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452 간바레 오또상 홈술세트 도쿠리 잔 우리 아파트 앞 CU 편의점 사장님은 술에 진심이다. 근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술병들이 카운터 옆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무슨 전시회라도 여는 줄 알 정도다. 때때로 그 진심 덕분에 의외의 득템을 하기도 한다. 다만, 갈 때마다 같은 곳에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패키지들을 볼 때면, 아무 상관없는 나조차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사장님, 재고 관리 이대로 괜찮으신가요…어쨌든, 집에 들어가는 길. 맥주나 한 캔 사갈까 싶어 무심히 들어갔다가, 뜻밖의 녀석을 마주쳤다. 간바레 오또상 홈술 도쿠리 세트. 발매 소식도 모르고 있었는데, 괜히 운명처럼 느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이름답게 이 사케는 불황기에 등장한 저렴한 술이다. 일본에서는 그다지 존재감 없.. 2025. 5. 14. 그냥 통영 별 생각없이 찍은 통영. 내가 사는 곳이니까. 세상은 참 신기하지. 내가 여기 흘러들어와 살게될 줄 누가 알았겠어. 2025. 5. 13. 주말 - 산청 한빈갈비 특수부위, 창원 롯데백화점 보난자커피, 첫사랑 IPA, GFX100RF 예약 주문 주말, 처외조부 기일을 맞이해 산청호국원 성묘. 그리고 한빈갈비. 창원에 갔다가 보난자 커피가 생겼길래 필터커피 한잔. 딱 기대했던 만큼의 클린컵. 통영에서 구경하기 힘든 내 최애 헤이지 IPA 첫사랑. 다른 동네에는 편의점에 널리고 널린 이 맥주를 애써 쟁여와야하는 현실이 참 ㅠ_ㅠ 촌동네 살기 힘들다. 재작년까지는 우리 동네에서도 첫사랑, 홉스플래쉬, 흑백 같은 맥주를 파는 편의점이 있었는데 잘 안나갔는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안팔리는 제품 발주해달라고 부탁하기도 그렇고. GFX100RF 실물 영접.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만듦새도 괜찮다.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다. 예약은 했는데 언제 받을지는 모르겠다. 잊고 있을 때 쯤 도착하겠지. 하루 빨리 이거 들고 산책 가고 싶다. 2025. 5. 12. 20250505-20250506 서울, 제로퍼제로, 안암, 오뉴하우스, 서머셋팰리스, 비어있는 삶 텅, 배수사, 진중우육면관, 국립현대미술관 론뮤익, 더현대 수티, 블루보틀, 포인트오브뷰 힘들어서 글 쓸 여력이 없음. 지난 월-화 이틀간의 서울 방랑은 글 없이 사진으로 갈음함. 2025. 5. 11. My wife - 더현대 블루보틀 우리는 촌에 사는 사람들이라 블루보틀에서도 기념 사진을 찍어야 한다. 2025. 5. 9. 살다보니 샤넬을 다 써보는구나 BLEU DE CHANEL 와이프님하께서 좋아하시는 티모시 샬라메가 광고 모델이라는 이유 하나로 블루 드 샤넬을 선물로 사주셨다. 이걸 뿌린다고 내가 헨리5세나 폴 아트레이데스가 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나는 존바바토스 아티산처럼 약간은 아저씨스러운 익숙하고 편한 향이 좋다. 출근할 때 툭툭 뿌리면 이만하면 오케이지 싶은 그 무심한 향기. 모텔이나 목욕탕에 있는 쾌남 화장품, 혹은 올드 스파이스를 살짝 세련되게 다듬은 듯 티나게 꾸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러나 비싼 향수를 선물로 주겠다는 걸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뿌려보니 확실히 향이 다르긴 하다. 더 고급스럽고, 더 오래 간다. 한 번 뿌렸는데 오후까지 잔향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역시 돈은 향기마저 길게 잡아두는 힘이 있구나 싶다. 2025. 5. 8. My wife - 국립현대미술관 론뮤익전에서 2025. 5. 7. RB67 pro SD 연휴가 시작됐지만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희대의 개새끼들 탓에 울분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였고, 그 감정을 오래 붙잡고 있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싶어 장식장에 쳐박혀 있던 카메라를 꺼내 틈마다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고 닦아냈다. 사진을 좀 찍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손에 쥐어봤을 RB67. 다른 필름카메라들이 중고가가 치솟으며 몸값을 올리고 있지만, 이 녀석만은 여전히 묵묵하다. 가격은 바닥을 기고, 존재감은 없다시피. 그래서인지 더 애정이 간다. 겉멋 들지 않고 자기 일을 해내는 그런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대학생 때였다. 동네 사진관에서 중고로 내놓은 걸 우연히 발견해 냉큼 들고 왔다. 한동안은 잘 쓰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채 잊고 지냈다. 