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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 대신 부산 - 전포동 지즈, 스트럿커피, 야끼토리 온정, 프리츠프리츠, 남포동 나담, 백화양곱창, LP바 까사노, 영도 흰여울마을 해빙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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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 대신 부산 - 전포동 지즈, 스트럿커피, 야끼토리 온정, 프리츠프리츠, 남포동 나담, 백화양곱창, LP바 까사노, 영도 흰여울마을 해빙모

coinlover 2026. 1. 22. 10:31

 

이번 겨울에는 비행기 타고 어디로든 떠나보려고 했다. 해외여행은 코로나 이전에 오사카 교토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한번 나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2년 전에 제주도에 일 보러 가면서 비행기를 타보긴 했지만.) 제일 현실성 있는 여행지는 돗토리였다. 비용이 정말 저렴했고 무엇보다 그 유명한 사구와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은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으로 계획은 무산됐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만만한 부산으로 잠시 나들이를 다녀왔다. 
 

 

 
부산 가서 처음 들린 곳은 전포동 지즈. 몇 년 전부터 일식 카츠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일본의 이름난 맛집들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쉴새없이 치고 나오는 중, 이곳도 그런 신흥 강자 중의 하나다. 웨이팅 지옥을 맛볼 줄 알고 각오를 다졌는데 평일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대기 3번, 첫 타임에 들어가 먹을 수 있었다. 주황색을 키컬러로 쓴 식당 내부가 차분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이었다. 상등심카츠, 카츠산도, 믹스카츠를 시켰는데 상등심 카츠는 고기가 두껍고 부드러워서 가 참 좋았다. 튀김옷은 많이 바삭한 편. 먹고 나니 입천장이 아주 살짝 까졌을 정도. 소금, 와사비, 돈가스소스, 허브오일이 제공되는데 와사비 올려 먹는 게 제일 어울렸다. 살짝 칼칼한 돈지루도 참 맛있었는데 밥이 꼬들을 넘어 딱딱했던 건 아쉬웠던 부분. 카츠산도는 한입에 넣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편이어서 감동했다. 빵이 부드럽고 소스도 튀지 않아 맛있었다. 사실.... 돈가스에 생맥주를 곁들였는데 맛이 없으면 심각한 문제 아니겠나? 
 

 
 
두 번째로 들렀던 곳은 지난 전포동 나들이 때 들렀던 스트럿커피. 세계 100대 카페에 선정됐던 명소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웨이팅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날 시킨 필터커피는 이전과 달리 좀 많이 워터리(커피 유튜버들은 꼭 이렇게 말하더구먼ㅋ 시러피, 너티, 크리미 ㅋㅋㅋ)한 편이라 의아했다. 클레임을 걸까 싶었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괜히 주목받고 싶지 않아 대충 마셨고 원두를 사 오려던 마음은 그냥 접었다. 
 
 

 
 




카페에서 나온 후 전포동 이곳 저곳에 있는 소품샵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구경할게 참 많은 동네지만 솔직히 퀄리티 있는 소품은 많지 않고 비슷비슷한 아이템들이 넘쳐나서 구입은 안 했다.
 
 

 
 
와이프가 궁금하다고 해서 들러본 히피. 몽블랑 보늬밤 타르트 하나 구입해서 나왔다. 맛은 딱 보고 예상되는 그대로!
 

 
지난번에 왔을 때 문이 닫혀있었던 헤르츠35. 필름 카메라 대여 및 현상을 해주는 곳인데 35mm 판형이 주력인 듯했다. 하긴 중형은 일반인이 바로 다룰 수 있는 모델이 거의 없을 테니까. 열쇠고리, 스티커 같은 굿즈도 판매하고 있길래 두어 개 주섬 주섬 집어왔다.  
 

 

 
와이프가 궁금하다고 해서 애써 찾아온 엽서도서관. 한국에 팔고 있는 모든 엽서는 다 모아놓은 듯 아주 멋진 가게였다. 앉아서 엽서를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시간 보내기도 좋았다. 한 번쯤 들러보라고 추천할만한 장소. 
 

 
2025년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된 야끼토리 맛집 온정. 예약 손님을 우선으로 받는 곳으로 지난번엔 멋모르고 갔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엔 며칠 전에 예약을 해서 편하게 먹었다. 미니세트(꼬지 3개, 치킨난반, 츠쿠네로 구성)를 시켰는데 원래 저녁을 많이 먹지 않는 터라서 이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추가로 닭곰탕, 명란 오니기리를 시켰는데 다 무난하게 맛있었다. 요즘은 야끼토리 또한 상향평준화가 많이 돼서 웬만한 곳에 가서 먹어도 다 괜찮은 것 같다. 여긴 예약이 그리 어렵지 않으니 번거로운 거 싫어하는 사람도 좋은 느낌으로 먹고 나올 수 있을 듯. 여기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생맥을 파는데 이날 케그를 교체한 타이밍이라서 그런 건지 원래 관리를 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먹은 산프몰 중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감동해서 한잔은 그대로 원샷하고 한잔 더! 
 

