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갔다가 진주에 잠시 들렀는데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거의 잡힌 줄 알았던 시천면 산불이 다시 번져 진주 하늘까지 영향을 받은 거였다. 연기와 미세먼지에 가린 태양이 붉게 빛나는 것이 세상 마지막날의 모습인양 공포스러웠다. 봄마다 강원도 산불 소식은 자주 접했지만 지리산에서 이 정도 규모의 불이 난 건 거의 처음 본 듯. 불이 계속 번져 사상자가 4명이나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2000년 봄 군생활 중 삼척지역 산불 진압에 투입 됐을 때 소대 전체가 불길에 고립되서 어버버 거리다 산을 뛰다시피 넘어 탈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어찌나 놀라고 힘들었던지 평지에 이르러서는 주저앉아 헛구역질까지 했었더랬다. 불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더이상의 피해없이 빨리 진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수선한 나라 상황에 계속 안 좋은 일만 겹치니 내 마음도 함께 황폐해져 가는 것 같다. 뭐 하나 제대로되는게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