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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들리지 못했던 니지텐, 딱 4개월만에 방문했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대로인 가게, 반겨주시는 사장님. 편안하면서도 분주한 그 분위기는 여전했고 통영을 두껍게 감싸고 있는 불황의 여파는 느껴지지 않았다. 기본인 니지텐동을 부탁드리고 조금 앉아 있다 보니 항상 내주시는 바질페스트 토마토가 앞에 놓였다. '아침은 드셨어요?'라는 물음에 '이게 아점인 셈이죠.' 하고 대답했더니 '그럼 조금 더 드려도 되겠네요.'라며 사장님이 살짝 웃으셨다. 사실 스페셜 텐동을 먹으려다 칼로리가 무서워 기본을 시켰는데 조금 있다 내어주신 건 붕장어 튀김이 올려진 스페셜. 기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어떡하겠나 살찌는 거 생각 말고 최선을 다해서 먹어야지 하며..
기억이란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훨씬 거대한 망각의 잔여물에 불과하다. 태평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암굴의 성모. 겨우내 한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시도. 승한과 종혁이 삿포로 갔다가 사다준 삿포로 쿠로라벨. 일주일에 한번은 마시고 싶은 크래프트브로스 LIFE DIPA. 일본식 덴푸라와 한국식 튀김의 간극에 대하여. 왜 나이가 들수록 백세주가 달달해지는가? 여전히 KFC 비스킷이 좋다. 2026 모모스의 겨울 시즌 블렌딩은 보랏빛향기. 유명 커피 유튜버가 밀어주고 있는 듯한 해월. 테라로사 새해 블렌드로 새해 시작.
알라딘에서 책 주문할 때 받았던 굿즈컵들. 알라딘 굿즈 중에서 가장 쓸모있는게 컵이이었다. 그래봐야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겠지만. 하나둘 쌓여가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나 모였다. 구석에 쳐박혀 있어 꺼내지 못한 것들, 쓰다가 깨먹은 것들, 예쁘다고 장모님께서 가져가신것들 다 합하면 사진에 나온 것의 두배는 되지 싶다. 마션 머그컵. 알라딘굿즈 머그컵들 중 색이나 디자인이 가장 맘에 들었던. 한때 알라딘에서 셜록홈즈 관련 굿즈를 많이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되는 잔. 손잡이가 없어 너무 뜨거운 음료를 담으면 힘들지만 적당히 따뜻한 걸 따라서 양손에 잡고 마시면 예전 엽차잔 감성이 느껴진다. 호로요이의 시간이라는 책을 사고 받은 잔이었는데 솔직히 책은 별로였고 잔이 정말 좋다...
2005년, 남해제일고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남해읍 사거리에 있던 패밀리마트에서 우연히 이 식완을 발견했다.작은 피규어 속에 사탕이나 자잘한 주전부리가 들어 있던, 지금 생각하면 다소 엉성한 물건.그런데도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그날 이후로 가게에 들를 때마다 하나씩 샀다.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찐 덕후들이나 모으던 피규어가 남해읍에서 팔고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결국 진열돼 있던 10개 세트 전부를 내가 사면서 컬렉션은 뜻밖의 ‘컴플리트’를 이뤘다.ANA 항공 비행기는 지금까지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그런데도 유니폼의 변천사는 이 피규어들을 통해 알게 됐다. 현실보다 모형이 먼저였다.결혼 후 신혼집으로 이사를 하며 함께 가져갔는데 장모님께서 보시더니 예쁘다고 하셔서 드렸다.그렇게 손을 떠난 줄..
4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는 만듦새가 아주 좋은. 아니 가성비라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아도 잘 만든 제품이다. GR 등 28mm 화각을 가진 카메라에 달면 딱 좋을 제품. 소니캐후라면 20만원대, 라이카라면 50만원대의 가격을 치러야 했을 악세사리다. 스몰리그는 케이지, L플레이트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사진, 영상 관련 부수 기재 제작의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듯. TT아티산, 시루이, 벤로 등 조잡하다고 비웃었던 중국 제조사들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서 이제 중국 제품 없는 (가성비) 사진 생활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졸업과 종업식.누군가는 졸업을 하고, 누군가는 퇴임을 한다.누군가는 전근을 오고, 또 누군가는 간다.스물네 해 동안 수도 없이 겪어온 일인데도, 이별과 시작이 겹쳐지는 이 시기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그저 주어진 일을 기계처럼 처리하며, 몽롱한 정신으로 흘려보내는 무기력한 2월.일 년 중 가장 싫고, 가장 거북한 시간이다.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의 근황이 들려오고,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불쑥 고개를 든다.좋았던 사람들과는 헤어지고, 또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 시기를 더 버겁게 만든다.그래서 이때만 되면 어디 동굴 속으로라도 기어들어가 두문불출하고 싶어진다.냉장고에 쟁여 두었던 코스모스 에일을 꺼내 마시며, 좌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조심스레 달래본다..
