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Photography/My Pearl (127)
코인러버의 다락방
토요일 저녁, 가좌동에서 산책을 했다. 내가 대학 다닐 때와는 달리 나무가 많이 심어져 마치 숲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녹음이 풍성했다. 술집, 카페 마다 들어 찬 사람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들이 참 좋아 보였다. 익숙한 길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한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참 즐거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버린 지금, 추억 보정을 빼고 돌아보니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아니 오히려 암흑기에 가까웠던 시간이었다. 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들이고 내가 즐거웠다고 느낀 상황은 나만의 착각 속에서 혼자 만족했던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때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 중 지금 ..
갈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히 즐기고 오고 좋았던 카페 이스(AES). 붉은 벽돌과 나무 소재를 메인으로 만들어낸 조용하면서도 따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누군가와 함께 보다는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딱 어울리는 곳. 예가체프와 에스프레소 꼰파냐를 시켰는데 캡슐커피의 직설적인 고소함에 길들여져 있는 (촌스러운) 내게는 너무 강했던 산미. 나쁘다는게 아니라 적응이 좀 필요할 듯한. 문장으로 치면 내간체에 가깝다고 할까.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커피의 복합적인 맛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건 마치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 그 색을 가지런히 놓아가는 듯한 재미랄까? 천한 미각으로 정확하게 맥을 짚..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인연, JPNT 회원들과의 모임이 있어 진주에 넘어 갔습니다. 홀로 남강고수부지를 걷는데 인연 조형물 위로 달이 떠있어 한컷 찍으며 인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이어졌던 태선형의 장기집권(?)이 끝나고 나름 젊은 재원형이 방장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기념 건배주는 방장님 원픽의 OBC 불락스타우트. 술 따르는 자세가 범상치 않습니다. 권력에 약한 다원 배원장님도 축하의 멘트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진 비주얼 담당으로 잠시 합석. 요즘 미모에 물이 오르신듯. 신임방장 취임이 자기 일처럼 기쁘신 영권행님은 와인을 두잔이나 드실 정도로 행복해하셨습니다. 그 뒤로 약간 쓸쓸한 표정을 보이고 있는 김태선옹 얼마전에 갔..
사진이 돈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사진의 불모지라 부를만한 지역에서 사진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진짜 사진가 유근종 작가. 모든 영역의 사진을 커버해 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진주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 이분과 함께 러시아 사진 여행 한 번 가는 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후문에 있었던 사진 카페 날마다 사진을 운영하셨다. 내 임용고사 원서용 증명사진도 그곳에서 유근종 작가님께 찍었다. 2005년에 날마다 사진에서 똑딱이 카메라 익시를 들고 음료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사진작가의 꿈을 심어주셨다. 진주 최고(最古)의 카페이자 바인 다원을 운영하고 계시기에 일반적으로 배원장이라고 불린다. 젠틀한 성격,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멋진 스타일을 가진 분으로 진..
동훈서점은 남강 다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던 헌책방이다(내가 대학 다닐 때 생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간판에 Since1999라 되어 있는 걸 보니 기억이 대충 맞는 것 같다.). 재작년 어느 무렵쯤에 칠암성당 바로 앞 건물로 이사를 했다. 이 자리는 진주의 오래된 서점 중 하나였던 강남서점이 문을 닫기 전까지 영업했던 곳이다. 한 자리가 오래된 서점터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건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다. 예전 동훈 서점에 비해 정리가 잘되어 있고 쾌적해서 천천히 둘러보며 책 고르기 딱 좋다. 서점 내부 곳곳에는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어 단골이라면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 가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어머니 댁 인근이라 진주 갈 때마다 들러서 책을 둘러보고 마음에 들어오는 건 한 권씩 사곤 했는데 사진을 찍고 ..
망경동. 서울을 바라보는 동네. 망경산(망진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국상이 있는 경우 망진산 망경대에 올라 서울 쪽을 바라보며 곡을 했다고 한다. 사실 온 나라가 서울만 바라보며 살아가니 전국 모든 동네를 망경이라 불려야할 것이다. 望京인지 亡京인지는 머지 않은 시간 안에 드러날지도 모르지. 동네 이름의 유래나 시끄러운 나라 사정과 달리 망경동의 일상은 평온하기만 하다.
불현듯 고현주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의 목소리, 작가가 소천하기 직전까지 이어갔던 작업이다. 그는 제주도 4.3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긴 시간을 사유하며 찍어왔다. 사실 고현주라는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었고 이런 형식의 작업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 전시를 보러 진주까지 가게된 게 스스로도 의아했다. 배경이야기를 생략하고 사진 자체만으로는 깊이 있는 이해가 불가능한, 텍스트가 더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는 작업들을 접할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들어 되도록 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시장에 서는 순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전해졌다. 이미지 자체가 나를 압도한 것은 분명 아니다. 사진의 형..
날이 추워서 잠시 철수했다는 남강 하모. 따뜻한 봄날에 다시 만나기를 기다린다오~ 겨울은 참 싫다.
