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Tongyeong Log (430)
코인러버의 다락방
통영 꼼장어(곰장어) 맛집으로 이름 높은 산수갑산에 다녀왔다.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인데 어쩌다 보니 나는 이번 방문이 처음. 꼼장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노포감성도 별로, 그리고 로컬 추천 맛집이라는 곳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뭐만 하면 현지인 추천, 현지인이 가는 등등의 말이 붙는데 너무 남발해서 이젠 그런 글이나 영상을 거르고 본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매체들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 허영만의 백반기행 등등의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다. 어쨌든 꼼장어를 좋아하는 장모님과 와이프가 가자고 해서 따라 다녀왔는데 동종 가게들이 집중되어 있는 거리에 있는 만큼 다른 집들과 큰 차별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이게 웬걸. 정말 탁월하게 맛있었다. 오독오독, 쫄깃하면서..
겨울은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이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므로 위안을 얻는다. 다디달면서 쓰디쓴 삶.
요즘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맛집 투어에 좀 소극적인 편이었다. 통영의 웬만한 가게들은 다 들러봤기에 가던 곳만 계속 가게 됐던 면도 있고(갔다가 블로그에 안올린 곳들이 더 많다. 전에 어떤 가게에 대해 직설적인 글을 썼다가 호되게 당해서). 김셰프의 잔술이라는 가게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별다를 게 있겠냐 싶었는데 필스너우르켈 생맥과 슈나이더바이스 호펜바이세가 있다길래 오호?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방문하게 되었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꽤 안락한 느낌이었다. 조도가 낮은데 어두운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희귀한 위스키는 별로 없었지만 종류별로 유명한 것들은 거의 다 갖쳐줘 있었고 맥주도 꽤 다양했다. 생맥은 코젤 다크와 필스너 우르켈, 크릭분, 괴즈..
학교 일과 마치고 걸어서 집에 오던 길. 날이 너무 더워서 로컬스티치에 잠시 들렀는데 라인도이치 맥주를 팔고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폭염으로 달아오른 목구멍에 쏟아붓는 생맥 한잔은 유사 넥타르. 알딸딸해져서 파이브 스타 스토리 최신권을 읽고 있자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 그나저나 1993년 중학교2학년 때 오존판으로 처음 접했던 파이브스타스토리는 이제 독자가 된지 33년째.... 나가노 마모루가 죽기 전에 완결 지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넘어 이젠 그때 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미세먼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여름날,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땡볕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그 덕분에 8K 모니터를 보는 듯한 쨍한 풍경이 펼쳐져 힘들어도 바깥으로 나돌 수밖에 없었다. 개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핫플이 버어버린 것 같은 통영 신상 카페 저장고. 오픈런해서 사람 없는 카페 내부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우리보다 일찍 온 분들이 계셔서 실패. 되는 집은 어딜 가나 되는 법. 두 번 가보니 확실히 알겠는데 여긴 내공이 있는 집이 맞다. 통영 오신 분들은 시간 내서라도 들러보시길. 오랜만에 백서냉면, 장모님이 사주셔서 비싼 수육까지 먹어봤다. 잘몰랐는데 일반 냉면 먹으면 나무 수저받침을 주는데 수육 시키면 도자기 받침이 나온다. 수육 아주 부드럽고 파채랑 같이 먹으니 참 좋았음...
개업 이틀째인 신상카페 저장고에 다녀왔다. 제주도에서 통영으로 업장 위치를 옮겨왔다고 하는데 위치 선점이 참 절묘했다. 히든에스프레소바라는 컨셉답게 나무로 가려진 언덕을 살짝 오르면 드러나는 건물, 근처를 꽤 자주 돌아다녔는데 이런 위치에 주택이 있었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림집으로서는 그다지 쾌적한 곳은 아니었을 텐데 카페로 고치니 숨어있던 가치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공간, 요 몇 년간 이렇게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가 많아지긴 했지만 이만큼 느낌 있게 꾸민 곳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카페였다. 그리 넓진 않지만 통창이 많아 좁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책이나 소품을 올려둘 수 있는 깊고 넓은 통창..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순간순간이 힘들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를 중얼거리며 방황하는 중생이 불쌍해 보이셨는지 집안 재무부 장관님께서 만찬을 베푸셨습니다. 역시 최고의 맛은 친절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죽림 이자까야 수용은 사장님의 마음이 맛으로 표현되는 곳이었어요. 야끼토리에 생맥 한잔하니 딱 좋았습니다. 소년의 여름 같은 날 저녁 잘 먹고 마시며 나를 돌아보고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다이아몬드 같은 마음을 갖고 돌아왔네요. 다음 주에는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사자후를 터뜨릴 예정이니 싫은 소리나 무리한 부탁하려는 사람은 접근하지 마세요!
요즘 내 삶은 매일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즈음,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다. 그러다 문득, 페이스북을 보다 알게 된 사실. 오늘이 부부의 날이란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하루였겠지만, 알고 나니 ‘마침 딱 그날’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쯤 되면 삶도 타이밍의 예술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넘겼을 작은 기념일이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은 곧 의식이 된다. 장소는 죽림에 새로 생긴 이자카야 ‘일엽’(새로 생겼다고 했지만 사실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예전엔 ‘돼지바’라는 고깃집이 있던 자리다.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이자카야의 국룰에 따라 ..
