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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날씨처럼 극단적인 시절 몸은 편한데 마음은 힘들었던 시절을 지나 마음은 편한데 몸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폭염이 몰아치다가 갑자기 한기가 밀고 들어오는 지금의 한국 날씨처럼 도대체 중간이 없다. 퇴근 후 맥주 한잔이 유일한 낙인데 그것조차도 끊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창가에 서서 마신 황금빛 넥타르가 어찌나 달콤하던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 속의 감미가 혀를 휘감았다. 모든 것이 저물어가는 시절에 서있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고쳐 깨닫게 되는 것 같다. 2024. 9. 26.
윙크 익어가다 병잉크 퍼시먼 단감 윙크 잉크 딴건 모르겠고 병이 예뻐서 구매했음. 마개가 나무로 되어 있는게 맘에 들었다. 카키모리 잉크는 나무 마개 구매하려면 몇만원을 줘야하는데(나무 재질이 더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필사를 해보니 점도와 발색이 꽤나 맘에 들었다. 눈으로 보기엔 좀 많이 묽은 것 같았는데 실제로 써보니 번짐도 없고 딱 좋은 수준. 고즈넉한 우리집 분위기랑 딱 맞는 색깔이라 더 좋게 느껴진다. 윙크 잉크는 오리지널, 유유자적, 피어나다, 익어가다 등으로 구분하는 듯. 몇년전에 처음 보고 반했던 파이로트의 이로시주쿠만큼이나 이쁜 잉크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몇년새 이렇게까지나 문구류의 다양화가 이뤄지다니. 문화가 피어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구나! 2024. 9. 23.
주말 - 백서냉면, 원할머니보쌈, 맛장우도시락, 성심당튀김소보루, 발뮤다더토스트, 보배반점 짬뽕, 한촌설렁탕, 이디야,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켈리 전날 정말 나라 잃은 사람처럼 술을 마셨다(표현은 이리 했지만 실제로는 너무너무 행복한 기분으로 술을 목구멍에다 냅다 들이부었다. 마시자마자 발렌타인이었던 밀턴더프와 탄산감 가득한 생맥주, 그리고 함께 술 마실 이유가 넘쳐나는  사랑하는 동료들의 조합이 이성을 마비시켜 놔서.). 필름이 끊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너무 쓰려서 고생. 이런 날은 특효약이 냉면 밖에 없다. 정신없이 먹다가 생각해 보니 올해 첫 백서냉면. 가게 근처 학교로 전근을 갔는데 예전보다 더 가기 힘들어져 버린 건 왜일까?       고기가 너무 너무 먹고 싶었는데(대패 삼겹 너무 좋아) 굽기는 귀찮아서 시킨 원할머니보쌈. 배달 보쌈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깔끔하게 먹긴 이만한 것도 없다. 술 마신 다음 날 운동하면 간에 무리가 간다고.. 2024. 9. 22.
부산 커넥트현대 북카페 페이퍼라운지 부산 범일동 현대백화점이 리뉴얼되서 현대커넥트라는 이름으로 바꼈다길래 궁금해서 들러봤다. 들어서자 마자 반겨주는  거대 원숭이 조형 작품. 대구더현대에 이어 부산까지 점령하신 하이메 아욘 아저씨. 이쯤되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더현대는 최상층 전체가 하이메아욘의 작품들로 이뤄진 공간이었지만 현대커넥트는 조형물 몇개 가져다 놓은 수준. 리뉴얼을 했다고는 하지만 원래 좁았던 건물의 한계도 있고 해서 서울은 고사하고 대구 더현대에도 전혀 미치지 못할 아쉬운 모습으로 그냥 일반적인 지방 소도시에 있는 백화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전세계에 3개밖에 없다(그중 두개가 한국)는 고디바 베이커리나 한번 가볼까 했다가 대기자 297이라는 숫자에 질려 포기하고 이곳 저곳을 돌아봤는데.. 2024. 9. 21.
육아 진진이의 나날들 다음주에 인생의 첫 수학여행을 떠나는 통영 상남자. 2024. 9. 20.
