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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겨울 초입 두꺼비 오뎅 한국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담임교사에게 내려진 천형, 매년 돌아오는 정리되지 않는 단어들과의 싸움-생기부 작성. 특기할 요소가 전혀 없어도 뭐라도 써내야 하는 이 괴로움을 동종 업계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해하겠는가? 요즘 애들 말 안 들어서 가르치기 힘들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도무지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애들에 대해서도 좋은 말, 가능성으로 가득한 말을 두드려가야 하는 생기부 작성의 괴로움은 모를 것이다. 수업하고 생기부 쓰고, 점심 먹고 생기부 쓰고, 청소하고 생기부 쓰고, 공문처리하고 생기부 쓰고.... 생기부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집 컴퓨터 앞에 앉아 생기부 쓰려다가 갑자기 짜증이 너무 나서 에라 모르겠다며 두꺼비 오뎅으로 피신했다. 날이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 .. 2024. 11. 20.
가장 오래 하고 있는 일,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 1. 내가 가장 오랜 시간 지속하고 있는 일, 사진. 대학교 입학하고 답사 다니면서 사진기를 들었으니 1998년에서 2024년까지 총 26년을 이어온 셈이다. 물론 교육현장을 기록하겠다고 생각한 건 임용고사 붙은 2005년부터였고, 사진으로 뭔가를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을 한건 2010년 무렵부터니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진 시작한 시기가 달라지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사진기를 들고 살겠지. 그동안 내게 많은 세상을 보여주었던 사진, 그로 인해 인지의 영역이 되려 좁아져 버리기도 했지만 현재 내 정체성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사진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어 올 정도로 좋다. 뭐든 빨리 찍먹하고 빠져나오는 내 성향을 생각해 보면 참 희한한 일이다. 어찌 보면 안정을.. 2024. 11. 19.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고물가 시대 통영 배달음식계의 한줄기 빛, 각시왕족발 일요일 하루종일 생기부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며 괴로워했지만 현실은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웃고리즘 털보먹방 몰아보기를 하다 완미족발 먹는 에피소드에 완전 꽂혀서 고질적인 족발병이 도져버렸다. 현기증을 겨우 참아내며 족발 배달이 가능한 오후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달 앱을 켰는데 제일 좋아하는 종로족발은 휴무, 유튜브에서 봤던 완미족발도 휴무, 원할머니 보쌈은 언제나 그렇듯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포기. 마지막 남은 대안인 각시왕족발은 몇 년 전에 보쌈을 몇 번 시켜 먹어 봤지만 요 근래는 어떤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양이 정말 많다는 글들이 보여서 속는 셈 치고 도전했다. 30분쯤 기다려서 받은 족발 보쌈 세트는 포장부터 뭔가 담대해 보였다.. 2024. 11. 18.
주말 - 삶의 편린들 : 쯔루메유즈, 멘멘, 도마, 삼문당, 커피올곧, 엘 엔칸토 핑크버번 드래곤아이즈, 테라싱글몰트, 고반식당, 조니워커블랙오징어게임에디션, 드래곤퀘스트3 리메이크, 흑심, 각시왕족발 쯔루메유즈를 한 병 샀다. 좋아하는 가끔 술이지만 판매하는 식당을 만날 때마다 병째로만 팔아서 아쉽게 포기하곤 했는데 이마트에서 팔고 있어 반가웠다. 탄산수나 토닉워터에 타마시는 것도 좋지만 제일 즐기는 건 맥주랑 섞어 마시는 것.    학교 근처 마제소바집 멘멘에서 신메뉴 함박스테이크동을 시작했길래 먹어봤다. 함박스테이크는 육즙도 적당하고 맛있었는데 밥이 아쉽더라. 덮밥은 위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밥'의 퀄리티가 제일 중요하다.   집 근처의 이자까야 도마는 11시부터 20시 까지 운영하는 덮밥전문점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요즘은 어느 식당이나(특히 일식) 맛이 다 고만고만해서 구석에 위치한 식당이라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독특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 덮밥은 다른 곳에 비해 .. 2024. 11. 17.
혼돈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대한민국 이제는 대응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저출산과 그로 인한 사회 기반의 붕괴, 환율은 1400원대에 고착화, 한국 경제의 끊임없는 곤두박질과 물가 상승,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혼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인 내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데 잘한 건 칭찬하자며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위정자들. 눈앞에 어떤 일들이 다가오는지 뻔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고치고 국정을 바로잡을 생각보다는 정적을 제거해 국민들이 선택할 대안만 없애면 된다는 저질 정치로 일관하는 그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이 무너지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싫어하는 정치인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2024. 11. 16.