통영에 네 번째 텐동집이 문을 열었다. 봉수골의 니지텐이 첫 번째, 무전동의 포텐이 두 번째였다. 다만 텐동123이 포텐 사장님의 전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곳은 같은 맥락으로 묶어도 좋겠다. 세 번째는 데메길의 코카모메. 그리고 이번에 터미널 근처에 문을 연 프랜차이즈 저스트텐동이 네 번째다. 포텐은 지금 문을 닫았으니, 현재 통영에 남은 텐동집은 니지텐과 코카모메, 그리고 이제 막 오픈한 저스트텐동까지 셋이다. 흥미로운 건, 현존하는 세 가게 중 두 곳이 봉평동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에게는 낯선 골목일지 몰라도, 현지인들에게는 사실 그리 편한 위치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저스트텐동의 입지는 나쁘지 않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접근성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세 가게 중 가장 유동 인구가 ..
봉수골을 지나가다 빌레트의 부엌 건물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있어서 유심히 쳐다보니 아는어부X샌드위치 팝업스토어가 오픈한다고 붙어있었다. 날짜는 3월 27일 바로 오늘. 완전 처음 보는 식당이었지만 통영 한구석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가 신기해 보여 발길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화이트와 블루를 테마컬러로 해서 꾸며진 공간에 세워진 키오스크에서 주력 메뉴로 보이는 피쉬앤칩스 비슷한 느낌의 바게트 샌드위치 하프 사이즈(?)를 시켰다. 부드러운 바게트(바게트 식감 정말 싫어하는데 여긴 괜찮았다.) 사이에 들어간 흰살생선 튀김은 꽤 수준이 높았고 달걀샐러드를 조금 더 많이 넣어줬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가격이 가격이니 납득할만했다. 피쉬앤칩스 메뉴를 따로 만들어 생맥주와 함께 팔면 꽤 괜찮을 것 같..
개학날 일과 종료 후 다른 선생님들은 새학기 상담으로 바쁜 와중에 나는 약속이 있어 셰프장으로(개학 첫날이라 급식이 준비되지 않아 야자는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오마카세가 되어 버린 모듬초밥과 후토마끼에 끝맛이 꿀처럼 달았던 아사히 생맥 한잔, 그리고 날씨가 쌀쌀해서 히레사케까지 한잔, 셰프장께서 내어주신 성찬을 먹고 나왔다. 마지막 수제 양갱까지 어찌나 맛있던지. 새학기를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판데목. 통영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운하 지역을 지나다가 판데길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안내판을 보며 무슨 뜻일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한산대첩 때 조선 수군에게 쫓긴 왜선들이 통영 운하 지역으로 도망쳐 들어와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헤치고 물길을 뚫고 도망쳤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선조들이 땅을 파헤치고 도망갔다고 알려진 곳에 해저터널을 뚫은 일본인들의 근성도 참 대단하다 싶다.). 원래는 내 삶과 아무 연관점이 없는 곳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곳을 중심으로 양쪽에 위치한 근무지에서 연이어 머무르게 됐고 지금은 매일 같이 지나며 바라본다. 자주 접하면 무의식 속에 섞이고 생각의 심연에 던진 낚시 바늘에 걸린 뭔가가 되어 올라오기도 한다. 새벽미사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무가 짙어 운..
금요일 저녁에 원두가 떨어졌다. 급히 주문해놨지만 월요일에나 도착 예정. 요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싶은 생각에 공차에서 우롱차를 테이크 아웃해 마시며 참아보려고 했지만 집에서 보내는 며칠 안되는 시간에 커피마저 마음에 드는 걸로 마시지 못한다는게 너무 큰 짜증으로 다가왔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은 일요일 저녁 미사 마치고 죽림의 카페 101에 들러 원두를 샀다. 니카라과 마라고지페. 산미와 과일향이 풍부한 걸로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젊은 바리스타 사장님이 이 원두를 한잔 내려주시며 권하셨다. 드리퍼에서 퍼지는 향과 그의 진지한 표정에서 이미 맛도 보기 전에 합격임을 느꼈다. 사장님께서 '조금 비쌀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으시길래 100g에 몇만원 하는 줄 알고 살짝 쫄았지만(200g 2만..
요몇년새 생맥주 바람이 불어 통영 같은 작은 동네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게 됐지만 몇 년 전에는 이곳 밀러 타임 빼고는 제대로 된 생맥주 파는 곳이 거의 없었다. 통영에서 사람 만날 일이 전혀 없다시피 한 내가 아주 가끔 타인과 술을 마셔야 할 때 들리던 곳이었데 직장 후배가 이곳이 궁금하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말 나오자마자 달렸다. 사실 후배라기보다는 동료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의지가 되는 친구들이다. 무진장 추웠던 저녁 그들과 생맥을 꺾으며 나눴던 시시콜콜한 얘기들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퀸이나 만토바 같은 올드펍에서 3000CC랑 돈가스 안주시켜 놓고 아무 영양가 없던 대화를 한없이 진지하게 나눴던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착각이 잠시 들..
덕둔버거가 문을 닫아서 아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거제 아주동의 평화카츠를 거쳐 다시 둔덕의 버거맥으로 돌아왔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장님이 같으므로 버거맥=덕둔버거. 위치는 이전의 덕둔버거보다 더 찾기 쉬워졌다. 앞에 넓은 주차장도 있어서 이래저래 입지는 훨씬 나은 듯. 덕둔버거 시절에도 있었던 톰과 제리 버거 피규어. 이거 너무 사고 싶은데 생각보다 비싸더라. 인상적이었던 조던 사진. 시카고불스 굿즈가 놓여 있고 TV에서는 NBA 경기가 재생되고 있었다.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인테리어용으로 쓰려고 직접 사서 몰고 오셨다는 베스파. 여태껏 봤던 것 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된 베스파였다. 맛이야 뭐 내가 따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미 덕둔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