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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The third grade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

by coinlover 2025. 4. 3.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3학년은 소풍도, 수학여행도, 수련회도 없으니 학교 근처 봉수골에 벚꽃 피는 거라도 구경 가야 했던 거다.). 가까운 곳, 가벼운 마실이었다. 그래도 애들 인솔해서 나가니 힘 넘치는 골든 리트리버 10마리 목줄 잡고 끌려다니는 것 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역시 교사는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한 거라. 지난 학교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인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중요한 촬영이 있으면 나한테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또 나름 인정받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고맙고 즐거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사실 단체사진이야 누가 찍어도 거기서 거기(종혁샘이 찍은 사진을 보니 나보다 더 나은 것 같더라.). 그들의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 해 눈을 이리저리 분주하게 굴렸보았자 봉수골에 임팩트있는 단체 사진 포인트가 있을리가 없었다.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며 어찌어찌 사진을 찍었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단합을 위해 담임들은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갔는데 시국이 시국이라 애들로부터 하루 종일 모당 지지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며 웃고 즐겼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도, 즐거운 것도 없는 세상,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있는 때 이렇게 가벼운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사는 게 맞나 싶었지만 그것도 또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 아니겠나 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4대 호카게 옷을 입고 달리는 고등학교 시절 제자 선생님을 뒤따르던 그의 제자 아카츠키 군단의 유쾌한 모습에, 내려오면서 사준 12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에 고마운 척(?)이라도 거하게 해주는 아이들의 너스레에,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청량한 파란하늘 아래서 예쁘게 하늘거려 준 벚꽃과 춥지도 덥지도 않았던 날씨에, 피곤함마저 즐거움으로 승화됐던 2025년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