판사에게는 당연하지만 시민에게는 낯선 법의 진심? 일반인들의 문해력은 갈수록 퇴화하고 있는데 지배층의 언어는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법과 제도는 나날이 복잡해져 일반인들은 그안에 무슨 뜻이 내포되어 있는지 이해조차 못하게 하고 그것을 만들고 이용하는 자들은 점점 더 행간이 넓은 문장을 활용해 그들만을 위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 지금의 법이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보다 더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가? 정의의 여신은 여전히 두눈을 가리고 있는가? 그 저울은 평형을 유지하는가? 그 칼은 악을 날카롭게 끊어내는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판사에게는 당연한 그 법의 진심이 시민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골백번은 고쳐죽어 이젠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도 식상할 정도지만 오늘 우리나라 사법계는 한번 더.. 2024. 11. 15.
또 한번의 수능 감독을 마치며 수능 감독을 하고 나와서 느낀 바.  1. 하루종일 핸드폰 없이 살아도 별 문제 없는걸 보니 핸드폰 중독은 아니었구나. 더불어 핸드폰을 차에 두고 감독하러 갔다가 돌아오니 문자 몇통, 카톡 몇개뿐. 사는데 지장이 생길 만한건 전혀 없었다. 조금 서글프기도 했지만 이게 내 삺.  2. 민원이라는건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구나.... 이건 참.... 그냥 말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오늘 하루 고생하신 모든 감독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감독 중 나도 모르게 하품을 했나본데 시험 마치고 한 학생 - 내가 감독한 교실에서 시험쳤나 봄-이 자기들한테는 중요한 날인데 감독이 하품을 해서 섭섭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 나는 전혀 모르는 학생이고 우리학교 애도 아니다.   3. 일년에 .. 2024. 11. 14.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모란포차, 방어력 향상엔 역시 대방어 한동안 '방어, 방어, 방어는 방어력 향상에 좋지요.' 하고 근본 없는 노래를 부르다 한참 지난 생일 선물로 받은 통영사랑상품권 3만원치를 믿고 동네 횟집 모란포차에 방어를 먹으러 갔다. 메뉴에 대방어는 없고 야도(소방어)가 있어 뭐 방어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으로 주문하고 청량감 하나로 마시는 켈리를 들이키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오늘부터 대방어를 개시하는데 드시겠냐고, 아직 기름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맛은 아쉬울텐데 찾는 사람이 많아 일찍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는 제안이라 무조건 콜을 외치고 기다리니 곧 예쁘게 썰어진 한접시가 서빙됐다. 언제봐도 회를 참 예쁘게 담아내는 이 곳, 먹기 전에 이미 맛있었다. 나는 미각이 천해서 눈으로 더 잘먹는 사람이기에 보기에 좋으면 맛있다.. 2024. 11. 13.
오늘의 길냥이 - 대고양이시대 천고묘비의 계절을 살아가는 불가묘천민 천고묘비의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찐다. 아니 살찌는 게 아니라 털 찐다.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겨울이 다가오면 알아서 벌크업을 하니. 이맘 때의 길냥이들은 궁디 팡팡 해줄 때 손맛이 장난 아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집냥이들도 겨울이 되면 털이 찌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길에 나가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만난다. 겨울이 오기 전 활동하기 좋은 마지막 며칠을 즐기려는 것인지 볕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양이가 보인다. 내 SNS 피드에도 절반 이상은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 세상은 바야흐로 대고양이시대를 맞이했다. 이런 때 고양이 한마리 못 키우는 불가묘천민의 처지는 서럽다. 넘쳐나는 길냥이와 SNS에 올라오는 내 냥이 자랑대회를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 2024. 11. 12.
윤이상국제음악당 스쿨콘서트 통영고등학교 학교에서 윤이상 국제 음악당까지 왕복 4.2km의 거리를 걸어가 스쿨콘서트라는 걸 관람하고 왔다. 정말 오랜만에 학년 전체를 인솔해 나간 야외활동.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13세와 15세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대단한 협연을 보여주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떤 세월, 어떤 수련 과정을 겪었길래 저런 연주가 가능한 것인지. 저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던 순간 옆에 앉아 있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니 위안이(?) 됐다. 보통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의 길이 있는 것이지. 1시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여운을 안겨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행사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니 점심시간, 자리에 앉으니 무릎이 시큰거렸다. 매일 같이 만보이상은 걷고 있어 별거 아니라 생각.. 2024. 11. 11.
멸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친애하며 증오하는동지들에게 도대체 세상이 왜 이 모양이지? 어떻게 저런 사람들에게 국가의, 세계의 운명을 맡길 수가 있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시절이지만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이만큼이나마 맞춰서 살아왔던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의 영역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멸망의 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올 것이고(그것으로부터 살아남는다고 해도 근근이 지속되는 삶은 고달픔의 연속일 뿐일 테니. 나는 멸망 순긴 발버둥쳐서 살아 남을 생각이 없다. 그냥 초반에 아주 빨리 고생하지 않고 죽는 것이 낫다고 본다.) 잘났든 못났든 서로 생각이 같든 다르든 우리는 낭떠러지에서 마지막 발걸음을 함께 내 디뎌야 하는 동지들일테니. 누군가에게는 뻔히 보이는 파멸을 향해 순진한 광신도의 얼굴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때론 짜증 나고 안타깝.. 2024. 11. 10.