 
야끼토리 온정에서 미니세트를 먹은 이유는 바로 옆에 있는 프리츠 프리츠에서 생맥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이 집은 맥주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강추할만한 곳이다. 온탭된 맥주들이 하나같이 좋다. 마시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을 한참 했는데 결국 요즘 IPA 제일 잘한다고 정평이 나있는 몽키쉬 한잔, 그리고 로덴바흐 그랑크뤼를 추가했다. 타지에서 취하면 큰일 날 것 같아 멈추긴 했는데 날 잡아서 탭리스트에 있는 맥주들 다 한잔씩 하고 싶다.   
 

 
숙소가 삼정타워 근처라 돌아오면서 들렀는데 덕후들의 성지라 할만했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굿즈를 파는 곳이 너무 많아서 작은 아키하바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팝마트는 1층으로 옮겨 재개장을 했던데 몇 달 전과 달리 라부부 열기가 식어버려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최단기간에 사그라든 캐릭터붐이 아닌가 싶기도.  
 

건담베이스도 한 바퀴 돌았는데 덕력을 되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노안이 와서 프라모델 조립이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건프라 중에서 꽤 좋아하는 야크트도가가 보여서 한 장 찍었다. RE100이라는 라인업은 MG나 RG처럼 조립이 복잡하지 않아서 총 쥐는 손과 관련된 이슈만 없었더라면 하나 구입했을지도. 

 
 
부산 여행 이틀째. 첫끼는 전포동 바오하우스에서 해결했다. 지나가다가 웨이팅이 많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바로 입장이 가능해서(내가 들어간 뒤 바로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졌다.). 처음 먹었을 때보다는 임팩트가 약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이날은 탄탄멘이 참 좋더라. 밥 비벼 먹으니 딱!
 

 
소화도 시킬 겸 전포동 카페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두쫀쿠 웨이팅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마음의 안식처, 영혼의 고향인 남포동에 오랜만에 들렀다. 나는 부산 출신도 아닌데 이곳에 오면 왠지 맘이 편해진다. 서면 있다가 넘어오니 갑자기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돌아다니는 사람들 연령대가 급변해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광복 롯데백화점에 차를 세우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나담이라는 카페에 들렀는데 자리를 잡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이곳은 내부가 너무 좁고 복잡해서 절대 가족과 함께 올만한 데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좁은 가게에 소품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다가 건드릴까 봐 겁이 났다. 오래된 킷사텐 감성이 있어서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내부 촬영도 금지라 사진은 별로 없다. 좁고 가파른 계단 좌우측으로도 액자가 놓여있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계단 사진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한 장 찍었다.) 메뉴를 보고 메모지에 적어 주문하는 방식인데 메뉴판 구성이 난해한 편이라 주문할 때 조금 헤맸다. 비엔나커피와 핸드드립, 초코라테 두 잔을 시켰는데 5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나왔으니 저렴하진 않은 편. 이런 곳에 들리면서 가성비를 따질 사람은 없겠지. 핸드드립커피는 일본식, 원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미는 전혀 없는 고전적 스타일이었다. 요즘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르니 처음 맛보면 당황할지도. 비엔나커피는 그래서 더 좋았다. 예전에 먹던 프림커피 느낌이 살짝 나서. 어쩌다 보니 나쁜 평만 쓴 것 같은데 일반적인 감성 카페 분위기를 기대하고 가면 누구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다. 이곳은 혼자 들러서 커피맛을 음미하며 공간과 음악을 즐겨야 하는 곳이기에 가족여행 중 들린 것은 치명적 실수였다.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백화양곱창. 원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오죽했겠는가.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먹는 게 힘들긴 하지만 맛으로는 깔 수가 없다. 금요일 저녁이라 웨이팅을 각오하고 갔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장사 잘되는 금싸라기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구하기는 힘든지 외국인 직원이 많이 보였다. 내가 먹은 곳에도 한국어 의사소통이 완벽하진 않은 여성분이 일을 하고 있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옆자리 앉았던 젊은이는 개념을 밥 말아먹었는지 신발을 벗고 우리 가족 쪽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우연히 들렀던 자갈치 시장 LP 바 까사노. 이런 곳에 LP바가 있다니 하며 신기해하며 입장. 내부 분위기는 LP바라기 보다 포차 같았지만 고층에 있어서 뷰도 좋았고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막귀인 데다 하이파이 계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스피커의 음질이 어떤지는 논하기 힘들지만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참 매끄럽게 뽑아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생맥주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과 라쇼페가 있었으니!
 

 
 
부산여행 셋째 날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영도 흰여울마을에 들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유명카페 해빙모먼트. 뷰도 좋고 디저트와 음료도 기본 이상이고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참 친절해서 좋았던. 해빙이 얼음이 놓는다는 해빙이 아니라 Having이었어. 
 

 
 
영도 흰여울마을은 들리기 전에 가졌던 편견과는 달리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은 관광 시즌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곳곳에 정비 중이라 포토스폿이라는 곳들은 가볼 수 없었지만 바다를 보면서 걷는 게 꽤 좋았다. 통영 동피랑의 상위 호환이랄까? 사진으로 남길만한 곳도 꽤 있었지만 여행 마지막날이라 체력이 떨어져서 그냥 보고 넘겼다.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역시 집이 최고다 싶다. 여행의 목적은 본거지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있는 법!
포근한 햇살 속에서 여행 도중 챙겨 온 전리품들을 정리하고 있자니 지난 며칠이 꿈만 같다. 남들 다가는 곳만 다녀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부산 여행은 돗토리 관광 못지않았다고 생각하며 짧은 여행 기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