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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올곧에 들렀다. 사실은 집에 주차하고 애써 걸어갔다 왔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이상하게 아침부터 이 집 바닐라플로팅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주문을 했는데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져서 안된다고 말씀하시려다가 확인해 보시고는 주문을 받아주셔서 아름다운 자태, 압도적인 볼륨감을 가진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스크림 라떼류는 아이스크림 맛이 커피맛을 눌러버리기에 커피를 즐기는 게 아니라 달달한 음료를 마신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었는데 올곧에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정말 맛난 라떼가 아이스크림에 지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니 둘의 시너지 효과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폴바셋 아이스크림 라떼를 아득히 넘어서는 경지.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잔씩 마시고 싶다.  
 

 
또 한 일주일 이상은 못 갈것 같아서 간 김에 마셔야지 하는 마음으로 필터 커피도 한잔 추가했다. 과테말라 블루 제이드 SHG 풀리워시드(따듯하게 마시는 게 커피 향미를 제대로 즐기는 거라 하지만 나는 역시 아이스를 포기할 수가 없다.ㅜ_ㅜ). 처음에는 과일차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다가 끝에는 다크초콜릿 같은 씁쓰름함이 맴도는 아주 기분 좋은 맛이었다. 산미를 싫어하던 내가 이렇게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다니. 커피를 내주시며 빨대로 드셔보다가 컵에 입을대고도 마셔보라 하셔서 그렇게 해봤는데 우스하리 맥주컵 처럼 얇은 컵이라 입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올곧은 내게 커피맛을 일깨워주는 스승 같은 곳이다. 그래서 갈 때마다 기분이 좋나 보다. 
 

 
 
이래 저래 커피 맛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니 원두를 소분해주시며 한번 마셔보라고 하셨다. 사장님의 마음이 고마워서 더 열심히 마시고 원두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