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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무전동에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이 생겼다고 하니 안가볼 수가 없어 살포시 다녀왔다. 오코노미야끼 맞은 편에 위치한 스시미노, 셰프님 성함이 민호여서 붙은 이름인듯(근데 또 한자로는 미로 - 맛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업장 내부는 이런 분위기, 다찌 좌석 6개의 좁지도 넓지도 않게 딱 적당한 공간감.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기본셋팅 샐러드 없이 차완무시부터 시작.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부드러운 계란찜. 볼륨감은 약하지만 감칠 맛이 좋았다. 바로 쪄낸듯 엄청 뜨겁게 나와서 놀랐다. 평범한 미소장국. 광어, 도미뱃살과 등살, 부시리. 그대로 소주 한병각. 삼치유자폰즈. 비주얼과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딱 그대로의 모범적인 맛. 문어조림, 적당한 짠맛과 단맛, 쫀득한 문어의 조..

악의의 고름들이 대한민국을 향해 뭉글 뭉글 쏟아져 내린다. 오욕은 이미 둘러썼고 문제는 이 정도 질량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는가다. 우리는 생존할 수 있는걸까? 국운이 풍전등화인데 모두들 어찌 이리 태평할까?

1. 출근길 집 주자창. 길이 좁아 한대 밖에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인데 아반테 한대가 비상 깜빡이를 켜놓고 서있다. 내가 나가려고 하니까 좀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아침 출근길 바쁜 시간에 나가려는 사람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사정만 봐 달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2. 출근이 급해서 비켜주셔야겠다고 하니 같은 아파트 동민끼리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한다. 처음부터 뒤로 10m만 물러나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내가 기다릴 필요도 차를 빼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그 10m를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상황을 이해하라고 한거다. 3. 그냥 깔끔하게 후진 10m만 하면 나도 자기도 편할 수 있는데 그걸 굳이 이동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고 옆공간으로..

너무나 갖고 싶었던 쿠루토가다이브. 한정판으로 나왔던 초판은 가격이 우주를 뚫고 나간 상태라 포기했는데 얼마전에 정발된다는 정보를 듣고 기다리고 있다가 겨우 구입했다. 바랬던 어비스블루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덴스그린이라도 손에 넣은게 어디야. 실제품을 받아보니 너무 가벼워서 당황스러웠다. 비주얼은 굉장히 묵직해보였는데. 무게감 있는 필기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 가격에 딱 맞는 만듦새와 필기감. 정가에 구입한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프리미엄까지 지불하며 구매할 정도는 아니다.

스파웃이 달린 포터필터는 채널링 확인이 불가능해 커피를 제대로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초심자의 연습에는 바텀리스가 적절하다는 말을 듣고 브레빌870 사자마자 추가 구입. 분쇄도 조절, 도징량 조절, 칠침봉 사용, 디스트리뷰터와 탬퍼를 이용한 섬세한 탬핑까지 다양한 변수를 바꿔가며 시도해봤지만 제일 중요한건 원두였다. 신선한 원두 사용하니 다른 요소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물퍽 등의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추출을 보여주었다. 점도도 크레마도 너무 만족스러운 수준. 보람이 느껴지는 아메리카노 한잔. 솔직히 왠만한 카페보다 맛있었음. 라마르조꼬 같은 비싼 기계보다 더 중요한게 원두의 퀄리티. 두근 두근하는 마음으로 비싼 듁스커피를 주문해봐야겠다.

미세하게 틀어진, 묘하게 어긋난, 살짝 휘어진. 균형이 맞는듯, 합을 이루는 듯, 잘 굴러가는 듯. 서서히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붕괴, 균열, 그리고 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우리, 관계 그리고 삶의 말갛게 드러난 속살은 열린 상처로 채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