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모임은 정말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지. 그래도 고기맛은 역대급이었다. 원래 맛있는 집이긴 했지만 이 날처럼 입에 달라붙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때 찍은 몇컷은 영원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삭제 하다가 고기가 무슨 죄가 있겠냐 싶어 이 사진만 남겨뒀다. 사람은 가도 고기 맛은 남는게 삶, 원래 인생이라는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지 않는가. 조만간 가족들 데리고 한번 가봐야겠다. 이젠 거지 같이 얻어먹지 말고 내 돈 주고 사먹어야지.
새 학기 시작하고 나서 허덕이며 살고 있으니 장인, 장모께서 안 돼 보인다고 집 근처 청도갈비에서 생갈비를 사주셨다. 1인분 130g 32000원,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인데 기본 반찬이 많이 나오고 모두 다 깔끔하고 괜찮은 맛인 데다가 고기가 부드럽고 좋았다. 고깃집 답지 않게 면이 부드럽고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았던 냉면도, 고기가 한가득 들어가 있었던 된장찌개도 맘에 들어 다음에 다시 가볼 생각. 이날이 특히 좋았던 건지 이게 평균인건지 몇 번은 가봐야 알 수 있을 테니. 그동안 지인들에게 추천할만한 통영 소고기 맛집이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잘하면 한 군데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전동 커피올곳. JMC바리스타 학원과 붙어있는 카페다. 생긴 지 꽤 됐고 근처를 자주 오갔지만 커피학원에 붙어있는 가게라서 고..
갈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히 즐기고 오고 좋았던 카페 이스(AES). 붉은 벽돌과 나무 소재를 메인으로 만들어낸 조용하면서도 따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누군가와 함께 보다는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딱 어울리는 곳. 예가체프와 에스프레소 꼰파냐를 시켰는데 캡슐커피의 직설적인 고소함에 길들여져 있는 (촌스러운) 내게는 너무 강했던 산미. 나쁘다는게 아니라 적응이 좀 필요할 듯한. 문장으로 치면 내간체에 가깝다고 할까.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커피의 복합적인 맛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건 마치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 그 색을 가지런히 놓아가는 듯한 재미랄까? 천한 미각으로 정확하게 맥을 짚..
흘러가는 시간으로부터 힘을 얻는 망각은 사건의 원형을 이지러지게 하며 이윽고 새로운 형태로 조합하여 자리잡게 만든다. 그보다 훨씬 거대한 망각의 찌꺼기에 불과한 기억은 때때로 (혹은 상시) 무기력할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발생했을 당시에 해결하고 그 모든 결과를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수단으로 남겨야한다. 이것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왜곡으로부터 사건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는 시작부터 실패했고 이제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잊히길 바랬던 일의 주체들은 망각으로 부터 힘을 얻었고 기억하길 바랬던 지사들은 망각으로 인해 정당성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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