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나영밀작업실에 다녀왔다(어느새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나버렸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애써 찾아가야 하는 식당이다. 인근에 있는 시장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걸어왔더니 근처에 주차할만한 곳이 몇 군데 보여서 그냥 몰고 올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평소에 웨이팅이 많다고 하는데 오픈 30분 전에 가서 기다렸더니 1등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포함해서 2팀, 식사하는 도중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만석이 됐다. 식당 휴일이 불규칙하니 방문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건 필수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은 이런 곳에서 기대할만한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약간 오래된듯하면서도 감성적인. 소품도, 빛도 모두 좋아요 많이 받을만한 사진이 잘나오는 곳이다. 요리하시는 남자분을 보고 있으면 일본 소도시의 어느 식당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수도. 멀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온 기분을 선사해 주는 게 요즘 카페와 식당들의 셀링포인트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 딱 맞는 가게인 것 같다. 사실 요즘같이 사람들의 미각이 상향평준화된 시대에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음식 맛만으로 감탄하게 되는 건 드물다. 맛은 기본이고 다른 곳에서 받지 못하는, 혹은 비슷하더라도 조금 더 다듬어지고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나영밀작업실이라는 이름도 사람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밀은 영어로 해석하면 식사가 되겠지만 가게에서 사용한 한자대로라면 고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업실은 아뜰리에, 스튜디오 같이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공간 같은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나영밀작업실이라는 이름은 나영이라는 사람의 비밀스럽고 고요한 세계를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선물해 준다.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고 한다. 내가 갔을때는 겨울배추와 굴크림파스타를 팔고 있길래 굴이 들어간 요리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이때가 아니면 언제 경험하겠냐 싶어 시켜봤다. 소고기스튜는 어딜 가나 엇비슷한 맛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주는 메뉴이기에 선택. 하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이었고 하나는 일상적인 안전을 택한 전략이었다.
정갈하게 세팅된 수저. 나무숟가락에 각인된 나영밀작업실이라는 글자가 예쁘다.
10분정도 기다리니 나온 굴파스타. 간이 적절한 크림파스타에 올라간 배추가 이색적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의외로 괜찮다. 크림소스가 주는 느끼함을 조금이나마 눌러줘서 균형이 잘 맞다. 굴도 실하게 들어가 있는데 굴을 싫어하는 나도 거부감 없이 먹을 정도니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면의 익힘 정도도 만족스러웠다. 파스타면이 흐물거리거나 너무 설익으면 정말 화나는데 씹을 때 저항감이 약간 느껴진 정도로 탄력이 있어 좋았다.
소고기스튜는 호불호가 없을 무난한 맛. 그만큼 큰 특징도 없었다. 어찌 보면 갈비찜에 가까운 음식이었달까? 고기를 비롯한 식재료가 (내 기준에서는) 너무 잘잘하게 썰어져 있어 식감이 좀 많이 아쉬웠다. 소스가 맛나서 밥 비벼먹기 딱 좋은(그래서 밥도 같이 준다.).
인근 지역으로 여행오면 한번 찾아가 볼 만한 식당이다. 인테리어가 예뻐 사진 찍기도 좋고 음식도 무난하게 맛있다. 오픈런을 해서 웨이팅 없이 먹었기에 인상이 좋은걸 지도 모르겠다. 오랜 웨이팅을 기다리고 먹었다면 달라졌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