그게 벌써 20년도 더.. 2025. 5. 5. 무상의 풍경 속에서 번뇌하며 모든 것이 저물어가던 무렵 바람 냄새가 나서 집앞 바다를 거닐었다. 감정을 품지 않은 풍경 속에 서서 108개도 넘는 번뇌를 감당해야 하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오던 길, 아파트 1층의 고양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2025. 5. 4. 나의 진주 - 항상 오랜만 오랜만에 진주.익숙한 듯 낯선 거리, 여전히 그대로인 공기.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다, 그 사이 흐른 시간을 조심스레 만져본다.오랜만에 들린 가게들.익숙한 향기. 변치 않은 메뉴와 자리. 그곳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그곳을 기억하고 있었다.오랜만에 먹은 음식들.입에 익숙한데, 혀끝이 낯설다. 기억 속 맛과 지금의 맛 사이, 시간은 묵묵히 간을 맞춘다.언제부턴가 모든 것의 앞에 붙는 오랜만.그건 어쩌면, 내가 놓쳐버린 삶의 거리.혹은 마음이 놓아버린 익숙함의 흔적.그 모든 오랜만들이 모여 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2025. 5. 3. 바로 지금! 자율학습 감독 중,숙면을 취하고 있던 학생의 등짝에서 마주친 문구 하나."바로 지금이야!"매일 눈을 희번덕이며 찾아다니는,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역설적 순간.처음엔 웃음이 났다.하지만 곱씹을수록,뭔가 마음을 두드린다.그들의 인생에도,우리의 민주주의에도.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순간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진인사대천명!결정적 순간은 늘, 지금이다. 2025. 5. 2.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야하는 당신에게 스스로를 드러낼 힘조차 없는 빛.어둠은 짙고 깊다.무질서.무엇을 먼저 덜어내야 할지 모를…손끝이 닿지 않는 혼란.그런데 당신은보인다고 했다.걸어갈 길이,치워야 할 것들이.그렇다면나는 당신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누구도 걷지 않은 길.당신의 발걸음이 처음으로 닿을 길.나는당신을응원할 수밖에 없다. 2025. 5.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햐..... 진짜..... 이젠 눈치도 보지 않는 적폐들. 진짜 좌절감이 밀려온다. 절대 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명제만이 온전한 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빛을 향해 나아가야한다. 2025. 5. 1. 오늘의 길냥이 - 고양이 에티켓 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 위에 플라스틱 물병이나 헬멧 같은 걸 얹어두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선언이었다. "여긴 고양이 금지구역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을 지나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안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고요하고 냉랭한 공간 속에선 그 작은 온기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흠집과 고양이 털, 그리고 어쩌면 불청객이란 .. 2025. 4. 30. 주말 - 어묵국수, 감탄주, 셰프장, 생마차, 주말 자율학습 감독, 냉삼, CCD커피 두꺼비 오뎅에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가 정성껏 끓여준 어묵국수 한 그릇. 국수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걸 보니 괜히 밖으로 나가려 했나 싶다. 마침 한 커뮤니티에서 맛있다고 추천받은 국산술, 감탄주도 꺼내들었다. 맑은 술과 어묵 조합은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기에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한 모금 삼키자마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감탄주는 지나치게 달콤해서 어묵국수의 깊고 담백한 맛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감귤의 향도 어딘지 부자연스러웠고, 결국 감탄이 아니라 한탄을 삼키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통영에서 제일 맛있는 후토마끼를 먹겠다고 결심한 지 일주일. 드디어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게 셰프장을 향해 걷던 길, 통영 유흥의 탑을 만났다. 번쩍이는 전광판 아래 ‘어린이 보호구역’.. 2025. 4. 28. 이전 1 2 3 4 ··· 4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