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504 벚꽃의 계절에게 이젠 지겨울만도 하건만 매년 그렇게 반갑기만 한 벚꽃의 계절에게, 그 더할나위 없는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낸다. 봄날, 벚꽃, 텐동, 생맥 완벽한 하모니. 2025. 4. 9. 후지 인스탁스와이드에보(Instax wide evo) 외국에선 1월에 이미 발매됐던 인스탁스와이드에보. 여러 매체에서 소식을 접하고는 오매불망 한국 정발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4월에서야 윤석열 탄핵과 함께 그랜드 발매! 몇년간 잘썼던 라이카 소포트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예판 제품을 바로 질렀다. 솔직히 카메라 성능이야 크게 기대할 바 없고. 그냥 카메라 기능이 살짝 첨가된 인스탁스 와이드 포맷의 프린트 하나 장만한다 생각이었다. 이 제품의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것은 디자인. 투박한 사각형의 디자인에 색깔마저 딱 내 취향이었다. 실제품을 받아보니 사진으로 봤던 만큼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금속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플라스틱. 외장에 금속 소재는 없다.) 그래도 이정도면 만족. 포장 패키지는 저렴함의 끝을 달리지만 중요한건 내용물.. 2025. 4. 9. 육아 진진이의 나날들 - 떨어지는 벚꽃처럼 흘러간 세월 떨어지는 벚꽃처럼 덧없이 흘러간 세월. 진진이의 키는 이미 엄마를 추월했고, 내 카메라는 니콘에서 소니로, 소니에서 후지로 바꼈다. 2025. 4. 8. Just snap 누군가는 말했다.자신의 소신이라 했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나는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생각했다.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말들이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는지.책임.그 단어는 쉽게 발음되지만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누군가는 잘못을 말했고,누군가는 사과를 했다.그 뒤에 남은 것은고요하고 찬 삶들.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되살릴 수 없는 얼굴들.그들은 모른다.감투 하나가 얼마나 많은 어깨를 짓누르는지.그 감투 아래,얼마나 많은 울음이 가려져 있었는지.말하고 싶다.소신이 아니라연민으로 정치하라고.책임이 아니라기억으로 살아가라고. 2025. 4. 6. 진주 다원에서의 탄핵연회 12월 7일 서울에서 카구아 루즈와 블랑을 한병씩 샀다. 루즈는 탄핵안 가결때 마셨고, 블랑은 탄핵이 인용된 오늘 마셨다. 실로 긴긴 시간이었다. 억겁과도 같았다. 4개월이나 지나 상미기간은 놓쳤을지 모르나 그동안 마셔본 맥주맛 중 최고였다.이것이 탄핵의 맛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진주 다원에서 모이기로 했었다. 멈춰졌던 다원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진주의 민주 시민께서 다원에 맡긴 탄핵떡. 4개월간의 탄핵 여정에서 수차례 쫄깃쫄깃해졌던 내 심장보다 더 쫄깃한 맛.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좋은 날이니 비싼 맥주.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코스모스에일.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불락 스타우트가 있었음 좋았을텐데 품절. 주변 사람들과 같은 현실인식을 가지고 살아.. 2025. 4. 5.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나는 예전부터 한 번에 여러 방향으로 시선을 나눌 수 없었다.12월 3일 이후,무언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장 났다.숨은 고르지 못했고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작은 가시 하나.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살 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빼내려 할수록 더 깊이, 더 아프게 박혔다.애쓰며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금이 가고 있었다.그 조각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작은 흠집이 되어 흘러갔다.그 사이 나는 길고양이들을 찍었다.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그러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숫자들이 가지런히 맞춰진 그 순간,한 문장이 들려왔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짧은 말이었다.하지만 오랜 겨울처럼 박혀 있던 얼음 가시가 녹아내렸다.이제, 멈추었던 일.. 2025. 4. 4.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3학년은 소풍도, 수학여행도, 수련회도 없으니 학교 근처 봉수골에 벚꽃 피는 거라도 구경 가야 했던 거다.). 가까운 곳, 가벼운 마실이었다. 그래도 애들 인솔해서 나가니 힘 넘치는 골든 리트리버 10마리 목줄 잡고 끌려다니는 것 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역시 교사는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한 거라. 