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 위에 플라스틱 물병이나 헬멧 같은 걸 얹어두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선언이었다. "여긴 고양이 금지구역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을 지나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안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고요하고 냉랭한 공간 속에선 그 작은 온기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흠집과 고양이 털, 그리고 어쩌면 불청객이란 존재 자체가 그들에겐 작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에티켓이 있어서, 안장은 긁지 않고, 앉았던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라면 이미 고양이의 본성을 벗어난 존재겠지. 그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기에, 오히려 그 무심한 태도가 더 사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오랜만에 그 풍경을 다시 만났다. 출근길에 본 한 마리 길냥이—내가 '만두'라 부르는 녀석—오토바이 안장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어 있었다. 물병도, 헬멧도, 심지어 누군가의 제지도 없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살며시 GR3X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만두가 반가웠던 걸까, 아니면 다시 돌아온 그 익숙한 풍경이 반가웠던 걸까.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순간만큼은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