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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근길 집 주자창.
길이 좁아 한대 밖에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인데
아반테 한대가 비상 깜빡이를 켜놓고 서있다.
내가 나가려고 하니까 좀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아침 출근길 바쁜 시간에 나가려는 사람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사정만 봐 달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2.
출근이 급해서 비켜주셔야겠다고 하니
같은 아파트 동민끼리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한다.
처음부터 뒤로 10m만 물러나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내가 기다릴 필요도 차를 빼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그 10m를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상황을 이해하라고 한거다.
3.
그냥 깔끔하게 후진 10m만 하면 나도 자기도 편할 수 있는데
그걸 굳이 이동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고
옆공간으로 자리를 붙이고 나보고 빠져나가라고 한다.
그냥 뒤로 10m만 후진하시면 서로 편하다고 하니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며 옆으로 차를 붙인다.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손 하나 들어갈 것 같은 틈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온다.
짜증을 애써 누르고 가려하는데
'거봐 빠져 나갈 수 있는데 왜 저런데 젊은 사람이'
라는 짜증 섞인 말이 들려온다.
4.
이런 상황을 빈번하게 만나고
그럴 때마다 이건 아니지 하고 말을 하다보니
이상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지적하면 성격이 꼬인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 동네 분위기가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