추석연휴 끝자락 - 압도적인 뷰를 보여준 송도 해수욕장 윈덤그랜드부산호텔에서 호캉스 추석 연휴 끝자락에 들린 부산 송도 윈덤그랜드호텔. 정말 정말 오랜만의 5성급 호텔이지만 위치가 외진 편이라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다. 호텔 인근에 송도해수욕장과 케이블카라는 관광 스팟이 있긴 하지만 부산의 다른 핫플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 그래도 조금만 걸어나가면 괜찮은 가게들이 꽤 많이 영업하고 있어 의외로 괜찮았다.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워 돌아다니기도 힘들었고 애당초 시원한데 콕 박쳐 휴식하는게 주목적이었던 터라 압도적인 뷰(특히 욕실)를 보여준 이 호텔의 만족도는 아주 아주 높았다. 요청이나 물음에 대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도 너무 너무 좋았고.     창가에 앉아 남항대교를 지나는 자동차들 바라보면서 멍때리고 있으니 세상 근심 다 사라지는 듯 했.. 2024. 9. 18.
추석연휴 A7r5 스킨 작업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했던 A7R5용 스킨이 추석연휴에 맞춰 도착해서 바로 작업에 돌입. 노안이 와서 날이 갈수록 섬세한 작업이 힘들어지니(그렇다고 돋보기 쓸 수준은 아님) 작업하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었다. 예전같으면 30-40분 붙이면 완료했을 것을 거의 1시간 30분 동안 잡고 씨름했다. 그래도 다 끝내고 나니 건프라 하나 완성한 듯한 만족감이 들어 좋았다. 예전에는 빨강이나 파랑 등 강렬한 색감을 선호했는데 이제는 튀지 않는게 좋다. 나이가 드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부담스러워 검은색 노르딕 패턴의 데칼로 장비 스킨을 다 통일하고 있다. 사진 장비에 스킨 붙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지만 나는 새 장비를 구입하면 며칠내로 무조건 입히는 편이다. 생활기스 방지에 이.. 2024. 9. 17.
나의 진주 - 추석 연휴 진주, 살롱드인사, 르빵드인사 모모빙수, 소소책방, 칠암성당, 진주진맥브루어리, 다원 추석 연휴라고 진주 와서 어머니 모시고 살롱드인사에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아 여유롭게 식사.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여긴 파스타가 딱 좋다. 한국 사람 입맛에 잘맞게 커스텀된. 그리고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다. 통영의 몇명 식당에서 불친절한 학생 알바들에게 치이다 표정부터 남다르게 친절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니 별것 아닌데도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살롱드인사에서 밥먹고 바로 아래층 르빵드인사에서 모모빙수. 복숭아 요거트빙수인데 양이 너무 많아 낙오할 뻔 했다. 아삭하고 당도 높은 복숭아가 정말 한가득 올려져 있다. 여기도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정말 정말 기분 좋게 먹고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식업의 기본 중의 기본은 맛과 직원들의 친절이 아닌가 싶다.     왠종일 핸드폰만 .. 2024. 9. 16.
열대야 속의 추석 연휴 이번 여름은 마지막까지 불타오르는구나.  바짝 바짝 말라간다! 2024. 9. 15.
올바르고 마음 편한 친일을 위하여 1. 평범한 인간은 평범하게 약하다. 수양이 잘된 비범한 이들은 나쁜 상황에서마저 초연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사람다운 모습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 그러므로 속에 숨어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밖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야만의 시절은 잔인하다. 이게 내가 제국주의 국가로서의 일본을 증오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 사람들의 밑바닥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35년간이나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일제에  동조해서는 안된다는, 나라를 팔아먹어서는 안된다는 도덕률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움이나 안락함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황에 순응해야했던 괴로움을 느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구보다 평범하고 바른 시민으로서 살아갔을 이들이 매국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조했다는 괴로움.. 2024. 9. 12.
통영고등학교 구본관의 마지막 모습 통영고등학교 구 본관을 1951년부터 사용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거의 75년. 오랜 시간 통고의 상징이었던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몇 년 전 수능 감독하러 왔을 때 잠시 본걸 제외하곤 올해 한 학기를 보낸 것에 불과한 곳인데 그 사이 정이 들었는지 신본관에서 구본관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정작 통고학생들은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만.). 이미 이 지역을 떠난 졸업생들은 모르겠지만 통영에 살며 학교 근처를 오가는 사람들은 감회가 새로울 듯. 철거 과정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담고 싶었지만 작업 시작하기도 전에 가림막이 서 있었고 이사 후 정신줄을 놓고 있던 사이 이모양이 되어 버려 어쩔 수가 없었다.   구관이 철거되는게 아쉽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2024. 9. 11.
