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잘쓰고 다니다가 다들 안쓰는 것 같길래 벗었는데 바로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잘 피해다닐 수 있었던건 백신도 슈퍼항체도 아닌 마스크 덕분이었다.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데 마스크 잘쓰고 다녀야겠다.
예전만큼 위중한 병은 아니라곤 하지만 안걸리는게 좋다는건 진리니까.
첫날
아침에 일어났을때부터 목이 잠기고 칼칼한 느낌, 다른 곳은 이상이 없어 선풍기 틀어놓고 자서 그런가보다 했다. 판콜 챙겨먹고 외출해서 점심도 잘먹고 왔다. 오후부터 몸이 쳐지는 것이 느껴져서 끝방에 홀로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두통이 생기길래 독감인가 싶어 가족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 후 타이레놀 한알 먹고 일찍 잠에 들었는데 죽을만큼 아프다고 하긴 그렇지만 꽤 힘든 근육통과 뼈마디 쑤심, 사지에 힘이 없고 고열과 오한, 심한 두통(머리 속이 욱신거림)이 이어짐. 밤새 기억도 나지 않는 꿈을 끝도 없이 꾸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둘째날
아침 밥을 조금 먹고 타이레놀 한알 복용. 잠시 졸다 깼는데 몸이 생각보다 가벼워져서 다행이다 싶었음. 병원을 가지 말까 생각하다 혹시나 싶어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가 코로나+독감 검사,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간호사가 불러서 코로나 검사자 명단에 신상을 적게 해서 설마 했는데 병원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있다 코로나 양성 안내서와 처방전을 주며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진료비와 검사비는 총 31000원). 병원 1층 약국에서 약을 지어 집으로 가서 끝방에 틀어박혔다. 목은 거의 아프지 않고 두통과 근육통이 심한데 코로나가 맞는건가 싶었다. 본죽에서 시킨 삼계죽 1/2을 다 먹지 못했고 약을 먹고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고열과 오한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오래 누워있었더니 허리까지 아파와서 정말 고역이었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역학조사 같지 않은(?) 역학조사를 잠시 하더라. 5일 동안 격리 권고(법적 강제성은 없음)인데 격리를 하실거냐고 물어서 처리할 일이 있어 내내 격리 상태를 유지하지는 못할거라고 말하니 상부에 그렇게 보고 하겠다고 한후 전화를 끊더라. 남아있던 죽을 먹고 약을 먹은후 일찍 잠에 들었다. 첫날밤보다 나았지만 꿈을 많이 꿨고 편하게 잠들지는 못했다.
셋째날
아침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앞선 이틀에 비해서는 컨디션이 확실히 좋아졌다. 몸이 좀 쳐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딱히 아프지는 않았다. 목은 변함없이 잠겨 있었고 밤에 느껴졌던 목 통증은 아침이 되니 사라졌다. 점심을 먹고 약, 저녁 먹고 약, 크게 힘든 부분이 없어 편하게 지나갔다. 앞선 날들에 비해 꿈을 덜꿨고 잠도 편하게 잔 편이었다. 목의 통증(침 삼킬 때의 따가움)은 이때부터 심해졌다.
넷째날
깨나자 마자 심하게 거슬렸던건 목의 통증, 하지만 몸을 일으켜 움직이다보니 점점 나아졌다(찬물을 마신 것도 도움이 된듯). 침 삼킬때 살짝 걸리는 정도. 목 통증은 낮동안은 거의 없거나 고만고만 하다가 잘 때부터 심해지는 것 같다. 지어온 약이 이틀치 뿐이라 아침까지 먹고 나니 떨어졌다. 김선우이비인후과에 전화해 상담을 받고 오후에 약을 받아왔다. 어쩔 수 없이 점심 약을 걸렀더니 좀이 좀더 쳐지고 목이 불편해졌다. 저녁을 챙겨먹고 약을 먹고 10시쯤 잠에 들었다. 밤새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다섯째날
일어나면 심하게 느껴졌던 목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잠자다 깰 때마다 물을 마셔서 그런 듯 했다. 아침 먹고 약을 먹었다. 몸의 자체의 컨디션은 발병 이전과 거의 같아졌다. 목에 가래가 가볍게 끼는 것과 가끔 기침이 나는 것 정도를 빼고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드립을 한잔 내렸는데 쎄한 느낌이 들었다. 뭐가 이상한거까 생각해보니 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후각을 상실한 것이었다. 커피향은 물론이고 강한 향수향도 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식초병을 열어보니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정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감각 하나가 마비된 걸 깨달으니 그때부터 묘한 갑갑함이 몰려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미각은 어느 정도(완전하진 않은 것 같다.) 작동하고 있다는거랄까. 언제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게된건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게 나름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섯째날
목의 통증은 완전히 사라지고 컨디션도 원래 상태로 회복. 후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약이 이틀치분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안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증상이 시작된지 이틀째 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았기에 24시 이후 격리권고가 해제되었는데 만약 증상이 발현된 첫날 병원에 바로 갔다면 5일째에 해제되는 거였겠지? 역시나 기준이 모호하다. 지금의 방역체계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듯. 코로나 걸리기 싫으면 개인이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일곱째날
격리권고 기간이 지났고 아픈 곳은 없었기에 집 밖으로 나가 몇곳을 돌아다녔는데 갑자기 스테미너가 훅 떨어졌다. 점심으로 동네 캐주얼레스토랑에서 빠네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후각이 마비된 상태라서 그런지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성까지 드라이브를 하고 왔는데 몸이 피곤해서 눕고 싶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체력이 많이 깎여나간 것 같다.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별문제는 없지만 조금만 돌아다녀도 쉽게 피로해진다.
아흐레째날
맥주를 한캔 마셔봤는데 몸에 지장은 전혀없다. 술 마셔도 될 듯.
열흘째
완전하진 않지만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다. 같은 냄새를 예전과 다르게 인식하는게 문제지만.
소중한 방학이 이렇게 순삭되어버렸다.
학기 중에 걸리지 않은걸 다행으로 생각해야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