하고 계시기에 일반적으로 배원장이라고 불린다. 젠틀한 성격,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멋진 스타일을 가진 분으로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