지난 학교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인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중요한 촬영이 있으면 나한테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또 나름 인정받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고맙고 즐거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사실 단체사진이야 누가 찍어도 거기서 거기(종혁샘이 찍은 사진을 보니 나보다 더 나은 것 같더라.). 그들의 기대.. 2025. 4. 3. 바이엔슈테판 헬레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양조장이라는 바이에른 국립 맥주회사 바이엔슈테판. 그 자존심만큼 맛도 좋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 중에서는 가격도 비싼 프리미엄 맥주다. 여태껏 병입 제품만 내놨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는지 캔입제품을 내놨나 보다. 익숙한 이름의 낯선 맥주가 편의점 맥주 코너에 떡하니 놓여있길래 신기해서 사 왔다(미국에선 몇 년 전부터 판매하고 있었고 이번에 한국에 들여왔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만 수출된다고.) 라거맥주인만큼 익숙했던 바이엔슈테판의 다른 맥주들에 비해 가볍지만 특유의 홉향과 맥아의 달면서도 고소한 풍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참고로 Helles의 hell은 밝다는 뜻이다. 체코의 필스너 보다 밝으면.. 2025. 4. 2. 정치도 경제도 레트로 마트에서 반값 할인으로 사 온 광어회에 조니워커 블랙을 마시며, 케네디홀에서 레트로를 넘어 올드한 스타일의 돈가스를 먹으며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이런 것들을 먹는 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 되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그 귀한 광어회, 그 귀한 양주, 그 귀한 돈가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던 시절이 있었다고 추억하게 되는 건 아닌지 싶어서. 응답하라 1988, 폭싹 속았수다 등을 보며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즐길 수 있는 건 그것이 드라마라는걸 알고 있기 떄문이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시련과 그 해소 과정은 극적이지도 아름답지도 못하니까. 정치도 경제도 레트로 열풍에 편성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두렵다. 2025. 4. 1. 후지 GFX100S, GF20-35F4, GF63mm F2.8, GF 100-200 F5.6, 미타콘 80mm F1.6, 리코 GR3X 핫셀블라드 907X CFVII50C를 보내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던 중 후지 GFX100S의 가격이 매우 착하게 형성되어 있길래 잠시 써볼 마음으로 영입했다. 근데 1억 200만 화소의 중형 디지털카메라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이 놀랄 만큼 좋았다. 후지의 기본 색감은 내 기준에서 너무 강렬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그래서 필름 시뮬레이션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걸 감안하고라도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중형이지만 5000만 화소의 GFX50R, CFVII50C의 사진은 소니 A7R4, A7CR, A7R5 등 6000천만 화소대의 35판형 풀프레임 카메라의 것을 압살하는 화질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1억 화소라고 뭐 그리 드라마틱하게 다르겠나 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딱 맞는 도수의 안경을 새로.. 2025. 3. 31. 늦어지는 벚꽃, 지연되는 정의 벚꽃 개화가 작년보다 확연히 늦다. 정의 실현이 지연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 같다. 목련이 만개할 때쯤 모든 게 정리되어 있을 거라는 애초의 예상은 처참히 빗나갔지만 벚꽃 지기 전에는 끝나있으리라는 기대에 기대어 실망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추슬러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뇌내망상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내가 사회인이 된 후에도 숱한 위기가 나라를 덮쳐왔었지만 이번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를 줬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작금의 사태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 일이다. 우리가 정의에 기반한 법치 국가에 살고 있다는 신뢰를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이미.. 2025. 3. 28.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아는어부X샌드위치 봉수골을 지나가다 빌레트의 부엌 건물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있어서 유심히 쳐다보니 아는어부X샌드위치 팝업스토어가 오픈한다고 붙어있었다. 