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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Street cat of today

오늘의 길냥이 - 나의 시도

by coinlover 2025. 5. 28.

 

 

 

늘 그랬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부비곤 했다. 반가움에서 인지 허기진 애정의 표현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녀석을 만나면 내 마음은 항상 따뜻해졌고 그래서 사진은 늘 실패였다. 가까이 와 머리를 들이밀고, 휘감기고… 카메라의 우수한 아이포커스 기능도 그 동선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긴가민가한 눈빛으로. 그래서 겨우 한 장. 그리고는 또, 예의 그 인사. 꼬리를 세우고 달려들어 다리에 얼굴을 박고, 몸을 비비고, 내게 그 익숙한 애정을 퍼부 주었다. 별 수 없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고 열심히 녀석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털이 엉켜 있었다. 무언가 들러붙은 자국.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손으로 더듬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손끝에 걸렸다. 씻겨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다는 사실이 늘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젠 이 녀석도 중년의 고양이, 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일 것이다. 앞으로도 무탈하게 견뎌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