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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한동안 안보여서 고양이별로 돌아갔나보다 했던 새침룩이를 만났다. 겨울을 앞두고 엄청나게 벌크업한 상태. 에옹거리길래 츄르 하나 줬더니 좋다고 받아먹더라. 예전에는 눈치 보며 맴돌기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길 생활 레벨이 많이 올랐나 보다. 하긴 아슬란 등등 동네 길냥이들 다 보내고 홀로 남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니 이미 프로 길냥이 급이겠지.
한국에서 지금만큼 고양이들이 각광받았던 시절이 있는가? 바야흐로 대고양이시대라 부를만 하다. 고양이 영화, 고양이 사진, 고양이 쇼츠, 고양이 굿즈...... 온 세상에 고양이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고양이들은 정말 행복할까?
새벽미사 보러 가던 길에 만난 봄이와 아람이. 지하주차장까지 따라와서는 궁디 팡팡해달라고 주위를 맴돌아서 10분 정도 신나게 놀아주고 돌아섰다. 아파트에서 길냥이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할 모양이던데 녀석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런지. 내게는 너무 큰 위안이 되어주는 녀석들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해로운 존재 밖에 되지 못하는 모양이니.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나서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녀석들에게는 혹독할 계절을 앞두고 있는데 너무 매몰차게 쫓아내지는 않았으면. 푸른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빛을 발하고 있는 십자가를 보며 다들 함께 평안해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가을 열매처럼 잘 커나가고 있는 아람이. 겨울도 잘 버텨내길 바라며.
사람 비슷하게 생긴 악마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고양이 비슷하게 새긴 천사들에게서 치유받는다. 세상에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퇴근길에 유난히 아깽이들을 많이 만난 날. 겨울이 되기 전에 무럭 무럭 자라렴. 그리고 잘 버텨내렴.
폭우 쏟아지던 날 만난 문냥이. 문향수제꼬지집 근처에서 자주 만나서 문냥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봉평메밀 앞에서 만나니 봉평이 혹은 메밀이라고 불러야할까? 암묘 등등의 친구 길냥이들은 언제부턴가 안보이던데 문냥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
여름밤에 만난 만두. 요즘 원래 살던 영역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라 아파트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다. 난민.... 아니 난묘라고 해야하나. 어떤 이유로든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건 슬픈 일이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길냥이 시도. 요즘은 시립도서관보다는 한촌설렁탕 앞에서 더 자주 만나는데 이름을 바꿔야하나.
한낮의 폭염 속을 유유히 걸어가던 강한전력 고양이. 무슨 짓을 해도 안쳐다보더니 인스타에서 배운 매-애(Ma-AH)라는 고양이 부르는 소리를 냈더니 신기하게도 돌아보더라. 좀 한심한듯 쳐다보긴 했지만 ㅎ
집 밖에 잠시 나갔다가 만난 길냥이들. 고양이가 많아진건지 내 고양이 레이더가 민감해진건지. 시도도 만났는데 여성분들에게 둘러싸여 있길래 멀리서 인사만. 다들 장마철 잘 버텨내길.
일회성 만남으로 끝났던 녀석들.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10배 정도 빨리 간다고 하니 저녀석들을 만나 보낸 10여분의 시간들은 실제로는 한두시간 정도의 의미를 가졌을까? 그들에게는 큰 인상으로 남지 않을 짧은 스쳐감이지만 잊지 않고 싶어 굳이 한장 한장 찍어놓는다. 요즘 사람의 평균 수명을 70 정도로 본다면 담임으로서 한 학생을 만나는건 그들의 삶 중 1/70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전체 인생 중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유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은 그보다 더 짧을테니 실제로는 생각보다 더 길고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길냥이와의 짧은 스쳐감보다는 의미있는 뭔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잘모르겠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건지. 근래 몇년간 학생들의 사진을 거의 찍..
시립도서관 앞을 지나가는데 시도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 했는데 여학생 두 명이 겨울이라 부르며 시도를 반기고 있었다. 녀석은 나보다 여학생들이 좋은지 휙 돌아서 그들에게 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먹을 걸 주지 않자 그제야 나를 바라보며 애옹거리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츄르를 갖고 있지 않은 날이었다. 궁디 팡팡 몇 번 해주고 나니 내가 빈털터리라는 걸 눈치챈 녀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을 향해 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겨울이, 또 누군가에게는 시도, 공공재인 길냥이의 이중 생활을 잠시 엿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