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3/02 (41)
코인러버의 다락방

낮에 나온 달은 슬프다. 역할에 맞지 않은 시간, 광활한 공간의 어느 지점에 홀로 덩그러니 던져진 존재를 위로하는 듯한 비행.

인스타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나영밀작업실에 다녀왔다(어느새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나버렸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애써 찾아가야 하는 식당이다. 인근에 있는 시장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걸어왔더니 근처에 주차할만한 곳이 몇 군데 보여서 그냥 몰고 올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평소에 웨이팅이 많다고 하는데 오픈 30분 전에 가서 기다렸더니 1등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포함해서 2팀, 식사하는 도중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만석이 됐다. 식당 휴일이 불규칙하니 방문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건 필수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은 이런 곳에서 기대할만한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약간 오래된듯하면서도 감성적인. 소품도, 빛도 모두 좋아요..

연세우유 크림빵을 사러 집앞 CU마트에 갔더니 바로 옆에 고대 딸기잼 맘모스빵이 딱. 대놓고 노렸다 싶을 정도로 뻔한 마케팅인데 그게 또 먹히는거지. 그래서 두개 다 사왔다. CU마트에서 벌어지는 맛의 고전이라.... 개인적으로는 연대보다 고대를 좋아한다. 중학교 때 농구대잔치에서 활약하는 고대농구부를 보면서 진학의 꿈을 키웠고 고3때 지원해 합격도 했지만 그때가 1997년, IMF시기의 집안 사정으로 진학 포기를 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과 동경이 남아 있는 학교다. 연세우유빵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한 것이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퀄리티가 좋다. 소보루식감도 살아있는 편이고 완두앙금, 딸기잼, 생크림의 양도 꽤 많고 조화로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맘모스빵 맛집이라는 곳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왠만한 제과점의..

무전동 맛집 죽향 일식이 열방교회 건너편으로 이전했길래 궁금해서 다녀왔다. 흰색 외벽의 건물에 한자로 적힌 죽향 로고가 매력적이었다. 내부는 아직 정리가 조금 덜된 듯했지만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일식집 분위기가 물씬 났다. 이전하기 전에 거의 모든 공간이 방으로 나눠져 있어 프라이빗한 모임을 하기에 좋았는데 옮긴 곳에서도 그런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매생이죽. 간이 좀 강한 편이었는데 나한테는 딱 좋았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 딱딱한 바게트 위에 안키모크림소스와 토마토 샤인머스켓을 올린 것. 지난번에도 한번 나왔었는데 바게트가 너무 딱딱해 입천장이 까졌다 ㅜ_ㅜ 곤이 조림. 비린맛은 없었지만 곤이는 따뜻하게 먹는걸 좋아하는지라. 고노와다와 광어회(정신없이 먹어서 정확하진 않음). 비린맛 하나도 ..

물가는 하염없이 올라 동네 삼계탕집의 녹두삼계탕도 16000원 하는 시대. 몸이 허해 보양 비슷한 거 해보려고 갔다가 현실 물가를 깨닫고 정신이 허해져 버린 날. 어떤 술집에는 소주가 6000원대라고 하고, 피자도 4만원대를 돌파했다고 하지. 향만 살짝 첨가한 서비스 인삼주로 날카로운 신경을 진정시키며 시대를 한탄한다. 지금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이러다가 삼계탕도 너무 비싸져 서민들은 입에 대지 못할 날이 오려나? 정치, 경제, 사회 어느 쪽을 바라봐도 한숨만 나오는 시절인데 어디에 마음을 의지하고 버텨나가야하는걸까? 모든 것이 무너져 가는 이 시절에 나는 내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삼계탕 한그릇 하러 가서 몸만 살찌고 정신은 피폐해진 채 돌아왔구나.

2014년 8월 11일에 수령했던 올란도, 2023년 2월 26일 새벽미사 가던 길에 정확히 20만 Km를 찍었다. 구입한 지 10년 되는 해에 20만 km 달성. 실제로는 2014년 한 해 통영에서 진주고등학교까지 혼자 출퇴근하며 거의 10만 km를 달렸기에 나머지 9년 동안 한 해에 1만 km 정도를 탄 셈이다. 큰 잔고장도 없었고 1회의 가벼운 접촉사고(개념 없던 오토바이 할아버지가 혼자 와서 조수석 쪽 뒷문을 들이박았던....) 외엔 무리 없이 타고 다녔다. 진주까지 왕복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했고 서울 왕복 20회 이상, 부산까지 왕복은 한 40여 회 한 것 같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곳을 함께 달렸다. 10년, 20만km를 넘으면 차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작년부터 몇몇 브랜..

봄이 오니 길냥이들이 활동을 시작하나 보다. 겨우내 얼굴보기 힘들었던 녀석들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햇볕을 즐기고 있다. 봄이! 만두! 시도! 모두들 프로길냥이답게 겨울을 잘 버텨내줘서 고맙다. 올한해도 많은 애교 부탁한다. 1애교 1츄르 OK?

네스프레소 머신 픽시 C61 영입. 집에 커피메이커가 있지만 그것도 사용하기 귀찮아서 간편한 네스프레소를 추가로 들였다. 캡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끝이라 편해서 만족 중. 맛도 미각이 천한 내 기준에서는 전문점이랑 큰 차이 없는 것 같고. 스타벅스 더블샷 잔에 스타벅스 네스프레소 캡슐 하나 내려서 마시는게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음. 그러던 와중 좋아하는 커피전문점 삼문당에서 네스프레소 캡슐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휑하고 달려가 사 옴. 삼문당 커피를 집에서 내려 먹는 날이 다오는구만. 저 아름다운 크레마를 보라. 삼문당 커피는 삼문당 잔에. 다양한 풍미를 느꼈던 삼문당의 다른 커피와는 다르게 의외로 개성이 강하진 않고 부드러운 맛이라 편하게 마시기 좋았다. 원래 커피 한잔 이상하면 몸이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