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종일 생기부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며 괴로워했지만 현실은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웃고리즘 털보먹방 몰아보기를 하다 완미족발 먹는 에피소드에 완전 꽂혀서 고질적인 족발병이 도져버렸다. 현기증을 겨우 참아내며 족발 배달이 가능한 오후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달 앱을 켰는데 제일 좋아하는 종로족발은 휴무, 유튜브에서 봤던 완미족발도 휴무, 원할머니 보쌈은 언제나 그렇듯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포기. 마지막 남은 대안인 각시왕족발은 몇 년 전에 보쌈을 몇 번 시켜 먹어 봤지만 요 근래는 어떤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양이 정말 많다는 글들이 보여서 속는 셈 치고 도전했다. 30분쯤 기다려서 받은 족발 보쌈 세트는 포장부터 뭔가 담대해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식탁 위에 깔고 보니 양이.... 식탐 모드가 발동해서 소짜 말고 중짜를 시킬까 고민했었는데 중짜시켰으면 100% 괴로워하며 남겼을 듯. 족발 하나만 해도 다른 가게의 (세트가 아닌) 단독 메뉴와 같은 양이었다. 막국수와 불족발 주먹밥 서비스에, 냉채족발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겨자소스오이양파 무침, 아삭한 겉절이와 무김치, 간이 딱 좋았던 콩나물국 뭐 하나 버릴 타선이 없는 완벽한 구성. 몇 년 전까지 족발이 아닌 보쌈만 시켜 먹었기에 가치를 제대로 몰랐는데 이 집의 상호가 각시왕'족발'이었다. 야들야들한 콜라겐 부분과 순살 부분이 적당이 균형을 이룬 정말 맛있는 족발, 통영 1티어로 생각하는 종로족발에 비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맛과 비주얼이었다. 먹는 내내 이렇게 싸주면 남는 게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고물가 시대에 배달음식에 감동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정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감사하며 먹었다. 앞으로 족발 보쌈은 망설임 없이 각시왕족발로 대동단결. 통영에서 이 이상의 배달 족발 보쌈집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