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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이샤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건 다분히 그 커피가 갖고 있다는 최고의 향미를 내가 느낄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전문 용어로 돈지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본인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맛보고 싶지만 인근에 그걸 취급하고 있는 곳이 없고 경험할 수 있는게 가성비가 좋다는 니카라과 핀카 리브레나 콜롬비아 마난티알레스의 것이었다.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떼루아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테고, 로스팅과 보관상태, 내리는 방법에 따른 변수도 엄청날테니 사실 아무리 많은 곳에서 마셔본다고 해도 그 정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4곳에서 게이샤를 마셔봤는데 맛과 향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이타라운지의 게이샤는 콜롬비아 마난티알레스의 것이었는데 커피 테이스팅하는 이들이 말하는 플로럴함(실제 꽃향기와는 다르지만 계속 마시다보니 어떤 향미를 플로럴하다고 하는지 알겠더라. 내가 삶은 고구마 껍질에서 느끼는 특유의 향미가 이 쪽 바닥에서는 플로럴로 통한다는 걸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 역시나 커피 테이스팅도 훈련의 결과인듯.)이 있었고 오렌지 계열 과일(과육이 아니라 껍질 쪽)의 산미가 느껴졌다. 이타라운지의 컵노트에는 바닐라, 꽃향, 벨벳바디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여러번 의식해보려 해도 바닐라는 캐치해내지 못했고 바디감은 오일리하다기 보다는 깔끔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벨벳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약배전이었을테니 로스팅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거의 못느꼈고 무척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 사이폰 추출이라 처음 나왔을 때 엄청 뜨거운 상태였는데 커피가 식어감에 따라 맛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 듯 했고 향은 완전히 식을 때 까지 유지되었다. 테이스팅 노트를 적으며 커피 자체에 집중해 마시는 것이 우스워 보이긴 하지만(내가 카페 사장이라도 누가 혼자와서 사진 찍고, 한모금 마실 때 마다 뭔가를 끄적이고 있으면 엄청 부담스러울 것 같다. 오해하지 마세요. 가게 평가하러 온거 아닙니다.) 지금 하고 있는건 단순한 도락이 아니라 맛에 대한 공부니 어쩔 수 없다.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처음 만난 평가위원들이 커피에서 신의 얼굴을 만났다는데 나는 그분을 언제 영접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