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3일의 묘르신. 아버지 연미사 모시러 진주 칠암성당 갔다가 처음 만났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마르고 앳된 티가 난다. 2023년 2월 22일의 묘르신. 칠암성당 옆 건물 틈으로 들어가시는걸 만났다. 츄르를 드린다고 해도 데면데면 하시더니 그냥 어둠 속으로 사라지셨다. 내겐 언제나 같은 묘르신이라 생각했는데 2016년과 2023년 사진을 함께 두고 보니 세월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묘르신도 늙으셨구만.
진주에 간 김에 칠암성당 묘르신께 새해인사를 드렸다. 처음엔 안보이셔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성당 뒷편에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오셔서 마땅찮은 표정을 하고 앉으셨다. 새해가 시작된게 언제인데 이제야 왔냐는 질책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성을 듬뿍 담아 츄르를 건냈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드시고는 왔던 길로 돌아 들어가셨다. 중간에 힐끔 돌아보시는 모습에서 운전 조심해서 가라는 말씀을 읽을 수 있었다. 츤데레 묘르신 올해도 건강하시길~
성탄 구유 앞에 완벽한 구도를 만들며 앉아계신 (사진을 좀 아시는) 묘르신. 밑에 깔린 거적데기에 앉아 모처럼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고 계셨다.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예수님 태어나실 때 거대한 고양이가 수호성수처럼 앉아서 지키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며 큭큭거렸다. 동방박사와 수호성묘ㅋ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주신 묘르신께 감사의 츄르를 바치며 내년에도 자주 뵐 수 있길 기원했다.
도천동 KT 골목의 새침룩이. 같이 살던 아슬란과 화오는 모두 고양이별로 돌아갔는데 홀로 생존해 2년째 그곳을 지키고 있다. 살아남는 고양이가 강한 고양이. 아직 털 상태도 좋고 딱히 아픈 곳도 없는듯. 어느새 프로길냥이로 성장한 새침룩이가 늠름해보인다. 늦봄 무렵에 자취를 감춘 아슬란과 화오. 아슬란은 내가 특별히 사랑하던 냥이라 사자처럼 건강하게 살라는 뜻으로 아슬란이라 불렀고 화오는 화이트 오드를 줄여서 부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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