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정설명회를 마치고 담임들끼리 모여 수고했다며 술 한잔하고 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학부모님 만난다고 긴장했었고, 며칠 전부터 학교에 남아 준비하느라 고생했었지만 부장님이 사주시는 맥주 한잔이 너무 맛있어서, 함께 한고비를 넘었다는 유대감에, 피곤함도 잊고 학년부 선생님들과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그때처럼 긴장하지도 않고, 준비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저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하는 날일뿐. 그래도 교육과정설명회가 끝나면 정신없었던 3월을 잘 버텨냈다는, 큰 문제없이 새 학기를 보내고 있다는 안도감에 술을 한잔하고 싶어 진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아직 완전히 차오르지 않은 달이 보름인양 환했던 저녁. 집 앞 까투리에서 생맥 한잔을 하며 지난날을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
벚꽃이 대충 다 핀 것 같다. 다음 주면 절정에 이를 듯.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아쉽긴 하지만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마음이 말랑 말랑해지는 것 같다. 매년 보는 벚꽃인데 뭐가 이리 좋을까. 동네 원룸 주차장 안쪽에서 흐드러지게 폈다가 떨어진 동백의 흔적을 만났다. 목이 꺾이듯 꽃채로 떨어지는 동백의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선연한 붉은빛도. 점심 해 먹으려고 대파 사러 나왔다가 그냥 동네 설렁탕집에서 한그릇 사 먹고 돌아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아삭아삭 달달한 김치와 깍두기가 쳐져있던 미각을 깨워주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것에서 삶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이번주는 저녁 미사를 갔다. 태평성당 가는 길에 카페 영업을 마치고 로스팅에 열..
1. 게이샤를 마셨다. 요몇년간 가장 핫하고 비싸다는 원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취향과는 엄청 멀었다. 이렇게 기록을 해두는 건 시간이 지난 뒤에 내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지표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산미가 두드러졌고 다양한 풍미가 섞여 있다는건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들이 내게는 그리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단 하나의 맛이라도, 단 하나의 향이라도 내게 맞는 것이 중요하지 맞지 않는 것이 수없이 펼쳐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커피 초보에 불과한 내가 아직 감당하지 못할 만한 깊이의 커피를 만나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테다. 2. 사람들이 커피나 위스키, 와인 등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것들의 맛과 향이 가지는 모호함에 있다. 정답이 정해진 직설적인 맛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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