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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첫날. 
이 날을 잘보내야 한다. 사실 방학의 처음이자 마지막과도 같은 날이다. 뭘해도 즐거워지는 이 설레임은 딱 이 순간 밖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날들은 끝으로 향하는 시간의 속도감에 절망하며 하루 하루 그저 그런 기분으로 보낼 뿐이다. 코로나 시국이 한창일 때 샀던 코닥 스니커즈를 처음 꺼내 신고 혼자 발걸음도 가볍게 진주로 향했다(새신발이 까슬 까슬해서 뒷꿈치 다 까졌....). 
 
 
 

 

 
 
칠암동 현대아파트에 차를 세우고 남강다리를 넘어 밥먹으러 갔다. 기린짬뽕이라는 곳에 가보려고 했는데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야끼토리아오이 아니면 톤오우뿐. 
 
 

 
 
 
장대동 골목길을 지나는데 쌀강쉐이 한마리가 단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개파가 아니라 고양이파지만 이렇게 귀여운 장면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날의 선택은 톤오우 코돈부르와 클라우드 생맥. 자주 먹어 익숙한 맛이지만 방학 첫날 홀로 먹는 돈맥은 각별했다. 이 맛있는 클라우드를 놔두고 왜 카스나 테라만 마시는지. 
 
 

 
배원장님과 목요일오후네시에서 보기로 했기에 다시 칠암동으로 돌아오던 길. 내가 너무 좋아하는 주황색 레니게이드와 길냥이의 조합. 둘다 내꺼하고 싶지만 너무 먼 당신들.... ㅜ_ㅜ
 
 

 
 
새침떼기인줄 알았던 길냥이는 개냥이였다. 가지말라고 배드러내고 애교까지. 입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목요일 오후네시에서 사장님, 배원장님과 커피 얘기를 끝도 없이 나눴다. 서울 커피 파티에서 갖고 오신 비스킷플로어의 원두 등등 을 얻어 마시며 산미톤이 풍부한 커피같은 시간을 보냈다. 소금빵도 판나코타도 과하지 않고 담백, 커피도 라이트 로스팅의 티라이크 평온하다 평온해. 삶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많이 얻어먹은게 죄송해서 목요일 오후네시10주년 기념 블랜딩인 250번의 목요일 하나 사서 나옴. 
 
 

 
 
문상가느라 함께하지 못했던 유작가님이 다원에서 잠시 보자고 하셔서 걸어가던 길. 소소하게 스냅 몇장 찍으며 한학기 동안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원의 신상맥주 맥파이브루잉 무진기행. 이거 맛도 패키지도 딱 내 취향. 한모금 마시면 소설의 내용이 펼쳐지는 그런 맛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과하지 않은 씁쓸한 풍미가 좋았다. 
 
 

 
 
다음날 아침 여름방학블랜드 남은걸 탈탈 털어 필터커피 한잔. 나 요즘 커피 좀 잘 내리는듯. 남들한테 먹여본적이 없어 객관적 평가는 어렵지만 내 입에는 딱 좋다. 
 
 
 

 
병원에 갈 일이 있어 강구안 근처까지 걸어갔는데 마침 여름 휴가. 헛탕치고 돌아오다 날이 너무 더워 올곧에서 온두라스 필터 커피 아이스로 한잔. 완전 좋아. 내가 내린거랑은 또다른 전문가의 맛이 있어. 클리어하고 풍부한 산미톤에 지친 몸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잠시 앉아 필사 두페이지쯤하고 일어나서 돌아옴. 
 

 
 
 
 
이마트 앞에 서있던 버스의 문구. 참 좋은 말이지만 내 마음이 워낙 컨트롤하기 힘든 거라서. 
 
 
 

 
 
 
늦은 점심으로 포라비엣에서 쌀국수와 분짜를 먹고 돌아옴. 
나쁘지 않았던 방학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