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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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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설명회 뒷풀이 학교교육과정설명회를 마치고 담임들끼리 모여 수고했다며 술 한잔하고 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학부모님 만난다고 긴장했었고, 며칠 전부터 학교에 남아 준비하느라 고생했었지만 부장님이 사주시는 맥주 한잔이 너무 맛있어서, 함께 한고비를 넘었다는 유대감에, 피곤함도 잊고 학년부 선생님들과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그때처럼 긴장하지도 않고, 준비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저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하는 날일뿐. 그래도 교육과정설명회가 끝나면 정신없었던 3월을 잘 버텨냈다는, 큰 문제없이 새 학기를 보내고 있다는 안도감에 술을 한잔하고 싶어 진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아직 완전히 차오르지 않은 달이 보름인양 환했던 저녁. 집 앞 까투리에서 생맥 한잔을 하며 지난날을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
Just snap - 정오의 라이더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며 정확히 90도로 빛을 내려 꽂던 시간. 붉은 마음의 라이더는 거침없이 달리고 싶었더랬다. 실제 시속은 10km 남짓 밖에 되지 않더라도, 뒷차들이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그는 그만의 길 위에서 질주한다. 그 마음은 이미 제로의 영역.
카렌다쉬 2023 블러썸 에디션 까렌다쉬 필기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색깔은 못참지.
봉수골 벚꽃 명소 봉평주공아파트 오래된 아파트, 오래된 나무, 그리고 올해 된 벚꽃.
봄날, 봄밤 - 오는 벚꽃과 가는 동백 그리고 태평성당 저녁미사 벚꽃이 대충 다 핀 것 같다. 다음 주면 절정에 이를 듯.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아쉽긴 하지만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마음이 말랑 말랑해지는 것 같다. 매년 보는 벚꽃인데 뭐가 이리 좋을까. 동네 원룸 주차장 안쪽에서 흐드러지게 폈다가 떨어진 동백의 흔적을 만났다. 목이 꺾이듯 꽃채로 떨어지는 동백의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선연한 붉은빛도. 점심 해 먹으려고 대파 사러 나왔다가 그냥 동네 설렁탕집에서 한그릇 사 먹고 돌아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아삭아삭 달달한 김치와 깍두기가 쳐져있던 미각을 깨워주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것에서 삶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이번주는 저녁 미사를 갔다. 태평성당 가는 길에 카페 영업을 마치고 로스팅에 열..
게이샤 1. 게이샤를 마셨다. 요몇년간 가장 핫하고 비싸다는 원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취향과는 엄청 멀었다. 이렇게 기록을 해두는 건 시간이 지난 뒤에 내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지표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산미가 두드러졌고 다양한 풍미가 섞여 있다는건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들이 내게는 그리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단 하나의 맛이라도, 단 하나의 향이라도 내게 맞는 것이 중요하지 맞지 않는 것이 수없이 펼쳐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커피 초보에 불과한 내가 아직 감당하지 못할 만한 깊이의 커피를 만나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테다. 2. 사람들이 커피나 위스키, 와인 등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것들의 맛과 향이 가지는 모호함에 있다. 정답이 정해진 직설적인 맛이 아..
주말 -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무전동 고기 맛집 청도갈비 생갈비, 커피 올곧 바닐라라떼와 케냐 움블라 AA 핸드 드립 커피 생갈비 때깔이 끝내주는구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하고 있는 꿀밤. 한식의 근본 오브 더 근본, 흰쌀밥 위에 고기 한점. 이보다 더 완벽한 한 숟갈이 또 어디 있으랴. 정신 차리고 보니 남아 있는 건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은 갈빗대뿐. 일주일 만에 다시 가본 청도갈비. 지난주만큼 괜찮았다. 고기도 좋았고 기본찬(찌짐(부추전), 옛날 사라다(샐러드라고 부르면 느낌이 달라서 일본어 잔재인 줄은 알지만.), 백김치, 겉절이, 양념게장, 새우튀김, 꿀밤 등등)들도 모두 맛있었다. 지난주에는 안 계셨던 젊은 남자분(아드님이신지)이 서빙해 주셨는데 너무 친절하셔서 더더욱 좋더라. 앞으로도 소고기 생각나면 가끔 갈 듯. 커피 올곧 두번째 방문(사실은 어제저녁에도 갔었는데 사장님이 부재중이시라 일반 아메..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스탠포드호텔 베이커리 벚꽃라떼 매년 벚꽃 필 무렵이 되면 봉평동 하루케이크에서 벚꽃스무디를 마시곤 한다. 벚꽃향이 첨가된 슈가 파우더 이용해서 만드는 별 것 아닌 음료라고 볼수도 있지만 이즈음의 분위기와 더해져 맑은 기운을 고양시켜주기에 개인적으로는 자양강장제 비슷한 느낌으로 즐긴다. 이게 나름 시즌 한정 메뉴라 봄철 아니면 마실 수가 없는데 아쉬운건 매년 조금 늦게 판매를 시작한다는거다. 올해도 아직 안팔거라는 지레 짐작에 다른 곳을 검색해보니 스탠포드호텔 인스타에 벚꽃라떼를 판매한다는 포스팅이 올라와 있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녀왔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다녀왔는데 7000원하는 음료 치고는 뭔가 좀 아쉬웠다.(호텔 베이커리라는걸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홀로 계셨던 남자 직원분께서 슥슥 만든 후 쟁반도 빨대도 없이 음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