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했다. 사진 찍으러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진진이 소풍 도시락 김밥 만드느라 포기 . 
 
 
2.
 
한국 교육이 걸어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길 위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변화를 꼽으라면 급식의 시작이라 하겠다. 
 
그전까지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자식들의 도시락을 마련했는가? 
 
가끔 이렇게 김밥 한번 싸는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일을 맨날 했던 그 시절 어머니들은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3.
 
밥 하고, 재료 마련하고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에 넣는데 까지 정확하게 한 시간이 걸렸다. 
 
만드는 건 귀찮지만 이 만큼 맛있는 게 또 없다. 
 
4.
 
김밥을 싸다보니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중학교 시절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소풍 전날 모종의 사건으로 어머니와 형이 크게 다퉈서 화가 나신 어머니가 김밥 재료를 준비하지 않으셨고 
 
결국 다음날 형은 소시지 반찬을 넣은 일반 도시락을 갖고 학교로 갔다. 
 
소풍날 김밥을 먹지 못했을 형이 걱정돼서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김밥집 아들이 김밥없이 소풍을 간 아이러니한 상황.
 
어머니도 하루쯤은 김밥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으셨던 걸까? 
 
5.
 
초등학교 소풍 전날이면 어머니께서 1000-2000원 정도의 용돈을 주시며 가서 먹을 과자를 사 오라고 하셨다. 
 
담배집(집 근처 가게를 그렇게 불렀다.)에 가서 과자를 고를 때
 
당시 내게 주어진 난제는 양을 택할 것인가 질을 택할 것인가였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과자를 몇 개 갖고 왔는지가 자존심의 척도였기 때문에 
 
나는 좋아하진 않는 과자를 다양하게 살 것인지.
 
좋아하는 (대부분 비쌌던) 과자 한두개를 살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질보다 양을 택했고 그렇게 산 과자는 소풍 가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프링글스와 콜라와 하리보와 초콜렛을 가방에 챙기는 진진이를 보고 있자니 
 
한심했던 어린 시절이 어제일 같이 느껴졌다.  
 
6.
 
날씨가 무척 덥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다.
 
 
7.
 
에스프레소 투샷으로 아이스크림라떼를 만들어먹었다. 
 
앞으로 필터 커피 말고 라떼류는 그냥 집에서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