설 전날 진주와서 점심으로 평거동 버거킹에서 블랙어니언와퍼(패티와 토마토 추가. 패티를 하나 더 추가했어야 헤비함이 완성되는건데 조금 아쉬웠음.). 안먹고 가면 어머니께서 점심 차린다고 난리치셔서. 진주집에 도착하자 마자 뻗어서 낮잠자다가 아파트 복도에서 음력 마지막 날 일몰을 찍었다. 저녁 대충 챙겨먹고 동네 산책 나갔다가 남중 앞 바틀샵에서 맥주 한캔. 고양이 라벨에 반해서 마셔본 안동맥주에서 만든 탱자탱자. 아주 상큼한 맛이었다. 칠암성당 미사보러 갔다가 며칠만에 다시 만난 묘르신. 미사온 신자들에게 애교 떨며 먹을걸 바라고 계셨지만 살이 너무 쪘다는 구박만 받으시고.... 집에서 미적거리고 있으면 또 밥 차린다고 하실 것 같아 사진 한장 찍고 탈출. 하우스 오브 금산에 들러서 커피한잔과 빵으로 점..
진주 톤오우에서 브라운가츠(신메뉴인듯 지난번에 갔을때는 못봤음). 등심카츠에 데미그라스에서 변주한 듯한 소스가 뿌려져 나오는데 경양식과 일식 돈가스의 장점이 잘어우러져서 맛있게 먹었다. 돈가스에 생맥주는 더할나위 없는 조합. 입으로부터 행복이 쉴새없이 샘솟았다. 돈가스 먹고 힘내서 진주 이곳 저곳을 방랑하다가 진주성 앞에 있는 커피하우스민에 들렀다. 결혼하기 전에 진주에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였는데 위치를 진주성으로 옮겼던 때 부터 한번도 못갔던 것 같다. 몇년전에 다시 원래 건물로 돌아온 걸 보긴 했는데 가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니 10년만의 방문이 되버렸다. 이젠 카페 곳곳에서 세월이 완연하게 느껴졌지만 총각 시절에 좋아했던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어 좋았다(원형계단도 그렇고 벽을 안쪽으로 파..
코로나 격리 견뎌내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보양용 소고기 좀 가져다 드리러 진주. 봄을 연상케 하는 따뜻함 속의 진주는 참 좋았다.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던 해 2월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포근함에 기억 속을 걷는 듯 했다. 힘찬 진주는 꽃글자는 누구 아이디어로 만들어놓은건지 모르겠지만 쌍팔년도 감성이 오래된 도시와 꽤 잘 어울리더라. 옛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들러본 커피플라워에서 아메리카노도 한잔. 15년 전에 처음 생겼을 때 정말 자주 갔었는데. 그때는 커피 전문점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꽤 이슈가 되었던 곳이었다. 몇년동안 왠만한 모임 장소는 항상 여기로 잡았을 정도였고 진주사진여행 회원들이랑도 자주 들러서 아포가토 마시곤 했다. 혼자 앉아 있으니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나더라. 저녁에는 ..
진짜 달은 다 차지도 못한 채 구름에 가리고 물에 비친 형상마저 이지러져 버리는데 가짜 달은 성안에 내려 앉아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세상엔 아직도 신기한게 너무 많아. 진주에도 통영에도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이 한없이 남아 있을거야. 코냑 한샷이 커피맛을 이렇게 풍부하게 만들어줄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다원에서 술만 마시느라 진주 최고의 카페인걸 잊고 있었다.
수경씨가 진주 넘어오셔서 조촐하게 가졌던 시발주류 송년회.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페도라 쾰시, 월롱블랑, 불락스타우트, 소네트18, 코스모스에일, 문라이트 순으로 다원에 입고 되어 있는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맥주를 모두 클리어(수경씨가 플렉스 해주셨음. Area Park 작가님이 재벌2세들이라고 하심.). 모인 사람도, 술도 너무 좋았던 즐거웠던 밤이다. 이젠 다원하면 오리지널비어컴퍼니 맥주! 정말 너무 맛있다. 우리나라 수제맥주 수준이 이만큼이나 올라간게 자랑스러울 정도. 진주에선 다원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아마도)일테니 가격은 비싸도 꼭 경험해보시길! 내 블로그에서만 OBC맥주 찬양이 몇번째인가. 이정도면 기념품이라도 하나 줘야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ㅎ
유근종 작가님의 작품 판매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 6시쯤 만났는데 이미 날이 저물어 어두웠다. 밤에 보니 더 반가웠던 사람들. 바이리쉬헬로 가볍게 시작. 잔은 긴카코겐. 바이리쉬헬 마시면서 긴카코겐만 엄청 그리워했다. 내 인생 맥주 중 하나인데 지금은 국내 유통을 하는 곳이 없는지 구하기가 힘들다. 다원의 기본 플레이트. 커피 내리는 사람과 맥주 따르는 사람^^ 진주 최고의 바리스타와 진주 최고의 맥주 전문가. 슈나이더스바이스는 처음 마셔봤는데 다른 밀맥주에 비해 큰 차별점은 못느끼겠더라. 유작가님께서 이걸 먼저 마시고 바이리쉬헬을 이어 마시면 밤꿀 향이 난다고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마셨기 때문에 ㅋㅋㅋ 좋은 맥주를 건낼 때 나오는 숨길 수 없는 표정. 최고의 한잔을 따르기 위한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