2020년부터 23년까지 40대 중반의 시간을 아무 의미없이 날려버린게 정말 안타깝다. 상황에 순응하지 말고 뭔가 다른 길을 찾았어야 했다. 이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절대적으로 유일하고 유일한 내가 되어야 한다.
한국 맥주 중 가장 좋아하는 클라우드. 왜 좋아하는지는 더 말하기도 귀찮을 정도다. 술집 가서 보이면 그냥 이거 마셔라. 괜히 카스, 테라로 소맥 말지 말고. 솔직히 한국 맥주 중에 로고까지 이렇게 신경쓴 경우가 있었나? 부산 갔다가 사온 월계관 드라이. 월계관컵은 자주 마셨는데 검은색의 드라이는 처음 본 거라 신기해서 사 왔다. 근데 마시기가 힘들어서 그냥 레몬사와 만들었.... 북신시장 안에 있는 북신찌짐에서 동그랑땡이랑 오색전 사서 먹음. 여기 전이 진짜 괜찮음. 월계관 컵에다 드립커피 한잔 ㅋㅋㅋ 닛카프롬더배럴 + 반건시.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이거 정말 괜찮은 조합임. 따듯한 거실 창가에 앉아서 단편소설 읽으며 IPA를 마시는 사치. 그러다 모자라서 발베니도 한잔. 달..
카메라를 들고 있기만 해도 경계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길을 걷다 우연히 본 회사 간판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을 뿐인데, 경비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오셨다. 어디서 나왔느냐고 묻는 얼굴엔 긴장이 묻어 있었다. 그냥 지나가던 사진가라고, 간판이 예뻐서 찍었다며 사진을 보여드리자 그제야 표정이 풀어졌다. 언론사에서 기사거리를 찾으러 온 줄 아셨던 모양이다.초상권 문제가 예민해진 뒤로는 시비가 걸릴 법한 사진은 애초에 찍지 않는다. 길을 걸으며 마음을 끄는 사물들을 담는 일이 내겐 큰 즐거움인데, 그 소소한 즐거움마저도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시절이다.
군산에 있는 판상절리와 윤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페이퍼웨이트. 평소 좋아하는 콘크리트 소재라는 점이 관심을 먼저 끌었다. 군산 바닷가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표면에 남은 결을 보는 순간 고성 상족암의 절리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바다를 직접 보지 않아도 기억 속의 풍경이 물건을 통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마감이 아주 정교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만져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특히 펜을 놓는 부분은 매끄러워야 할텐데 돌기같은 것들이 있어 펜 표면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형태와 질감이 주는 인상이 좋아서 결국 마음에 남는다.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문진이 지닌 적당한 무게감은 널뛰듯 오르내리는 ..
작년 말에 만나 술 한잔을 하던 자리에서 형이 파버카스텔 만년필을 하나 주겠다고 했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이모션 정도를 떠올렸는데, 며칠 전 실제로 받아 들고 보니 그라폰 기로쉐였다. 이미 가지고 있던 그라폰 클래식 오리지널 퍼남부코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다. 기로쉐는 전체 길이가 약간 더 짧았고, 캡은 스크류 방식이 아닌 스냅온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차이는 닙이었다. 오리지널이 18K 투톤 닙인 데 비해, 기로쉐는 같은 18K이지만 루테늄 코팅의 원톤 닙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그라폰 라인업 안에서도 이렇게 디테일에 차이를 두는 걸 보니, 파버카스텔도 나름 치밀한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물을 접하기 전에는 그저 배럴 소재만 다른 정도로 여겼는데, 막상 비교해 보니 인상이 꽤 다르다..
접시가 갖고 싶어서 드립백을 사는 남자. 나란 남자 그런 남자. 그나저나 모모스드립백 나만 사용하기 불편한가? 이게 전통적인 드립백 디자인에 비히 딱히 좋은게 없는 듯 한데. 대단한 커피 전문가들이 만든거니까 분명 무슨 장점이 있을텐데....
활어회가 주류인 통영에 웬일로 숙성회 전문점을 표방하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죽림 성숙회. 가게 이름을 짓는 데 큰 고민을 하지는 않은 듯한, 아주 직관적인 작명이다. 가까운 곳에 이런 집이 한 군데쯤 생겼으면 하고 막연히 바라던 차였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일정들을 뒤로 미룬 채 급히 다녀왔다. 죽림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주차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게 인테리어는 딱히 언급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냥 깔끔한 포차 콘셉트다.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가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은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특히 몇몇 여성 손님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도떼기시장 한복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 사진도 제대로 남기고 싶었지만 자리가 좁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 대충 기록용으로만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