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남강 고수부지를 걸었다.
은행나무잎이 떨어져 바닥을 물들이고 있는 곳이 보이길래
멈춰서서 카메라를 들고 프레임을 맞췄다.
사진으로는 대단히 아름다워보이지만 이 프레임 밖은 흔하디 흔한 산책로일뿐.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딱 여기 뿐이었다.
아무 관심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하나 둘씩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보고는 그 자리에 눌러앉아
끊임없이 셀카를, 지인들의 사진을 만들어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공간에서 카메라를 한번 들었던 것만으로
유명 관광지의 포토스팟처럼 붐비게 되어버리다니.
사진의 힘은 이토록 놀랍다.
올해도 금시당, 전주향교, 운곡서원은 못가봤지만 남강고수부지 또한 이리 아름다우니
한 계절의 종점에 서서 여운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