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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추석연휴 끝자락 - 압도적인 뷰를 보여준 송도 해수욕장 윈덤그랜드부산호텔에서 호캉스

by coinlover 2024. 9. 18.

 

추석 연휴 끝자락에 들린 부산 송도 윈덤그랜드호텔. 정말 정말 오랜만의 5성급 호텔이지만 위치가 외진 편이라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다. 호텔 인근에 송도해수욕장과 케이블카라는 관광 스팟이 있긴 하지만 부산의 다른 핫플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 그래도 조금만 걸어나가면 괜찮은 가게들이 꽤 많이 영업하고 있어 의외로 괜찮았다.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워 돌아다니기도 힘들었고 애당초 시원한데 콕 박쳐 휴식하는게 주목적이었던 터라 압도적인 뷰(특히 욕실)를 보여준 이 호텔의 만족도는 아주 아주 높았다. 요청이나 물음에 대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도 너무 너무 좋았고. 

 
 

 
 
창가에 앉아 남항대교를 지나는 자동차들 바라보면서 멍때리고 있으니 세상 근심 다 사라지는 듯 했다.  버드뷰로 직접 바라보는 풍경은 드론으로 찍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주곤 한다. 부산 오갈때 자주 이용했던 길인데 이렇게 높은 곳에서 조망하게 될지는 몰랐지. 내가 저 길을 지나가고 있을 때도 누군가 이렇게 바라보며 삶을 즐기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남항대교 오른쪽으로는 수많은 배들이 떠있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남포동, 영도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하루종일 창밖만 바라봐도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부산이 이렇게 좋아져버렸는지 모르겠다.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들리고 있는 듯. 노인과 바다니 뭐니 해도 내겐 서울보다 부산. 전국 어딜 돌아봐도 이만큼 매력적인 도시는 없는 것 같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료 중 아사히생맥캔과 짐빔하이볼이 웰컴드링크 격인지 공짜라 풍경 바라보며 바로 한캔 꺾었다. 이젠 유행이 완전히 꺾여 어딜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지만 비싼 풍경 바라보며 오랜만에 마시니 꽤 좋았다. 
 
 

 
 
어매너티도 책모양 수납함에 예쁘게 들어있었고,
 

 

 
 
캡슐커피, 티백 및  잔들도 서랍장에 보기좋게 정리되어 있어 오랜만에 오성급호텔에 체크인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가세가 기울어 맨날 저렴한 호텔만 전전하다 보니... 크흑 ㅜ_ㅜ). 커피맛을 각성한 작년 이후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는 맛이 없어서 잘 안먹었는데 요즘 즐겨보고 있는 정세월드 채널의 영향으로 투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봤다(아재특, 뭔가 좋은 사람이 생기면 따라한다.). 역시나 맛은.... 다원 배원장님 말씀대로 전투식량.
 
 

 
 
 
호텔 5층의 수영장에서 1시간 정도 놀다 올라오니 추석 대보름달이 떠있었다. 호텔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보름달이라니. 일단 닥치고 소원부터 빌고 나서 돈이 참 좋은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감동. 살면서 이것보다 멋진 달을 본 적은 분명 몇번 있었지만 이토록 행복한 기분으로 바라본건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달이 떠있는 부산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하이볼 한잔(비록 쌈마이지만).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또 있으랴.
 
 

 
 
야경 같은건 찍지 않은지 오래 되었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가슴에만 담아두긴 너무 아까웠기에 방의 불을 모두 끄고 구석에 히키코모리처럼 쪼그리고 앉아 찍은 F13, 1/30S의 나이트스케이프. 희미하게 나온 차량궤적이 너무 아쉬웠지만 ND필터 끼고 벌브촬영을 한다거나 여러장 찍어 합성한다거나 할 정도의 열정은 애저녁에 고갈된 상태기에 이정도로 만족(당연히 필터도 릴리즈도 안챙겨왔다. 회절이니 뭐니 따질 상황도 아님.). 
 
 

 
 
 
마음은 호텔 디너지만 한끼에 일인 13만원을 태울 경제적 여유는 없었기에 호텔 인근의 백소정이라는 일식돈가스 집에서 치즈카츠로 만족. 통영에 이정도 수준의 프랜차이즈 돈가스집이라도 하나 생겼으면 너무 좋겠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을 산책하다 으슥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더니 생맥주 장인의 가게라는 간판이 보였다. 빅부즈라는 곳이었는데 기네스 퀄리티 마스터(?)라는 엄청난 글이 붙어있어서 참지 못하고 한잔. 기네스는 이러나 저러나 맛있는 맥주이기에 장인의 맥주 가게라고 해서 엄청난 차별점을 느끼진 못했다. 미각이 천한 내가 뭘 알겠나. 
 
 

 
아침에 눈을 뜨니 흰여울마을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호텔 유리창을 통해 찍은 사진이라 색이 묘하게 틀어져서 그냥 흑백처리. 흑백 뒤로 숨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이정도는 괜찮다고 굳게 믿으며.
 

 
 
 
밤새 떠있던 배들은 아침에도 그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참으로 부산다운 풍경이다. 
 
 

 
 
백만년만의 호텔 조식. 대단한 메뉴는 없었지만 그래도 호텔조식이니까 황송한 기분으로 싹싹 긁어서 잘먹었다. 호텔 조식의 꽃은 달걀요리라 직원분이 쉼없이 만들고 계셨던 오믈렛, 완숙후라이, 반숙후라이, 써니사이드업을 모두 섭렵. 행복했던 아침이었다. 
 
퇴실전 욕조에 물받아 다시한번 입수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언제 또 이런 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가..... 호캉스용 적금통장이라도 만들어야하나. 블로그 잘나가던 시절에  리뷰 요청 거절안하고 열심히 했으면 지금도 초대받아 전국을 돌아다녔을텐데. 그대 소중한 협찬 밀어낸 이기적인 그때의 나에게 호텔초대권을 다시 불러오라고 미친듯이 외쳤어 ㅜㅜ