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올바르고 마음 편한 친일을 위하여

by coinlover 2024. 9. 12.

 

1.

 

평범한 인간은 평범하게 약하다. 수양이 잘된 비범한 이들은 나쁜 상황에서마저 초연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사람다운 모습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 그러므로 속에 숨어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밖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야만의 시절은 잔인하다. 이게 내가 제국주의 국가로서의 일본을 증오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 사람들의 밑바닥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35년간이나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일제에  동조해서는 안된다는, 나라를 팔아먹어서는 안된다는 도덕률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움이나 안락함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황에 순응해야했던 괴로움을 느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구보다 평범하고 바른 시민으로서 살아갔을 이들이 매국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조했다는 괴로움을 느끼며, 망국의 백성이라는 자괴감을 느끼며 살게 만들었던 그들이 너무 싫은 것이다. 나는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일반인이라면 순응할 수 밖에 없었을 일제의 강압통치에 맞서 누군가는 개인의 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팔아먹은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두려움을 딛고 나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고 신념과 공의를 우선시하는 것은 이미 초인의 영역이다. 일본이 사과해야하는건 단순한 경제적, 정치적인 부분만은 아니다. 35년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정신세계를 압박하여 비틀리게 만들었던 것에 대한 도의적 사과가 필요하다. 일제강점기는 오랜 시간 가져왔던 평범한 선함을 잃어버리고 뒤틀린 인간으로서 자신의 부덕함을 반성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합리화하는 괴물들이 등장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나타난 인간들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곳곳에 박혀 뿌리를 갉아먹고 있다. 일제강점기는 그 35년 동안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우리사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2.

 

나는 멀쩡한 일본인이 파는 제품보다 우경사상에 빠진 한국인이 파는 제품이 더 싫다.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 일본 맥주를 마시는 것이, 일본의 문화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일본의 우익 세력과 연결된 것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사진가로서 니콘 제품을 애용해왔지만 한 사진작가의 위안부 관련 사진전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일본의 우경 세력과 연관되었음을 인지한 후 니콘 제품을 포기했다(남들에게 그러라고 강요하는건 아니다.). 지금은 소니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만약 이 회사가 우익과 관련된 행보를 보인다면 또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것이다. 아직 무지한 면이 있어 그런 제품들을 다 걸러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알게될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끊어내며 나와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다. 하지만 우익세력과 관계없는 일본의 평범한 기업, 제품들에 대해서는 굳이 불매할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오히려 일본을 찬양하며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이들이 더 많은 꽤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그러한 회사들의 제품을 할 수 있는 한 피할 생각이다. 

 

3. 

 

올바른 한일관계는 올바른 정치로부터 시작된다.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면 지금의 굴욕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치와 일반 교류의 영역은 다르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일본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가 오히려 껄끄러운 시절이다. 나라가 나서서 우리의 자존심을 팔아먹고 있기에 오히려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이다. 정치가 올바로 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며 매듭지어야할 것을 바로 끝낼 때 일반 시민들은 눈치 보지 않고 일본 용서하며 그들과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여행가는 것이, 일본 제품을 좋아하는 것이 왜 꺼림직한 일이 되어야 하는가? 누가  일본을 끝없이 증오해야할 존재로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우경세력과 그에 동조해 공의를 오염시키는 우리나라의 매국세력이다. 그러므로 친일파라는 용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일제강점기 즈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민의를 왜곡하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반민족행위를 거듭하고 있는 그들은 친일파가 아니라 반민족매국세력이라 칭해야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친일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른 마음과 자세로 현재를 직시하며, 진정 그들과 발전적 미래를 지향해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붙여야할 용어로 바꿔나가야 한다. 무조건 과거는 잊고 우리 민족의 정서보다 일본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굴욕적 자세로 나가는 것은 절대 친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국이다. 

 

4.

 

이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증오가 사라지고 사랑과 평화만 남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인간 사회에서 증오라는 요소를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일은 그 증오의 대상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증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증오해야할 대상의 선동에 휘둘려 그 증오로 벼린 날을 다른 방향으로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5.

 

벚꽃을 보며, 일식을 먹으며, 일본 여행을 계획하며 꺼림직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