핫셀블라드 907X + 보이그랜더 컬러스코파 35mm F2.5 모서리 부분 비네팅도 좀 있는 편이고 주변부 화질도 안타까운데다 컬러캐스트까지 끼지만 그래도 예뻐! 빈티지 갬성이라고 퉁치고 쓰면 먹힐만한 사진 정도는 찍을 수 있겠다. 근데 굳이 핫셀로 이런 사진을? 2024. 9. 9.
나의 다섯번째 A7R, 소니 카메라 해상력의 결정체 A7R5를 손에 쥐고 돌아보는 A7R시리즈의 소소한 역사 와이프님하와 장모님께서 이른 생일 선물로 A7R5를 사주셨다. 2년 전 A7R5가 발매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A7R4에서 A1으로 기변 하면서 A7R5는 건너뛰게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어떻게든 써보게 되었다. 솔직히 화질이야 이미 같은 센서를 탑재한 A7CR을 쓰고 있기에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뷰파인더와 후면 LCD 편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셔터속도 1/8000를 지원한다는 게 꽤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A7CR의 1/4000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아쉬운 경우가 자주 생겨 스스로의 촬영 스타일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걸 이번에 깨달았다.).       외관은 친숙하다 못해 지겨운 A7시리즈의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물론 부분 부분 개선된 점이 있긴 하지만). 이 모.. 2024. 9. 8.
나의 진주 - 오랜만의 오마카세 진주 평거동 스시노이에, 고등학교 미술실 같은 느낌의 카페 토브 아카이브 진주 들렀다가 오랜만에 오마카세. 당연히 안될 줄 알고 당일 점심 예약문의를 했더니 자리가 있다고 해서 덥썩 물었다. 오마카세 인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던데 그래서인가. 어쨌든 오랜만에 대접받는 느낌 받으며 맛있게 먹고 왔다. 이 집은 샤리양이 적은 편이라 왠만한 남자들은 모자란듯한 기분으로 나올 듯한데 나는 과식했다는 죄책감이 안들어 좋았음.      고등학교 미술실, 혹은 예전에 다녔던 미술학원에 다시 들린 기분이 들게했던 공간 토브아카이브. 인테리어가 엄청 고급지다거나 디테일이 살아있다거나 하는건 아니었는데 왠지 맘에 들었던. 여름날에 잘 어울리는 카페가 아닌가 싶다.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은행나무와 익숙한 동네의 풍경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듯 했다. 잔잔한 산미가 느껴지는 드립커피 한잔하며 다이.. 2024. 9. 7.
스타벅스 펭귄북스 콜라보 MD 세라믹 오거나이저, CBB 스타벅스는 참아도 펭귄북스는 못참지.  오랜만에 맘에 드는 스타벅스 MD가 등장해서 구매.      중고 개봉품으로 구매한 서커스보이밴드. 왼쪽은 고양이가 아니라 너구리인줄.... 2024. 9. 6.
2024년 여름 통영고등학교 하계역사답사 공주 부여 일원 2024년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여름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다녀왔던 통영고등학교 하계 역사 답사.  너무 오랜만의 답사 인솔이라 괜찮을까 걱정스럽기만 했는데 막상 떠나보니 나한테 이런 열정이 남아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어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렇게 서스럼없이 애들이랑 농담따먹기를 하며 돌아다니는게 얼마만인가 싶어 즐겁기도 했고. 역시나 사람은 서있는 곳이 어딘가에 따라 달라지는 법!  사고칠만한 여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착한 애들만 데리고 다녀왔더니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 했다.  물론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뙤약볕 아래서 하루 15000보씩을 걷다보니 온몸이 삐걱거리긴 했지만.  나를 원수 같이 대하던 학생들과 몇년을 살며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는데 통영고로 옮기고 나서 꺾였.. 202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