가을아침 - Il Mondo 눈곱도 떼지 않은 흐린 눈으로 바라봐도 너무나 청명해 해상도가 1억 화소 이상은 될 것 같은 하늘, 아침 햇살이 적절한 각도도 내리비쳐 역광의 단풍은 별것 아닌 아파트 풍경을 윤슬처럼 반짝이게 만들고 그 옆으로는 고양이 활동가님이 차려준 아침을 태평하게 먹고 있는 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순간이었다. 냥이들 궁디 팡팡이나 해줄까 해서 내려 추리닝 위에 가디건 하나 대충 챙겨 입고 내려갔더니 그 사이에 봄이는 사라지고 아람이가 수풀 사이에서 새침하게 바라보고 있다. 꼬리를 앞으로 말아 앞발을 감싼 저 모습을 보니 몇 년 전 사랑했던 급소냥이가 생각났다(이젠 나도 이 동네에서 명멸했던 길냥이들을 추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다니는 걸 보고 초사이어인 같.. 2024. 11. 9.
그라운드시소서촌 슈타이들 북컬쳐 매직온페이퍼 그라운드시소 서촌. 그라운드 시소의 다른 공간들은 한 번도 안 가봤다. 사실 서촌에 있는 것도 지난번에 힙노시스 전시 보러 갈 때 처음 봤다. 서울 가면 맨날 돌아다니던 곳인데 그 골목길 사이에 이런 건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파놉티콘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건물이 언제봐도 인상적이다. 전시와 상관없이 건물 구경만 해도 재밌다. 오랜만에 여행겸 서울에 가는 거라 보고 싶은 전시 몇 개를 생각해 뒀는데 슈타이들 북 컬처가 1순위, 베르세르크 원화전이 2순위, 그리고 우에다 쇼지 사진전 모래극장이 3순위였는데 동선이 꼬여서 3개를 다 관람할 수는 없었고 슈타이들북 컬처도 긴 시간 머무르긴 힘들었다(우에다쇼지 모래극장은 인터넷으로 도록을 구매했으니 됐다치고, 베르세르크 원화전은 내년 초에 노려봐야겠.. 2024. 11. 8.
주말 - 서울,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 영등포 커피리브레타임스퀘어점, 영등포성당, 인텔리젠시아 서촌, 그라운드시소 서촌 슈타이들북컬쳐 매직온페이퍼, 계동 문어문구, 아티장크로아상, 뮤지엄헤드 흑백논리, 인사동 쌈지길 오랜만에 무지성 서울행. 통영에서 인삼랜드까지는 쉬지 않고 전력질주해줘야 하는데 이날은 함양에서 휴식. 새벽 일찍 길을 나섰지만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만나 결국 점심 때 되어서야 도착. 어느날은 할만하다 싶다가도 또 어느날은 어마무시하게 힘든 서울까지의 운전. 하기야 운전을 그토록 싫어하던 내가 차몰고 전국을 다 돌아다니고 있다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잠실 롯백에서 아이큐박스 제품(이라 쓰고 플레이모빌이라고 읽는다.) 할인한다길래 들렀다. 놀랍게도 이게 이번 서울행의 이유였다. 근데 구입할만한건 별로 없어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다.     중요 목적이었던 것이 허탈하게 마무리 되고 나니 잠실에는 괜히왔나 싶었지만 오랜만에 롯데타워를 보니 감회가 새로워 좋았다. 일년전 와이프 수술 때문에 잠실.. 2024. 11. 7.
주말 - 서울맥주, 서피랑국수, 봉수돌샘길, 롯데리아한우불고기버거, 경상국립대 출장, 케빈커피로스터즈 엘엔칸토 레드베리스, 톤오우, 흑심 시험 기간 일주일을 연수, 문화 체험 등으로 정말 한치의 쉴틈도 없이 보내고 맞이한 주말.      서울 다녀오면서 특산물이라고 사 왔던 서울맥주 세트 세병을 주말 동안 다 마셨다. 개인적으로는 밸런스가 좋았던 선데이서울이 제일! 압구정 오렌지는 시트러스함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개성이 죽었고, 서울라거는 라거다운 청량함보다는 홉향에 집중한 듯.     비 오고 쌀쌀해지는 날에는 더 맛있어지는 서피랑국수. 이날은 욕심내서 곱빼기. 이 집의 잘잘한 깍두기를 참 좋아함.      내친김에 봉수돌샘길에서 유자밀크셰이크까지. 비오는 날의 돌샘길 운치 정말 미쳤다.     오랜만에 먹은 롯데리아 한우불고기버거. 이게 남해제일고 근무하던 시절에 처음 출시됐었으니 이제 20년이 넘은 고참 메뉴임. 수제버거고 뭐고 가끔.. 2024.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