날짜는 3월 27일 바로 오늘. 완전 처음 보는 식당이었지만 통영 한구석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가 신기해 보여 발길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화이트와 블루를 테마컬러로 해서 꾸며진 공간에 세워진 키오스크에서 주력 메뉴로 보이는 피쉬앤칩스 비슷한 느낌의 바게트 샌드위치 하프 사이즈(?)를 시켰다. 부드러운 바게트(바게트 식감 정말 싫어하는데 여긴 괜찮았다.) 사이에 들어간 흰살생선 튀김은 꽤 수준이 높았고 달걀샐러드를 조금 더 많이 넣어줬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가격이 가격이니 납득할만했다. 피쉬앤칩스 메뉴를 따로 만들어 생맥주와 함께 팔면 꽤 괜찮을 것 같.. 2025. 3. 27. 나의 진주 - 리코 GR3X 노출 보정만 한 GR3X 기본 세팅 사진들. GR1, GR2의 색감을 이어받은 듯 하면서도 또 다른. 올드한 느낌은 맞는데 이전 버젼에 비해 매끄럽게 조율됐다. 흑백 전용으로만 사용했던 GR1, 2와 다르게 컬러도 자주 사용할 듯. 쨍하게 맑은 날 대낮에 이거 하나 들고 사진 찍으러 나가면 괜찮은 사진 많이 건져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걸 보니 모두가 칭찬하듯 스트릿 사진에는 이만한게 없는 것 같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찍을 때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이 있는데(이건 핸드폰하고는 확실히 다름.) 그게 확연히 느껴지더라. 진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현 시국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막장 드라마가 빨리 끝을 맞이해 우리 삶도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진주 북경장에 모여 짜장면을 먹고 .. 2025. 3. 27. 멸절을 앞두고 해가 지고 있었다. 붉고 탁했다. 달도 떠 있었지만 어둠을 밝히지 못했다. 빛보다는 존재 자체에 가까웠다. 세상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우리는,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그 안을 걷고 있었다. 동지라고 불렀지만 서로를 존중하지는 않았다. 친애했고 동시에 경멸했다. 그 양가감정은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게 인간관계의 진짜 이름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멸망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 길뿐이었기 때문에. 천길 낭떠러지라면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 있는 것은 심연이었다. 바닥 없는. 그리고 불길이 꺼지지 않는 곳. 함께여도 두려운 종류의 미래. 돌아갈 수 없었고 멈출 수도 없었다. 나는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쓴웃음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계속 .. 2025. 3. 24. 주말 - 서피랑국수, 포지티브통영, 타베루, 강구앙드링크 추성훈스테이크, 산청호국원, 한빈갈비, 진주 미들링, 브레빌870 마지막 아포가토, 산토리 프리미엄몰츠 살얼음맥주 개학하고 나니 바빠서 서피랑 국수도 참 오랜만. 면이 좀 불어서 아쉬웠으나 그건 또 그것대로 매력이 있었음. 6000원에 이만큼 군더더기 없고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이젠 얼마 없을 것. 포지티브스 통영에서 바닐라오레마시며 오닉스팔마2로 독서. 음료나 디저트 맛 때문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에 가끔 생각나는 곳. 관광객의 마음으로 강구안의 밤을 즐기러 나감. 낮보다는 밤이 아름다운 곳. 타베루에서 3만원짜리 일식코스. 가격대에 딱 맞춘 재료를 요리사의 실력으로 커버. 가볍게 한잔하기 딱 좋은 구성. 그러나 재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좋아하는 정통 일식 마니아라면 많이 아쉬울. 그냥 집에 들어가려다 양이 조금 모자라서 강구앙 드링크에서 생맥 한잔. 한맥 병맥은 싫어하.. 2025. 3. 23. 산청 시천면 산불 산청에 다녀오던 길에 잠시 진주에 들렀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시천면의 산불이 다시 번지고 있다는 소식. 이미 거의 잡힌 줄 알았던 불이 또다시 살아났다. 연기와 미세먼지에 가린 태양은 붉게 타올랐고 그 빛은 세상의 끝을 알리는 신호처럼 공포스러웠다. 강원도의 봄불은 익숙한 뉴스였다. 그러나 지리산에서 이토록 큰 불이 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사상자 4명. 그 숫자가 검게 타오르는 산등성이 위에 묵묵히 박혔다. 군대 시절, 2000년 봄. 삼척에서 불길에 고립되었던 기억. 온 소대가 산을 넘어 도망쳤다.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때의 나는 살았다. 지금, 불 속에서 돌아가신 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가만히 두 손을 모은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 2025. 3. 22. 이전 1 ··· 3 4 5 6 7 8 9 ··· 4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