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더위를 뚫고 무전동에 새로 생겼다는 횟집 대원호 김선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이런 상호명이 먹히는 시대다.
넓은 공간에 깔끔하게 꾸민 가게에 쌍팔년도 감성의 이름.
음식만 맛있다면 히트 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힛 기다렸어요. 어서와요 하고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고양이었으면 더 좋았을테다.
우리 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네이버 지도상으로 660m에 불과.
하지만 올해 들어 최고 더웠다는 이 날의 더위를 뚫고 걷자니 6km는 되는 듯 느껴졌다.
데워질 대로 데워진 몸에 콸콸 쏟아붓는 차가운 켈리 한잔.
벌 수십마리가 목구멍 속에서 물어뜯는 듯한 탄산감.
이 첫잔의 쾌감은 정말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
메추리알 장조림, 양배추케요네즈샐러드, 삶은 완두콩, 씻은 묵은지, 가자미구이가
웰컴 안주로 등장했다.
메추리알 장조림과 양배추케요네즈 샐러드를 집중 공략했다.
나머지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날은 왠지 땡기지 않았다.
참치뱃살모둠 55000원.
서빙되는 걸 보고 첨엔 좀 실망했다 양이 작은 것 같아서. 근데 먹다 보니 많더라.
(외견과 달리 내가 많이 못 먹는 편이다.)
해동도 잘됐고 괜찮은 부위들이라 기름기도 적당했고 맛도 좋았다.
먹는 내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 실체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대원호 김선장이 그날그날 잡아오는 고기에 따라 회구성이 달라진다는
모둠회를 먹었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마음의 갈등 때문이었을까?
영수증 리뷰하고 서비스로 받은 파인애플셔벗.
날이 더우니 꿀맛이었다. 상큼한 맛은 좀 부족했지만 달고 맛있었다.
이거랑 소주 조합은 꽐라로 가는 지름길일듯.
인스타에 스토리 리뷰 올리고 받은 무화과크림치즈크래커.
이거 기대했던것 보다 더 괜찮았다.
무화과 크림치즈는 베이글에 발라먹으면 정말 맛있겠더라.
유자하이볼도 한잔!
처음엔 레몬 하이볼 같아서 주문을 잘못했나 하고 주문서를 확인했는데
두 모금째 마시니 유자향이 올라왔다.
달달하고 상큼해서 여름 저녁에 마시기 딱 좋은 음료.
무전동에 생긴 캐주얼 스타일의 횟집.
일반 모듬회를 먹었어야 진짜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날 참치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요리라고 할만한 건 먹어보질 않아서 다음에 다시 들러야겠다.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는 가게인 듯 한 느낌적 느낌.
아쉬운 점은 생맥주가 없는 것과
일식 전문점이 아닌 횟집 포지션이라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는 힘들다는 것 정도.
그래도 무전동에 편하게 들릴 횟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모란포차와 함께 무전동 가성비 횟집계의 쌍두마차가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